오스템임플란트 정조준 강성부 “현 주가의 5배 가치 지닌 기업”
메리츠자산운용의 새주인이 된 케이씨지아이(KCGI)의 강성부 대표는 10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가진 운용 노하우를 잘 녹여내면 지금의 메리츠 자산에 높은 수익률과 신상품과 고객층 다양화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진칼 등을 상대하며 국내 대표 행동주의 투자자로 명성을 얻어온 강성부 대표가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계약을 체결하자 시장의 관심은 온통 그의 향후 행보에 쏠렸다.
강 대표는 “좋은 기업을 싸게 사서 오랫동안 투자한다는 메리츠운용의 가치 투자 철학은 저희 KCGI와 일치한다”며 “여기에 농부가 씨를 뿌리고 정성을 다해 돌보는 것처럼 숨겨진 기업과 주식 가치를 올리기 위한 활동을 한다면 더 좋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5% 이상의 지분을 취득한 오스템임플란트와 관련해서는 “기업거버넌스 등의 문제로 회사의 주가가 내재가치 대비 5분의 1 수준도 안된다고 본다”며 “주주들이 견제와 감시에 나서야 할 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성부 대표와의 일문일답.
ㅡ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하게 이유는
▷메리츠자산운용은 우리나라에 30개의 종합자산운용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3조원에 가까운 자산을 운용하는데 직판을 통해 로열티가 강한 30만명의 개인 고객을 확보하고 있고요. 좋은 기업을 싸게 사서 오랫동안 투자한다는 가치투자 철학은 저희 KCGI와 일치합니다. 여기에 농부가 씨를 뿌린 후 그냥 두지 않고 정성을 다해 돌보는 것처럼 보다 적극적으로 숨겨진 기업과 주식 가치를 올리기 위한 주주관여활동을 하면 더 좋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ㅡ메리츠운용의 향후 운영 전략은
▷펀드는 무조건 관리된 리스크 안에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운용노하우를 잘 녹여내면 메리츠운용의 수익률을 높이고 신상품과 고객층 다양화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국내 주식 운용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인 주주관여(shareholder‘s engagements) 활동을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평가 종목을 사서 무조건 오래 기다린다고 가치가 발현(value cracking)된다고 생가하지 않습니다. 주주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야 합니다. 펀드매니저는 자산의 관리자로서 고객을 대신해서 수탁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이고요.
해외주식에서는 특히 남다른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보아야 할 종목도, 언어와 정보 접근성도 제한되니까요. 요즘 서학개미로 몰빵투자와 전문성 결여로 위험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좋은 종목을 비싸게 사서 싸게 파시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저희는 이 분야에서 이미 글로벌 상위 1% 수준의 남다른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입증한 목대균 케이글로벌자산운용 대표 등의 멤버들이 있습니다.
채권과 대체투자 상품도 다양하게 갖추고 새로운 투자 상품 및 플랫폼도 구비해 세상에 내놓을 생각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금융투자업계에 다양한 경력을 가진 저희 구성원들이 기존 멤버들과 협동한다면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합자산운용사는 대부분 대형 금융지주회사나 큰 그룹사 소속이라서 큰 항공모함과 같아서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고 움직이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저희는 몇 안 되는 독립계 자산운용사로서 강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ㅡ최근 5% 넘는 지분을 취득한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하는지. 이와 관련한 향후 활동 계획은?
▷오스템은 판매량 기준으로는 세계 1위의 임플란트 회사입니다. 치과와 관련된 대부분의 제품라인을 확보하고 있고요. 해당 시장은 기본적으로 확장성과 성장성이 크고, 진입장벽이 높은데 그 중에서도 오스템임플란트는 가장 성장이 빠른 중국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가 회사가 가진 내재가치 대비 5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평가의 가장 큰 원인은 기업거버넌스(지배구조)에 있고요. 글로벌 선두권 업체인 스트라우만의 시총이 22조원, 덴츠플라이시로나의 시총이 9조원인 걸 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정확히 1년 전 자기자본의 120%(2080억원)에 해당하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이 이 회사에서 터졌습니다. 입사 4년밖에 안 된 자금팀장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규모의 횡령 사건이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3년 전에도 이 모 팀장의 횡령 사건이 회사 감사팀에 의해 적발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징계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회사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기에 이런 문제가 또 발생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주주들이 적극적인 견제와 감시에 나서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해당 횡령 사건은 물론이고 퇴직금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대주주가 피보험자인 VIP보험(연간 납입 보험료 50억), 대주주의 가족회사에 투자 후 오스템에 감액손실 반영, 그 밖에 언론 보도로 널리 알려졌지만 담기 부끄러운 몇 가지 사건 등 거버넌스(지배구조) 이슈가 주된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ㅡ강성부 펀드 하면 행동주의 펀드가 떠오른다. 그동안의 활동 성적표를 스스로 평가한다면
▷저는 지금까지 10여개의 펀드를 만들고 운용해왔지만 액티비즘은 요진건설과 한진칼 두개 밖에 없었습니다. 워낙 한진칼이 임팩트가 커서 인상적이었던 모양입니다. 풋옵션이나 선순위 투자로 원금보장형으로 딜구조를 짜(deal structuring) 수익률의 업사이드를 희생하는 경우도 많아서 액면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연 20% 내외의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해왔습니다. 국내에서 1조원 이상 회수한 사모투자펀드(PEF)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들었습니다.
