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신협은 토끼를 깨워서 경주하고 협동한다

김복수 한우리신협 이사장 2023. 1. 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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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수 한우리신협 이사장

계묘년 태양이 강추위를 뚫고 희망차게 솟아올랐다.

토끼의 지능은 50으로 호랑이 45, 거북이 20에 비해 높은 편이며 우리 조상님들은 토끼를 꾀 많고 영특한 동물로 인식했다. '꾀쟁이 토끼' 유형의 설화에서는 호랑이에게 잡혀먹힐 위기에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하는 영민한 동물로 묘사했고 판소리 수궁가와 한글 소설 별주부전에서는 부패한 권력을 풍자하는 서민의 대변자로 나온다. 2023년은 이러한 토끼의 DNA가 대한민국에 무한정 전이되어 국운 상승의 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우화 토끼와 거북이의 교훈이 뭔지 기억하시나요. 거북이를 본받으라는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살 수가 없을 것이다. 어떤 유명한 교육철학자가 이스라엘의 키부츠에 초청을 받아서 갔는데 아이들을 모아놓고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이들이 질문을 동시에 퍼부었다. 토끼와 거북이는 친구라고 했는데 왜 거북이는 잠자는 토끼를 깨워서 같이 가지 않았나요. 교육학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토끼와 거북이의 교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기기만 하라고 가르치는 경쟁에 방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친구가 잠들어도 깨우지 않고 살짝 먼저 가서 깃발을 꽂아버리면 그만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친구지만 속으로는 경쟁자일 뿐이기에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상대를 쓰러뜨려야 자기가 올라간다는 것을 시사했다고 사료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키부츠는 협동이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다고 가르치기에 아이들은 친구라면 당연히 깨워서 함께 가야하는 거라고 항변의 질문을 쏟아냈다고 판단된다. 우리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 중이라고 씁쓸한 마음을 토해내고 싶다.

한국신용협동조합이 올해로 63주년을 맞았다. 환갑과 진갑을 넘기고 이윤의 실현보다는 사람을 중심으로 나눔과 상생의 가치를 표방하며 장년의 나이테에 접어들었다. 신협은 가난한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도움으로써 가난을 추방하고 믿음과 사랑의 기반을 다지는 조직으로 잘 살기 위한 경제 운동, 사회를 밝힐 교육 운동, 더불어 사는 윤리 운동 등 3가지 깃발을 나부끼며 교만에 빠진 토끼를 깨우고 거북이와 경주하는 유일한 민간 주도형 협동조합으로 대한민국 제2금융권을 선도하고 있다고 감히 역설해 보는데 이러한 힘의 원천은 가치 기준이 경쟁에 있는 게 아니라 협동에 있다고 강변해본다.

신협운동이 태동하던 1950-1960년대는 일본의 식민지 통치와 분단, 한국전쟁 등으로 경제적 자립 기반이 조성되지 못한 채 경제적으로 허덕이던 때였고 게다가 전근대적인 사회 질서와 산업 구조로 인해 국민 대다수는 유명 가수가 서글프게 부르고 있는 '보릿고개'로 일컬어지는 만성적 빈곤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했다. 서민들이 은행으로부터 대출 등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것은 상상도 안 되는 시기였고 고리채로 고통을 겪었다. 이러한 사회 및 경제상황 속에서 어려운 사람들끼리 십시일반의 정신을 바탕으로 신협운동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자연발생적인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대한민국의 신협의 위상은 미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로 성장했으며 1500만 명의 이용자 수를 넘어서고 있다.

유일한 전국구 금융기관인 신협중앙회 본사가 대전에 존재함으로써 금융 불모지 처지를 면하게 됐고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면에 다 담아낼 수 없음을 고백해본다. 중앙회 본사 자산만 해도 14조 원을 상회하고 있으며 법안세 등 재정적 수입과 인구 유입 등에도 효자 노릇을 소리 없이 하고 있음을 시민들은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앞선다. 또한 제1금융권 못지 않게 신협을 선호하는 전국의 인재들이 대전으로 몰려오고 있다는 점은 가장 가치 있게 홍보와 광고가 아닌 자랑으로 피력해본다. 백악관에도 있는 신협은 우리나라 중핵도시 한밭벌 대전에 본사가 영구적으로 존재해야 할 당위성을 거듭 거듭 강조해본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 했다. 꾀 많은 토끼는 세 개의 굴을 준비한다는 의미다. 사기 맹산군 열전과 전국책 제책에 배경이 되는 고사다. 지혜로움과 귀여움의 대명사인 계묘년 토끼해에 신용과 협동의 횃불을 높이 치켜든 신협과 동행하며 희망과 행운이 가득한 유비무환의 2023년이 되시라 소망하고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김복수 한우리신협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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