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운명처럼 찾아온 작품… 아이 떠올리면 저절로 감정 훅 올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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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성에게든 임신과 출산은 두려운 일이다.
그보다 더 두려운 일은, 출산 후 일터로 복귀하는 것.
"이 작품을 만약 미혼일 때 받았다면 무서워서 못했을 것 같아요. 서사가 강한 작품을 하고 싶다는 갈증은 있었는데 그보다는 대극장에서 시원하게 부르는 노래를 많이 했잖아요. 관객들이 저에게 원하는 게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임신, 출산을 겪으면서 제 인생에도 변화가 생겼잖아요. 그때 운명같이 이 작품이 찾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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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배우 정선아
커리어우먼·엄마의 삶 그린
‘이프덴’으로 무대 완벽 복귀
어느 여성에게든 임신과 출산은 두려운 일이다. 그보다 더 두려운 일은, 출산 후 일터로 복귀하는 것. 뮤지컬 배우 정선아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결혼한 후 딸을 낳고 뮤지컬 ‘이프덴’으로 복귀한 그 역시 “울면서 연습했다”는 말로 그때의 두려움을 고백했다.
다음달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이프덴’은 사소한 선택으로 갈라진 한 인물의 두 가지 일생을 현실적으로 풀어낸 뮤지컬. 커리어 우먼의 모습과 한 가정의 어머니로 살아가는 모습이 대조를 이루며 임신과 육아, 일 등에 관한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공감을 산다.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선아는 ‘이프덴’을 “운명같이 제게 찾아온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을 만약 미혼일 때 받았다면 무서워서 못했을 것 같아요. 서사가 강한 작품을 하고 싶다는 갈증은 있었는데 그보다는 대극장에서 시원하게 부르는 노래를 많이 했잖아요. 관객들이 저에게 원하는 게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임신, 출산을 겪으면서 제 인생에도 변화가 생겼잖아요. 그때 운명같이 이 작품이 찾아왔어요.”
실제로 뮤지컬 ‘아이다’의 ‘암네리스’, 위키드의 ‘글린다’ 등 시원한 가창력과 화려한 비주얼이 돋보이는 대극장 공연을 주로 해온 그에게 ‘이프덴’은 모험과 같은 작품이다. 서사 중심의 작품이어서 집중력을 요하는 연기인 데다 두 갈래의 인생을 사는 인물을 홀로 연기해야 해 대사량도 엄청나다. 넘버들의 장르도 다양하고 곡 자체의 난도도 높다. “제가 노래를 잘해서 ‘저 정말 잘하죠’ 하면서 감동을 드릴 수도 있지만 연기에서, 메시지에서 오는 감동이 참 크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배웠어요. 배우로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출산 후 복귀작으로 모험을 하기 전 걱정이 컸다고 그는 털어놨다. “예전보다 못 하면 어떡하지? 기대감은 높여놨는데 옛날 같지 않다는 반응이면 어떡하지? 계속 걱정했어요. 19세 때 데뷔했던 무대보다 이번 무대가 더 떨렸어요. 그래서 첫 번째 공연이 끝나고 많이 울었습니다. 첫 커튼콜 때 박수를 크게 쳐 주셨는데, 느낌이 많이 달랐어요. 이전보다 더 사랑받는 기분이랄까요. 제 새로운 인생에 박수쳐 주시는 것 같았어요.”
아이를 낳은 후의 연기는 많이 다르냐고 물었다. “많이 달라요. 제가 뭔가를 연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무대에서 아이를 생각하고 제 삶을 생각하면 감정이 훅 올라와요. ‘관객 여러분, 저 슬퍼요’ 이게 아니라 그냥 거기에 빠져서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정말 좋은 시기에 임신, 출산을 겪고 이걸 연기하는 인물을 통해 배어 나오게 할 수 있다는 게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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