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먹던 꽈배기 대신 빵에 맛들인 중국인들[김광수의 中心잡기]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2023. 1. 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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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 챙기는 중국, 빵 선호도 증가
구매 빈도·가격 등 성장세 가속화 중
디저트류도 인기, 韓 'B&C'에 긴 줄
중국 베이징 번화가 산리툰에 진출한 부산의 베이커리 전문점 ‘B&C’. 바이두 캡쳐.
[서울경제]

예로부터 아침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지만 국내 성인 가운데 주 5일 이상 아침 식사를 하는 비율은 50% 정도라고 합니다. 현대인 둘 중 한 명은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는 건데요.

중국인은 우리와 달리 아침을 잘 챙겨 먹는 편입니다. 집에서 직접 준비하는 대신 출근길에 포장한 음식을 회사에 가서 아침을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출근하지 않는 경우에도 집에서 아침을 하기 보다는 밖에서 아침거리를 사와서 먹는 사람이 많습니다.

빵을 아침 식사로 즐기기 시작한 중국인

이런 중국에서 최근 빵을 아침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빵이 중국인의 아침 식사로 자리잡고 있다는 건데요.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즐겨먹는 아침으로는 얇은 반죽을 구워가며 안에 여러 재료를 넣어 만든, 일종의 밀전병 토스트인 '지엔빙'이 대표적입니다. 한국 만두와 비슷하지만 크기나 속 재료가 다양한 '빠오즈', 문재인 전 대통령도 중국 방문 당시 먹어서 화제가 됐던 중국식 꽈배기인 '유타오'와 콩국인 '더우장'도 있죠. 그 밖에 죽류, 면류를 즐기는 중국인도 많습니다.

이런 중국인의 아침 식사에 최근 시리얼, 선식, 빵 같은 서양인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아침 식사비율이 84%로 남성(77%)에 비해 높은 여성들이 주로 빵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방중 당시 아침 식사로 먹은 중국식 꽈배기 ‘유타오’와 콩국 ‘더우장’은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메뉴다. 서울경제DB

중국인들도 서양 문화를 접하고 해외 외식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하면서 빵, 과자, 디저트 등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맥도날드와 KFC, 피자헛, 스타벅스 같은 해외 브랜드 매장에서 관련 제품 소비가 늘고 있죠.

서양식 식습관이 확산돼 젊은층을 중심으로 빵과 우유 또는 요거트, 커피 등을 즐기는 소비자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베이커리 시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베이커리 시장 규모는 2003년 약 600억 위안에서 2021년 2,642억 위안으로 4배 넘게 성장했습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2018년 1956억 위안에서 2019년 2359억 위안으로 늘어났다가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2169억 위안으로 소폭 감소했습니다. 다시 2021년부터 성장세를 이어가 2023년 3000억 위안을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로벌 베이커리 시장이 다소 정체를 보이는 것과 달리 중국은 이제 성장 가속도를 밟기 시작했다고 보면 됩니다.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한 中 베이커리 시장

성장세가 빠른 편이지만 아직 중국의 베이커리 시장은 걸음마 단계라고 보면 됩니다.

2019년 기준 국가별 1인당 베이커리 제품 소비량을 보면 세계 상위권인 멕시코(133.4kg), 이탈리아(116.1kg), 독일(87.8kg) 등은 물론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22.3kg), 싱가포르(17.9kg)에 비해서도 중국은 한참 적은 연간 7.8kg만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것도 급격하게 늘어난 겁니다. 2013년만 해도 중국의 베이커리 식품 1인당 소비량이 5.4kg에 불과했습니다. 7년 만에 44% 정도 늘어난 수치죠. 이같은 중국의 베이커리 소비량을보면 성장 여력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베이커리 제품 구매 빈도 역시 늘어날 여지가 큽니다.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베이커리 제품 소비자 중 매일 관련 제품을 구매한 비율은 12.8%였습니다. 이어 주 4~6회가 30.5%, 1~3회가 42.5%로 나타났습니다. 주 1회 이하는 14.2%였습니다.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주 3회 이하로 베이커리 제품을 구매한다고 했는데요. 이른바 '중독 소비'가 점차 형성되고 있는 만큼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시장도 점차 고급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소비자들이 베이커리 제품을 구매할 때 58.7%는 40위안 이하 제품을 구매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어 37.6%가 40-100위안을 쓰고, 100위안 이상인 경우는 3.7%에 그쳤습니다.

베이커리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고가 제품 시장이 형성되기 보다는 주로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판매되는 저가 제품에 소비자들이 익숙한 편입니다. 중국 베이커리의 가격은 한국에 비해 비싼 편입니다.

