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끌오적’과 내집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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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를 하는 신혼부부인 A(32)씨는 집값이 고점이었던 2021년 10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영끌'해 아파트를 샀다.
하락장에 들어선 요즘 A씨는 '그때 집을 사지 않았더라면 지금 같은 값에 더 좋은 집을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고 한다.
그는 "그때 내집 마련이라는 첫 발짝을 떼었기 때문에 다음 단계인 2세도 계획했다"면서 "손해 본 집값보다 소중한 것을 얻었기에 후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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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를 하는 신혼부부인 A(32)씨는 집값이 고점이었던 2021년 10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영끌’해 아파트를 샀다. 하락장에 들어선 요즘 A씨는 ‘그때 집을 사지 않았더라면 지금 같은 값에 더 좋은 집을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집 산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A씨는 그때 산 아파트에 입주하고 1년 뒤 바라던 임신을 했다. 그는 “그때 내집 마련이라는 첫 발짝을 떼었기 때문에 다음 단계인 2세도 계획했다”면서 “손해 본 집값보다 소중한 것을 얻었기에 후회 없다”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집값 상승세가 꺾이자 ‘영끌오적’이라는 은어가 부동산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서 횡행하고 있다. 집값 상승을 전망한 부동산 유튜버와 전문가들을 나라를 팔아넘긴 ‘을사오적’에 비유해 만든 말이다. ‘생애소득을 은행에 담보로 잡히도록 선동한 영끌오적은?’이라는 투표가 온라인 상에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실제로 부동산 유튜버나 전문가들도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유튜브 채널명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버린 유튜버, 자신의 얼굴 사진을 썸네일에서 지운 유튜버가 생겨났다. 시장 전망 뿐만 아니라 다른 내용의 인터뷰에도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전문가도 있다.
물론 집값에 버블이 형성된 와중에 더 오른다는 전문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더해 무리해서 집을 사라고 부추기기까지 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집을 사는 행위는 결국 자신의 결정으로 이뤄진다. ‘벼락 거지’가 되기 싫어 ‘패닉 바잉’을 한 건 스스로의 결정이었다. 그에 대한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함은 투자의 기본 자세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일부 영끌족, 그때 집을 안 사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일부 무주택자 등이 조롱을 통해 회피와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게 영끌오적 현상의 속내가 아닐까.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유튜버를 나라를 팔아 넘긴 무리에 비유하는 현상까지 나타나는 이유는 한국에서 집이란 사는(live) 곳보다는 사는(buy) 것이라는 인식이 이례적으로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한국 가계 자산 구성에서 부동산을 포함한 비금융자산 비중은 64.4%로 나타났다. 미국(28.5%), 일본(37.0%), 영국(46.2%)보다 크다. 경제활동인구만 살펴보면 80%로 더 심각하다.
도입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내 한 몸 편히 누일 수 있는 집을 마련하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대사다. 자산 증식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내게 집이 지금 필요한지 아닌지를 따져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폭락이나 폭등론이 지배하는 급격한 시장 변화 속에선 더더욱 그렇다.
같은 맥락에서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 집을 사지 않은 선택도 나쁘지만은 않다. 각자 집이 필요한 순간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살 집을 좋은 값에 살 기회는 인생에 한 번만 오는 게 아니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공부를 잘 해뒀다가 정말 필요할 때 사면 된다. 가격 하락기를 맞은 지금이 부동산을 자산의 관점만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기에 좋은 시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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