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文 보고때 서해피격 빠져”…“서훈, 가정불화 알리라”월북몰이
徐 지시로 ‘대통령 보고’서 서해피격 삭제
CCTV 사각지대서 실종 강조 지시도
김홍희, 수사발표 주저한 해경 국장에
“올해 승진해야 하지 않나?” 압박
해경이 없다던 구명조끼, 창고서 발견
또 서훈 전 실장은 사건 직후 고(故) 이대준 씨가 자진월북했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주기 위해 해양경찰청에 그의 가정불화와 그가 선내 CC(폐쇄회로)TV 사각지대에서 실종됐음을 보도문에 적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공소장에 당시 “이씨 월북 증거로 나온 ‘선실에 없다던 구명조끼’가 실은 해당 선박 창고에 있었다”는 등 당시 해경의 3차례 수사결과 발표가 잘못됐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법무부는 이 공소장을 이례적으로 기소 한달이나 지나서 국회에 제출했는데, 제출 시점이 서훈 전 실장의 보석 심사를 이틀 앞둔터라 이를 염두에 둔 조치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10일 법무부가 전날 국회에 제출한 서훈 전 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의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행사 등 혐의에 관하 117쪽 분량 공소장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은 “서훈 전 실장은 피격 사건 은폐를 위한 보안유지 지시를 하기 전은 물론 지시한 이후에도 즉시 그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2020년 9월 23일)서 전 실장은 윤형중 국가안보실 사이버정보비서관(현 한국공항공사 사장)에게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내용을 매일 아침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모 보고에 포함시키지 말 것을 지시”했고 “윤 비서관은 그날 아침 무렵 행정관에게 해당 보고 초안에 기재돼 있던 서해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내용을 삭제하도록 지시해 이 내용이 삭제됐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서 전 실장이 적극적으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해피격 보고를 저지했다는 점을 명기한만큼 이 사건으로 문 전 대통령이 기소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그간에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 가능성을 낮게 둬 왔다.
검찰은 공소장에 서 전 실장이 사건 당일인 2020년 9월 22일 오후 7시경 실종 보고를 받고도 퇴근했고, 이후 이씨가 피살되자 자신의 행동과 다음날 새벽 문 전 대통령의 UN화상연설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것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월북몰이’를 했다고 적었다.
서 전 실장은 다음날(9월 23일) 오전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이대준의 월북 여부에 대해 가능성이 높게 보인다는 방향으로 정리를 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서 전 장관은 그날 저녁 군의 최초 분석보고서를 받고 “분석보고서의 결론에 ‘자진’을 추가해 ‘자진 월북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고 작성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또 서 전 실장은 같은 날 오후 이씨가 자진월복했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주기 위해 김홍희 해경청장에게 “2가지 팩트 반영한 보도문 작성배포 또는 (배포곤란시) 기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식으로 전달, 1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을 벗어놓고 실종, 2 지방에서 가정불화로 혼자 거주” 라는 내용을 관계자를 통해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해당 CCTV는 당초 고장난 상태라, 사각지대와는 관련이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 전 실장은 다음날인 24일 ‘구명조끼 착용’에 대해 해경에서 작성한 자료에 월북에 배치되는 수사내용이 확인되자, 서 전 장관에게 ‘국방부 감시자산 확인 결과를 해경에 제공해 구명조끼 착용을 확인한 것으로 정리’하도록 회의 결과를 정리하고 이를 발표문에 반영할 것을 지시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2020년 당시 해경이 3차례에 걸쳐 내놓은 수사결과 중 이씨의 자진월북 근거가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해경의 1차 수사결과에서 자진월북 근거로 든 ‘실종 당시 실종자의 신발이 선상에 남겨진 점’에 대해 “당시 이씨의 신발인지 여부와 바다에 빠지기 전에 이씨가 해당 신발을 착용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경의 3차 발표 중 ‘B형(붉은색)의 구명조끼가 침실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씨가)이 B형의 구명조끼 착용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검찰은 “이씨가 착용하고 있던 구명조끼에 ㅇㅇ(한자로 추정)가 기재돼 있다는 국방부 첩보 내용과는 달리 무궁화10호에는 그러한 유형의 구명조끼를 보관한 사실이 없었다”며 “이씨 침실에 있던 B형 구명조끼는 무궁화10호의 선상 갑판 비품 창고에서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또 B형 구명조끼은 원래 주황색인데도 첩보상 이씨가 입고 있던 구명조끼가 붉은색이라는 점에 맞춰 일부러 해경 수사결과에 붉은색이라고 허위기재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오히려 이씨가 자진월북하기 보기 어려운 정황을 다수 확인했다. 이씨의 방수복이 그의 선실에 그대로 있었고, 그의 휴대전화에서 북한 추종, 월북 방법 등 검색내역이 전혀 확인되지 않은데다 그가 가족과 사망 전날까지 통화했고 “하선하면 딸에게 생일선물을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는 점 등이 확인됐다.
김홍희 해경청장은 서 전 실장의 지시를 받고 월북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부하 간부를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청장은 2020년 9월 27일 해경 수사정보국장에게 2차 수사결과 발표를 할 것을 지시했는데 이에 해당 국장은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 전 청장은 해당 국장의 경무관 계급 정년을 언급하며 “올해 승진해야 하지 않냐?”며 재차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해경은 그해 10월 21일 이씨의 자진월북 발표를 위해 정신과 전문가를 졸속으로 섭외했지만 이중 7명 중 1명만이 이씨와 관련해 ‘정신적 공황상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이씨의 도박 채무를 자진 월북의 근거로 3차 발표문 작성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달 서 실장 등을 기소한지 한달만인 지난 9일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8월부터 ‘기소 7일 후 공소장 국회 제출’ 원칙을 정했고 그간 상당수 기소 사건 공소장을 이에 맞춰 국회에 제출해 왔다.
그러나 이번 서해사건 공소장은 이례적으로 한달동안 제출하지 않다 뒤늦게 제출했다. 이를 두고 오는 11일 서 전 실장의 보석 심문을 앞두고 장외 여론전을 펼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11일 오전 서 전 실장의 보석 심문기일을 연다. 같은 재판부는 오는 20일 서 전 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여나 공소장 낭독은 그 뒤 첫 공판기일에 이뤄진다.
다만 법무부는 공소장 내 SI(군사기밀첩보) 내용이 있어 국회 제출에 있어 국방부와 협의 과정에서 상당 부분 시일이 소요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 제출된 공소장에는 군사 정보와 관련된 내용이 상당부분 여백 처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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