파리바게트만 비교해도 우리나라에 비해 빵 값이 20% 정도 비싸고 케잌 가격은 2배 정도나 됩니다. 중국인들이 베이커리 매장 제품의 입맛에 길들여진다면 자연히 지금보다 더 평균 소비 금액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인들이 디저트 전문점에서 제품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바이두캡쳐.

중국에서 베이커리류 중에서 빵에 대한 선호만큼 디저트류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디저트 전문점을 의미하는 '덴신쥐'가 최근 대도시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데요. 기존에 어른들이 선호하는 전통 제과들과 달리 젊은이들의 좋아하는 메뉴들로 채워져 '신중식' 디저트 전문점으로도 불립니다. 일부 디저트 전문점은 1시간 넘게 줄을 늘어설 정도라고 하는데요. 신선한 제품을 즉석에서 만드느라 대기 줄이 길어지고, 인기 제품들은 품절되거나, 개인당 1~2개로 판매를 제한할 정도입니다.

지역별로 명소가 된 디저트 가게에서 디저트를 먹으며 인증샷을 올리는게 젊은이들에겐 유행일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부산의 유명 베이커리인 'B&C'도 중국 베이징 번화가인 산리툰에 2021년 말 문을 열고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늘 길게 줄을 늘어서야 하고, 미리 물건을 구매한 뒤 웃돈을 주고 파는 대리상들까지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절대 강자 없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중국은 아직 베이커리 시장이 성숙하지 못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을 특정하기 쉽지 않다는 건데요.

작년 12월 한 중국 기업이 집계한 브랜드 지수에 따르면 싱푸시빙(幸福西?), 하오리라이(好利?), 우타오런탕수이푸(五?人糖水?), 슝마오부저우(熊猫不走)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블리스케이크라고도 불리는 싱푸시빙은 2008년 만들어진 회사로 O2O(Online to Offline) 케잌 배달 서비스 업체입니다. 처음엔 오프라인 매장 위주로 문을 열었다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2013년 온라인 채널로 전환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죠.

홀리랜드라는 영문명을 사용하는 하오리라이는 1992년 설립됐습니다. 카페형 베이커리인데 치즈케잌이 유명합니다. 2019년 발표한 브랜드 다양화 전략을 통해 지역별로 다른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고. 중국 여성들이 프로포즈 받을 때 받고 싶어한다는 프리미엄 케잌 브랜드 블랙스완도 별도로 운영중입니다. 창업자 뤄홍은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자신의 갤러리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에 2004년 진출해 중국 내 매장 300개를 돌파한 파리바게트. 바이두캡쳐.

한국계 베이커리도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했습니다.

파리바게트가 2004년 상하이에 첫 점포를 냈고 2017년 8월 청두 매장을 오픈해 200호점을 열었습니다. 지금은 매장 수가 300개를 넘습니다.

작년 9월 상하이시 당국으로부터 4월 상하이 전면 봉쇄기간에 공장이 폐쇄되자 연수센터를 활용해 빵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우리돈 1억원이 넘는 벌금을 부과받았는데요. 당시 만든 빵을 주민들에게 정가로 판매하거나 교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는 이유로 오히려 동정론을 받았습니다. 이른바 '돈쭐'이 났을 정도로 파리바게트는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또다른 한국 브랜드로 CJ그룹의 뚜레쥬르가 있습니다. 2005년 중국에 진출한 뚜레주르는 건강함을 앞세워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2019년 사모펀드와 합작법인을 설립해서 운영하는 방식으로 중국 사업을 전환했고, 2020년 충칭 법인, 2021년 광저우 법인을 청산하며 사업이 축소됐습니다.

투자금 몰릴 만큼 시장 전망 밝아

중국의 베이커리 사업에 돈이 몰리는 것만 봐도 전망이 아주 밝은 편입니다.

중국 베이커리 산업에 투자한 금액이 2021년 26개 브랜드에 61억4000만 위안으로 한화 1조원을 훌쩍 넘습니다. 2016년의 3배에 달하는 수치인데, 코로나19 영향을 감안하면 대규모 투자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건강을 앞세운 제로슈가(무설탕) 베이커리, 알레르기 유발 원료를 포함하지 않는 베이커리, 도넛이나 크로아상 전문점 등 기존에 비해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브랜드에 자금이 몰렸습니다.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 보급의 확산으로 냉동 베이커리 제품의 시장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중국에서 베이커리류는 간식의 개념이 강하지만 바쁜 현대 사회에 편리함을 추구하게 되면서 아침을 중심으로 빵류가 자리잡듯이 점차 식사 메뉴로도 베이커리류의 활용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커피를 즐기는 중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카페에서 즐기는 디저트나 식사 대용 제품도 지금보다 늘어나겠죠.

아직은 초기 단계인 만큼 한국 기업들도 더 활발하게 진출한다면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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