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청 노동 격차 해소한다더니…파견업종 더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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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청과 고용형태에 따른 노동조건 격차 해소를 내세운 정부가 그동안 재계 민원이 끊이지 않은 파견제도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제도를 선진화한다고 하나, 사실상 재계 요구대로 적법도급의 범위와 파견허용 업종을 넓혀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개악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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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원하청과 고용형태에 따른 노동조건 격차 해소를 내세운 정부가 그동안 재계 민원이 끊이지 않은 파견제도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제도를 선진화한다고 하나, 사실상 재계 요구대로 적법도급의 범위와 파견허용 업종을 넓혀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개악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9일 윤석열 대통령에 업무보고한 자료에서 노동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로 ‘파견제도 선진화’를 포함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현재 노동부 가이드라인 수준에서 설정한 노동자 파견과 도급의 구분 기준을 그 안에 넣겠다는 것이다. 또 32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 허용업종을 확대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구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영계는 그동안 꾸준히 파견과 도급 구분 기준을 명시하고 허용업종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파견·도급 기준 명시는 하청노동자가 원청기업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기업들이 줄줄이 패소하면서 요구가 더욱 거세졌다. 현행 파견법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노동자 파견을 금지한다. 기업들은 2년이 넘으면 직접 고용해야 하는 파견 노동자를 사용하는 대신, 공정 일부를 도급하는 방식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를 사용하는 관행이 만연하다.
하지만 법원은 △원청 사업주가 지휘·명령을 하고 △하청업체의 사업이 원청업체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고 △하청노동자의 근태·인사 등에 관한 권한이 원청에 있다면 도급이 아닌 ‘근로자 파견’으로 봐 원청사업주에게 직접고용 의무를 부과한다. 이런 판단 기준은 십수년 전부터 확립돼왔는데, 완성차·철강 등 제조업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은 “파견이 아닌 도급”이라고 주장해왔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대법원 판례와 해외 사례 등을 바탕으로 파견·도급 기준을 파견법에 명시해 법적 분쟁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결국 현재 불법파견으로 분류되는 도급을 합법화하려는 조처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탁선호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법원에서 사업장 사정과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구분 기준을 법률에 명시한다고 해서 분쟁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들이 껄끄럽게 생각하는 파견·도급 기준을 완화해 기업에게 유리하게 입법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파견 허용업종 확대도 노동계의 격렬한 반발을 부르는 대목이다. 지금도 불법파견이 횡행하고 파견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차별 시정 제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허용업종을 확대하면 불안정 노동이 확산할 것이란 우려다. 정현철 전국금속노조 시흥안산지역지회장은 “제조업에 파견이 허용되면 중소 제조업의 노동조건을 하향평준화해 인력난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이라며 “기업들이 현행법의 파견노동차 차별 금지 원칙을 지키지 않는 현실에는 노동부가 관심조차 보이지 않다가 오히려 제도를 개악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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