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저녁 8시 넘으면 인파 몰려요”… 공실률 0%로 떨어진 압구정로데오 가보니

최온정 기자 2023. 1. 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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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하반기에 이태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후부터 손님이 유입됐어요.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도산공원 앞 골목과 선릉로 157길 일대는 저녁 8시만 넘으면 사람과 차가 붐벼서 걷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S공인중개사 관계자)

지난 9일 찾은 선릉로 157길 일대. 압구정로데오의 중심으로 불리는 이 거리에는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저녁에도 행인들을 여럿 찾을 수 있었다. 20여년 전 유행을 선도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거리 곳곳을 비추는 화려한 조명과 삼삼오오 몰려드는 20~30대 손님들은 압구정로데오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고 있었다.

지난 9일 찾은 압구정로데오 일대. 중심거리인 선릉로157길을 찾은 손님들 사이로 고급 외제차가 지나가고 있다./최온정 기자
9일 찾은 압구정로데오 일대. 중심거리인 선릉로 157길을 거닐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최온정 기자

선릉로 157길에서 10년 넘게 편의점을 운영했다는 한 점주는 “원래 맞은편에서 편의점을 운영했는데 상권이 회복되면서 임대료가 많이 오른 탓에 가게를 옮겨야 했다”면서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사람들이 붐빌 정도로 상권이 되살아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되살아난 활기가 작년 하반기부터 공고해지는 모습”이라고 했다.

압구정로데오는 2000년대 초반까지 서울 명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국내 맥도날드 1호 매장과 한국 최초 원두커피 전문점 ‘쟈뎅’이 들어서는 등 ‘핫플레이스’로 꼽혔다. ‘강북의 명동, 강남의 압구정’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급격히 올렸고, 이를 견디다 못해 문을 닫는 상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소위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의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이후 신사동 가로수길과 이태원 경리단길, 성수동 등 신흥 소비상권이 급부상하면서 압구정은 점차 활력을 잃어갔다.

압구정의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임대료가 오르고 압구정을 떠나는 임차인이 증가하면서 상권이 악화됐었다”면서 “2017년에는 건물주들이 ‘압구정 로데오 상권 활성화 추진 위원회’를 결성해 임대료를 낮추고 권리금을 받지 않는 운동까지 벌였지만 침체기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던 상권은 코로나를 거치며 임대료가 크게 낮아지자 온기를 되찾았다. 상인들이 돌아오면서 의류와 잡화 판매점이 즐비했던 지역에 고급 식당과 카페가 들어섰고, 20~30대의 젊은 소비층이 찾는 지역으로 부상한 것이다. ‘백곰막걸리’, ‘런던 베이글 뮤지엄’ 등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한 브랜드가 들어선 것도 힘을 보탰다.

9일 걸그룹 '뉴진스'의 팝업스토어가 들어선 누테이크 하우스 도산 전경. 팝업스토어를 찾은 젊은 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최온정 기자
9일 찾은 도산공원 일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위글위글'의 플래그십스토어가 오픈을 앞두고 있다./최온정 기자

근처 도산공원 상권과의 시너지도 압구정 상권의 부활을 만든 요인이다. 도산공원 인근 상권은 상점이 문을 닫은 자리에 유명 패션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서면서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선릉로 157길과 도산공원 사이에 있는 압구정 카페골목 일대도 재편되는 상권에 맞춰 아기자기한 카페들과 고급 음식점, 사주카페들이 몰린 젊은 감성으로 되살아났다.

이날 찾은 도산공원 일대에선 라이프스타일브랜드 ‘위글위글’의 팝업스토어가 오는 3월 오픈을 앞두고 한창 공사중이었다. 4세대 대표 걸그룹으로 불리는 ‘뉴진스’의 팝업스토어가 들어선 ‘누테이크 하우스 도산’과 현대카드에서 운영하는 ‘쿠킹라이브러리’도 도산공원 일대의 명물이다. 팝업스토어와 플래그십스토어 사이를 바삐 움직이며 사진 촬영에 나선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인근 한 사주카페 직원은 “상점이 빠져나가면서 일대가 휑해졌던 시기와 비교하면 확실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면서 “방치됐던 상점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공사가 곳곳에서 활발히 이뤄지면서 동네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변화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압구정 소규모상가의 공실률은 0%를 기록했다. 작년 1분기 17.1%에서 2분기 4.2%로 낮아지더니 0%로 급감한 것이다. 서울시내 전체 상권 중 공실률 감소세가 가장 가파르다.

압구정 인근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2년 전부터 성수·연남 등 강북 상권을 중심으로 임대료가 급격히 오르더니 압구정로데오의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이 생겨났다”면서 “코로나 이후 상권도 되살아나면서 공실이 많이 소진됐다. 임대료도 이전보다 130~140%가량 올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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