가장 보람있었던 투자는 한진칼 투자와 LIG와 LIG넥스원에 투자건입니다. 한진칼 캠페인을 통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급격히 개선됐고, LIG 그룹에 이노와이어리스와 같은 신성장 동력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ㅡ행동주의 펀드 활동은 계속 해나가실 계획인지
▷저는 행동주의(activism) 펀드라는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희 회사 이름처럼 기업지배구조 개선 펀드(KCGI: 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 fund)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자본시장에서 소홀했던 견제와 감시하는 주주로서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펀드 입장에서도 이게 무슨 사회운동을 하자고 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재산권을 지키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이 최우선이니까 하는거죠. 스티브 잡스는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도 ?겨났습니다. 우리나라는 상장사의 경영을 가업승계로 생각하고 3대, 4대, 5대 물려주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영권은 천부인권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도전받아야 회사가 건강해집니다.
ㅡ처음 행동주의 펀드를 만들었을때 한국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하고 싶었는지
▷우리 자본시장이 혼탁해지고 있습니다. 대주주는 과도한 상속세와 배당소득세 때문에 자기회사 주가가 오르는 걸 싫어하고, 배당도 안합니다. 미국 기업들처럼 기부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주할 여유도 없고요. 미담도 없고 창업가 정신도 결여돼 있습니다. 일본화(Japanificatuon)되는 거죠.
저는 이렇게 정체되고 혼탁한 자본시장에서 메기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대주주와 일반주주, 직원과 고객 그리고 사회가 각자의 이기심을 추구하되 목표를 동일하게 조정(interest alignment)하여 사회가 한방향으로 추진력을 갖고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이 대주주들을 오히려 도와주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능력 없는 2세, 3세에게 경영을 물려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고요.
나누면 더 커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이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죽기전에 제 재산의 절반을 (재단이 아닌 현금으로)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던 것입니다. 저를 생물학적으로 키운 건 부모님이지만 돈을 벌게 해준 건 8할이 이 사회(ESG)이니까요.
ㅡ한국 자본시장의 현주소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처음 발을 들여놓으셨을 당시와 비교한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출발은 대주주에게 부여되는 엄청난 상속증여세 배당소득세입니다만 결과적으로 대주주들은 탐욕스럽게 변했고, 투자자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중앙선도 가드레일도 속도제한도 없는 고속도로에 마구 던져진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상법, 자본시장법, 세법 등 제도도 바꿔야 하고 자녀에게 경영권 상속의 문화도 바꿔야 합니다. 물적자본(Financial capital)보다 지적자본(Intellectual capital)과 사회적자본(Social capital)을 물려주는 데 더 힘써야 합니다.
ㅡ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유망한 사업을 분리해 자회사로 상장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떻게 보는지
▷저는 오랫동안 기업지배구조 관련한 책자를 쓰면서 글로벌 200대 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제 책에 업데이트 해왔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모회사 자회사 손자회사가 2중 , 3중으로 상장되어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만약 그 경우 주가 저평가는 불가피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며 중복상장 하는 이유는 외형에 대한 과도한 욕심과 언젠가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이익을 대주주가 빼 올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ㅡ최근 발표된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증권의 상장폐지를 통한 통합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메리츠가 금번에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지주회사만 상장시키고 나머지 자회사들을 모두 지주회사의100% 자회사로 만드는 것은 매우 선진적인 지배구조개편 방향입니다. 거버넌스 관련 법 제도가 정비되어 편법적 이익을 취할 수 없는 구조라면 이러한 방안이 일반주주뿐 아니라 대주주를 위해서도 합리적이고요.
ㅡ국내에서도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펀드들이 나오고 있다. 늘어나는 행동주의펀드가 한국 자본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아직은 초기이지만 많은 변화가 느껴집니다. 처음보다 인식도 달라졌고 덜 외로워졌습니다. (웃음)이제는 기관투자가도 어렵고 귀찮더라도 자금의 수익자인 고객의 입장에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수익자들도 자기가 가입한 펀드나 연금이 할 일을 안 하면 이에 채찍질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펀드는 고객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고 주주감시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는 더 투명해지고 이사회는 더욱 독립적이 되어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ㅡ그동안 활동을 하면서 대척점에 있는 이들로 부터의 비난과 공격도 적지 않았을거 같은데
▷억울했지만 ‘진심은 통한다는 말’과 ‘혁신가가 될 자 비난을 두려워 말라’는 제프 베조스의 말을 생각하며 참았습니다.세상의 변화도 플라이휠 효과(fly wheel effect)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돌 때는 힘이 많이 들지만 한번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변화를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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