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강남 VS ‘잠실’ 동원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야구대표팀에 뽑힌 30인 가운데 의외의 선수 중 한명은 백업포수로 발탁된 베테랑 이지영(키움)이었다. 주전포수로 선발된 양의지(두산)가 누구라도 1순위로 뽑을 만한 카드였다면, 백업포수로 선발된 이지영은 당초 유력 후보는 아니었다.
사실, 지난해 말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포수들 면면을 보자면 양의지(6년 152억원)에 이어 총액 기준 몸값 2위를 기록한 롯데 유강남(4년 80억원)과 3위로 따라붙은 LG 박동원(4년 65억원)이 조금 더 대표팀 후보군에 접근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야구대표팀 기술위원회는 수비에서의 안정감에서 조금 더 평가가 높은 이지영을 선택했다. 토너먼트 대회 백업포수라는 특성상 경험의 깊이도 고려한 듯 보였다. 사실, 유강남과 박동원은 포수로서 나름의 특장점이 있다. 유강남은 프레이밍 능력이 최상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박동원은 도루저지 능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이번 시즌은 그래서 각각의 가치를 입증하는 데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두 포수는 뛰어난 하드웨어에 건강함이 장점이면서도 공격력에서 나름의 강점이 있다. 새 팀에서는 공격력에서 기대가 더 클지 모른다.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두 포수가 새롭게 입성한 홈구장과의 ‘궁합’이다.
유강남은 적어도 오랜 시간 홈구장으로 쓴 잠실에서보다 새로운 안방 사직구장에서 성적이 더 좋았다. 최근 5년간 사직구장에서 35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301(113타수 34안타) 3홈런 18타점에 OPS 0.778을 기록했다. 유강남은 같은 기간 잠실구장에서는 37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7에 OPS 0.696으로 썩 좋지 않았다.
물론 이들 기록에는 고려할 변수가 있다. 유강남은 사직구장에서는 롯데만 상대했다는 점이다. 사직구장 펜스 거리가 지난해 이후로 멀어진 것도 변화라면 변화다. 다만 유강남은 최근 5년간 잠실에서 롯데를 만나서 35경기에서 타율 0.214(103타수 22안타)로 굉장히 부진했다. 롯데와 상대성보다는 사직구장과의 ‘궁합’에 더욱 시선이 가는 이유다.
롯데는 오랜 세월 팀의 상징적 위치에 있던 오른손 간판타자 이대호 없이 치르는 첫 시즌을 준비하고도 있다. 우타석을 지킬 유강남이 타자로서 해결할 몫도 커져 있는 구조다.
박동원은 지난 4일 인터뷰에서 “잠실구장은 2루타를 칠 기회가 많아 좋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박동원은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 사이즈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타격을 했다.
실제 박동원은 최근 5년간 타율 0.257에 OPS 0.783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잠실구장에서는 5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2(151타수 38안타)를 올리면서 OPS 0.862로 장타력에서 강점을 보였다. 2루타 9개에 홈런 9개나 친 것이 OPS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배경이었다. 박동원이 잠실에서 만난 상대는 LG와 두산으로, 두 팀 모두 동일 기간 보인 투수력은 평균 이상이었다. LG는 최근 5년간 평균자책 4.08로 1위, 두산은 4.30으로 4위를 기록했다. 박동원의 잠실구장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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