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이 언급한 대출 탕감 헝가리 저출산 대책 참고할 만하다 [핫이슈]

장박원 기자(jangbak@mk.co.kr) 2023. 1. 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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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신혼부부가 자녀를 출산하면 원금과 이자를 탕감해주는 헝가리의 출산지원정책을 언급한 것을 놓고 공방이 거세다.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8일 “국무총리실이 국정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했음에도 나 부위원장이 발표한 것은 부적절한 처사다”고 직격했다. 이에 대해 나 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오해를 일으켜 유감”이러면서도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며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대통령실이 또 발끈했다. 지금까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한 차례도 열린 적이 없고 출산 장려를 위한 대출 지원 같은 정책이 거론된 적도 없는데도 나 부위원장이 자기 정치를 위해 일방적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나부위원장을 해촉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이라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헝거리의 출산지원정책이 우리에게도 실효성이 있을지 따져볼 필요는 있다. 헝가리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19년 베이비 익스펙테이션 론(baby expectation loan) 정책을 도입했다. 저리로 신혼부부에게 1000만포린트(약 4000만원)을 대출해 주고 5년 내 첫째 자녀를 낳으면 이자 혜택을 준다. 둘째는 대출액의 3분의 1을 탕감하고 셋째는 전액 탕감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참고로 헝가리에서 1000만포린트는 직장인 1~2년 연봉에 해당된다고 한다. 다만 대출 탕감 정책을 시행하려면 연간 12조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원 대상자 범위와 이자율, 대출 기간, 탕감 폭 등에 따라 예산은 달라질 수 있지만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제공되는 지원과 중복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토부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가 조율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나 부위원도 “출산연계 원금탕감 정책이 다른 출산장려 정책과 복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단지 현금을 주는 것만으로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을 것이고 다양한 양육지원 제도를 병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나 부위원장은 그러나 “돈을 주는 것만으로 효과가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돈 없이 출산율이 제고되지는 않는다”며 헝거리의 출산지원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헝가리는 인구가 1987년에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의 수)은 2011년 기준으로 1.23명으로 유럽연합 국가 중에 하위권이었다. 헝가리 정부가 대출 탕감이라는 획기적인 저출산 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정책에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정책을 시행한 이후 결혼율과 합계출산율이 꾸준히 올라가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금 지원이 언제까지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 현금 지원이 끊기면 다시 출산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헝가리와 사정이 다른 한국에서 효과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헝가리의 출산지원정책을 참고할 필요는 있다. 한국의 저출산 위기가 그 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2021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명까지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에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 밖에는 없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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