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칼 꽂기 전 "복수할거야" 말발 경고하는 '더 글로리'..호불호? 新복수극 [Oh!쎈 초점]

[OSEN=최나영 기자] 지난달 30일 넷플릭스를 통해 새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김은숙 극본, 안길호 연출)는 기시감의 반대인 미시감(전에 알고 있던 것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을 안기는 드라마다. 주연배우 송혜교의 다크한 변신이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여타의 복수극과 궤를 달리하는 김은숙 작가표 말발이 수없는 반복과 변주를 거친 복수극 장르와 이질적이면서도 짜릿한 티카타카를 이룬다. 

'더 글로리'는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학창시절 모진 학교폭력을 당한 후 온 생을 걸어 치밀하고 철저하게 복수를 다짐한 문동은(송혜교)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렸을 적 건축가가 꿈이었던 문동은 답게 복수의 빌드업이 차근차근 기초부터 이뤄지는데, 자신들의 세계에서 희희낙락 살고 있는 가해자들은 문동은의 그 고요하고 매서운 시간을 알 리가 없다.

그러나 흥미를 끄는 부분은 드디어 가해자들의 지근거리에 도착했을 때 문동은의 서늘한 복수가 먼저 '입'으로 시작한다는 데 있다. 이런 종류의 복수극은 주인공이 이른바 쥐도새도 모르게 복수할 상대의 등 뒤로 다가가 칼을 꽂는 방식이 일반적. 그래서 복수의 상대는 손 쓸 겨를도 없이 당하고(혹은 노력해보지만 당하고) 시청자들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문동은은 다르다. 주동자 박연진(임지연) 앞에서 오히려 투명하게 복수할 거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태연한 얼굴로 경고를 날린다. 박연진 딸의 담임이 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당당히 말하며. 

'바둑 두는 사이' 연진의 남편(정성일)에게도 계획하에 다가갔지만 정체를 비교적 쉽게 대놓고 드러낸다. "연진아, 앞으로 모든 날이 흉흉할 거야" 등 이미 편지 형식의 내레이션을 통해 문동은의 속내와 계획을 속속 알고 있는 시청자. 이처럼 '친절한' 문동은은 시청자들, 박연진 외에도 다른 가해자들 앞에서 반어적 표현을 쓸지언정 자신의 진심을 숨기지 않는다. 무릎 꿇은 최혜정(차주영) 앞에서는 "아직 복수는 시작도 안했다"라고 당찬 모습을 보인다. 

김은숙 작가의 강점인 '말발'이 복수극에서 이런 방식으로 드러난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호불호가 존재한다. 막상 벌어지는 사건보다 말이 먼저다란 의견과 오히려 더욱 사람의 마음을 심리적으로 조여오는 신선한 작법이란 평. 그 만큼 본격 복수가 진행될 2부가 중요하다. 말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줄 통쾌하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에서도 이미 목도했듯이,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흥행 여부에 결정적인 포인트가 절대 아니다. 호불호 취향까지 집어삼킨 '더 글로리'는 압도적인 OTT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가 OTT 화제성 드라마/시리즈 부문에서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총 14편의 OTT 작품의 화제성 중 73.5%가 ‘더 글로리’를 향했다는 것. 한 주간 화제성 총 115,555점을 기록하면서 지난주 대비 화제성 점수가 194.0%가 증가, 방송 첫 주 점유율 54.0%에서 73.5%까지 높아진 것이다. 2위 티빙의 ‘아일랜드’와는 10배에 가까운 차이다. 

또한 TV프로그램 19편과 함께 통합으로 조사한 'TV-OTT 통합 화제성'조사에도 '더 글로리'가 점유율 43.0%로 1위에 등극했다.  OTT 출연자 화제성 순위에서도 '더 글로리'의 주연인 송혜교가 2주 연속 1위에 오른 가운데 2위 임지연부터 이도현(3위), 정성일(5위), 박성훈(7위), 차주영(10위), 김히어라(11위)에 오르는 등 전 출연자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nyc@osen.co.kr

[사진] 넷플릭스,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