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돌 쌓으며 치열하게 다툰 역사…전북 옛 성곽에 남은 흔적

국립익산박물관, 기마병 모습 새겨진 기와 등 성곽 유물 380점 한자리에

(익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옛사람들은 외부의 침입이나 자연재해로부터 목숨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흙이나 돌, 나무로 성곽(城郭)을 쌓았다.

지리적 조건에 따라 성곽은 여러 모양으로 발달했다. 낮은 구릉 위에 쌓은 성곽부터, 산을 둘러싸는 형태의 산성까지. 현재 한반도 남쪽에는 약 1천900여 개의 성곽 유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고대 성곽의 특징과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익산박물관은 전북에서 확인된 옛 성곽의 특징을 설명하고 관련 유물 380점을 한자리에 모은 '전북의 고대 성곽' 특별전을 10일 개막한다고 밝혔다.

전북에서는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성곽 유적이 남아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백제 국력의 중요한 기반이었던 드넓은 평야가 전북 서부 지역에 위치했으며, 전북 동부에서 백제와 가야, 신라가 서로 치열하게 다투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 전북 지역의 성곽을 소개한다.

전시의 첫 부분인 '시간의 울타리를 넘다'에서는 성곽의 성격과 용도, 기능을 설명한다.

관람객들은 연천 호로고루성 성돌, 진안 합미산성 성돌, 남원 아막성 성돌 등 고구려, 백제, 신라시대에 각각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돌을 보면서 당시 성곽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떠올려볼 수 있다.

성곽의 '보물창고'로 불리는 집수정(集水井·물을 모으는 곳)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 성곽에서 출토된 다양한 무기 등도 전시된다.

이어진 '역사와 문화를 쌓다' 부분에서는 전북 지역의 고대 성곽을 산맥과 물줄기를 기준으로 6개 권역으로 나눈 뒤 각각의 특징과 그간의 연구·조사 성과를 살펴본다.

전시된 유물과 설명 자료를 보면 고대 산성의 대부분이 부여와 익산을 중심으로 전북 동부 지역으로 나아가는 주요 길목에 위치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들 산성이 백두대간을 경계로 신라의 산성들과 대치하는 점도 눈에 띈다.

기마병 모습이 새겨진 기와, '전주성'이 찍혀있는 암막새(목조건축 지붕의 기왓골 끝에 사용되었던 기와) 등 25개 성곽에서 출토된 여러 유물이 전시 공간을 채운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부터 이뤄진 연구 성과를 토대로 전북 지역의 성곽이 갖는 역사적 의미도 주목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익산 왕궁리 유적'과 이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변의 성곽, 백제가 전북 지역에 진출한 모습을 보여주는 거점 성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백두대간을 경계로 백제와 신라가 각축전을 벌였다는 증거로 여겨지는 남원 아막성, 백제가 금강 상류를 사이에 두고 가야·신라와 격전을 펼쳤던 진안 와정토성 등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도 다룬다.

박물관 관계자는 "아직도 많은 성곽이 훼손돼 있거나 조사하지 못하고 있어 종합적인 조사·보존 계획이 필요하다"며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성곽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28일까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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