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시대에 균형 잡힌 희망과 절망
[편집자주] 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 포인트 2023'이 발간됐다. '터닝 포인트'는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을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올해의 주제는 '변화의 파고를 넘어서: 디지털 세상과 세대교체'다. 격변하고 있는 전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떤 가치가 중심이 될 것인지를 가늠하고 준비하는데 '터닝 포인트'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주] [편집자 주]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터닝 포인트: 세계 행복 보고서가 발행 10주년을 맞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삶의 충만함에 감사한다면 우리는 아이들을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남겨줄 수 있다.
역사는 많은 교훈을 준다. 그러나 역사의 큰 그림은 항상 다양한 색의 털실로 엉킨 실타래다. 그것이 이끄는 곳은 우리가 따르기로 한 특정한 색의 가닥에 대해 많은 것을 일러준다. 낙관론자들은항상 비관론자들이 피할 법한 털실 가닥을 찾아낸다.
낙관론자들은 오늘날 상황이 25년 전보다 매우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빈곤은 감소했고, 학교 출석률과 사람들의 문해율은 꾸준히 높아졌다. 산모들이 출산 과정에서 사망할 위험은 거의 없어졌다. 기대수명은 증가했고, 전 세계의 아동 사망률은 감소하고 있다.
물론 낙관론자들도 오늘날 우리가 안고 사는 불안감을 잘 알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안긴 상처는 현재 진행형이다. 코로나19는 풍토병으로 변해가고 있다. 계속 상승 중인 인플레이션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제안한 금리인상이라는 해결책은 산불을 막기 위해 홍수를 동원하는 격이다.
전 세계 정치는 우파 편향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우리의 마지막 우려 사항은 기후 변화다. 2022년 여름 아시아, 유럽, 북미의 많은 지역에서는 기온이 섭씨 40℃ 이상으로 치솟아 몇 주간 지속됐다. 말 그대로 지옥의 불구덩이 같은 여름을 보낸 전세계는 기후 위기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낙관론자들은 우리가 이미 전에도 위기를 겪었고 또한 극복해낸 것을 알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1960년대 초를 존 F. 케네디의 인기와 재클린 케네디의 미소가 한 시대를 풍미한 좋았던 시기로 기억하지만, 당시에도 수많은 위험한 순간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쿠바 미사일 위기, 공산주의의 확산을 예견했던 ‘도미노 이론’, 베트남 전쟁, 늘어나는 세계 인구 대비 뒤처지는 식량 공급 등 문제는 많았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대기근으로 인해 3,000만 명이 굶어 죽기도 했다.
1970년대라고 해서 크게 나아진 것은 없었다. 엄청난 살상력을 지닌 네이팜탄의 탄생, 워터게이트 사건, 폴 포트와 보카사의 대학살 등이 일어난 시기였고, 탈식민지화의 행복감은 서서히 증발해갔다.
낙관론자들은 우리가 그러한 위기에서 벗어난 적이 있음을 알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일례로 미국 의회는 마침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법안을 통과시켰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줄어들고 있고, 현재까지의 백신은 최신 변이를 따라잡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고전하고있는 것은 잠재적으로 침략을 노리는 이들에 유의미한 경고가 됐다. 낙관론자들은 긍정적인 전환점이 분명히 우리의 코앞에 와 있다고 믿는다.
비관론자들도 인류가 많은 업적을 이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업적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우리가 탐욕, 소비주의, 무자비한 야망, 비정한 착취 등에 이끌려왔다는 점을 두려워한다. 비관론자들은 이러한 삶의 방식이 파멸로 귀결될 것임을 알면서도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우리가 탐욕과 착취 등에 중독돼 있다고 본다.
기후 위기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고, 곳곳에서 전쟁이 발발해 난민들이 생존할 곳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집’을 소유한 운 좋은 사람들은 기적만 기다릴 것이다. 삶의 방식을 바꿀 가능성이나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비관론자들은 과거 미국과 소련이 가까스로 제3차 세계대전을 피했다는 것을 안다. 또한 양국 중 어느 쪽도 오늘날 중국이 대만에 대해 가진 것만큼이나 쿠바나 베트남 전쟁에 열정적이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모두 위대함을 갖추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고 중국의 서구 제국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이 오랜 기억 속에 맺혀 있는 만큼 비관주의자들은 이번에는 제3차 세계대전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그들은 이미 우리가 임계점을 넘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우리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좋아하지 않는다. 낙관론자들과 비관론자들 사이의 논쟁은 그 어떤 해결책도 도출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세상이 너무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답을 알지 못하더라도 적절히 기능할수 있다. 프랑스 작가 볼테르의 풍자소설 『캉디드(Candide)』에서도 나오듯이, 우리는 우리의 정원을 가꾸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는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해결하며, 눈을 크 게 뜨고 증거를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신조를 통해 우리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도록 도움을 받아왔다. 심지어 우리는 세계적 복지에 이바지하도록 스스로를 설득하는 데도 성공해왔다.
우리가 견딜 수 있는 것보다 더 오랜 기간 세상을 잠식해 온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이제는 버거워서 주눅 들게 하는 ‘큰 그림’ 외에는 그 어느 것도 생각하기 어려운 날들이 도사리고 있다.
때때로 우리 중 누군가는 낙관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모두 낙관적이기도 하다. 최악 의 경우는 모두가 비관적일 때다. 아무도 낙관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면 우울함이 서서히 사람들을 잠식한다.
일이 우리를 구제해줄 때가 있다. 너무 과도하지 않으면서 약간의 두통을 줄 정도의 일상적인 문제는 세상을 다시 제대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나 이는 기껏해야 뉴스로부터 조금의 거리를 두게 함으로써 유지되는 취약한 평화다.
점심시간에 무심코 내뱉는 말, 농담이라고 할 수만은 없는 수위를 넘은 농담, 여행 계획에 관한 대화 등 어떤 것이라도 다시 우리를 낙관과 비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 있다. 우리는 각기 상황에 다르게 반응한다. 자신이 저주를 깨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큰 소리로 ‘파멸’을 선언하는 사람도 있다. 말없이 가족의 속옷을 정리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들이 우리를 구해주리라는 것은 고리타분한 말이다. 또한, 슬프게도 사실이 아니다. 아이들도 걱정하고, 우리도 아이들과 함께 걱정한다. 우리의 미래보다 아이들의 미래가 더 각박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를 구할지도 모르는 적절한 은유가 하나 있다. 그것은 ‘삶의 충만함’이다. 나타나지 않는 배관공을 기다리는 동안 당신은 반쯤 잊었던 친구를 다시 떠올린다.
내 입에서 아이스크림이라는 단어가 언급되기 전까지 아이는 멈추지 않을 기세로 운다. 20인분의 저녁을 만드는 혼란은 지극히 유쾌한 후유증으로 이어지고, 반쯤 취한 채 바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인도 쌀 요리 비리야니의 마지막 조각을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든다.
시야는 흐려지고, 역사는 아이의 낙서처럼 흩어진다. 구부러지거나 주변으로 스며들어 쫓아갈 가닥을 찾지 못할 때까지 말이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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