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LIVE] 박항서, ’후배 신태용’에게 동남아 ‘매운맛’ 선사하다
[골닷컴, 하노이] 동남아 무대의 구력은 역시 달랐다. 준비 과정과 상대 분석, 승리를 만드는 요령까지 선배 박항서가 후배 신태용을 압도했다. 최소한 동남아 무대에선 선배가 절대 우위에 있다.
9일 저녁 베트남 하노이 미딩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AFF컵 준결승 2차전에서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이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를 2-0(합 2-0)으로 완파해 결승에 올랐다. 전반 3분과 후반 2분 스트라이커 응유엔 티엔린(25)이 두 골을 터트렸다. 베트남의 AFF컵 결승 진출은 통산 네 번째, 박항서 감독 부임 이후 두 번째다. 박항서 감독은 2018년 이후 두 번째 우승을 노린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대회(2020년 준우승)보다 못한 성적표만 남긴 채 대회를 마감했다.
# 치열한 신경전
이번 매치업은 두 감독의 관계 경색으로 시작 전부터 달아올랐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렸던 준결승 1차전에서 박항서 감독은 신태용 감독의 악수 제의를 거절했다. 통상적 관례인 경기 하루 전 기자회견 기념촬영도 불발된 터였다. 과거 동남아 매체 인터뷰에서 신태용 감독은 “한국에서 박항서 감독은 그리 성공하지 못한 지도자”라고 저격한 적도 있었다. 이번 현장 취재에서 필자가 베트남 기자로부터 받은 첫 질문이 “두 사람 사이가 왜 이리 나쁜가?”였을 정도다.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감독으로 부임했던 2020년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불편해졌다. 동남아 무대에서 박항서 감독은 이미 명장 반열에 오른 상태였다. 그런데 신태용 감독은 시작부터 FIFA월드컵 출전 지도자라는 화려함과 특유의 자신감이 도드라졌다. 우승 실적 없이도 신 감독은 고용주를 공개 비판하거나 현지 환경을 불평했다. 자국 협회를 극도로 불신하는 인도네시아 축구 팬심이 든든한 우군이 되어줬다. 열악한 환경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은 지금까지 우승과 금메달이란 ‘진짜 실적’을 다수 남겼다. 동남아 선배의 눈에 후배의 그런 언행이 ‘요란한 빈 수레’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두 감독의 어색한 관계는 준결승 2차전을 앞둔 기자회견장에서도 드러났다. 신태용 감독이 “다들 1차전을 봤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자 박항서 감독은 “내일 내가 이기면, 제발 그 입으로만 떠들지 말고 결과로 보여주길”이라고 받아쳤다. 경기 당일에도 두 감독은 악수는커녕 눈길 한번 마주치지 않았다.
# 2차전을 준비한 베트남, 1차전에 취한 인도네시아
결과가 말하듯이 박항서 감독의 완승이었다. 원정 1차전에서 밀렸던 베트남은 홈 2차전에서 본색을 드러냈다. 중원 압박으로 볼을 빼앗는 즉시 상대 뒷공간으로 다이렉트패스를 넣기를 반복했다. 전반전 선제골이 딱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리드를 지키는 운영 면에서도 베트남이 확연히 앞섰다. 인도네시아의 조급한 전진을 중원에서 미리 차단했고, 측면에서는 수적 우위를 만들어 봉쇄했다.
베트남의 우세는 상대 분석의 결과물이었다. 경기 후 박항서 감독은 “상대 비디오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뒷공간에 볼이 떨어질 때마다 인도네시아 수비수들이 우왕좌왕하더라. 투톱을 세워 계속 그런 상황을 시도했다”라고 밝혔다. 실제 경기에서 베트남의 직선 패스가 날아갈 때마다 인도네시아의 수비 조직이 마구 헝클어졌다. 후반전 추가골도 미리 약속한 코너킥 연결 패턴이 그대로 적중했다. 최소한 동남아 무대에서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은 준비한 내용을 실천할 수 있는 팀이었다.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는 미숙했다. 1차전 우세가 남긴 숙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느낌이었다. 실점 직후 인도네시아는 반격이 아니라 더 위축되는 모습을 연발했다. 마치 베트남에 리드를 허용하는 상황을 한 번도 대비하지 않은 팀처럼 보였다. 자기 진영에서는 상대의 전방압박에 애를 먹었고, 상대 진영에서는 서두르다가 기회를 낭비했다. 90분 내내 ‘빅찬스’ 하나 만들지 못한 채 인도네시아는 무릎을 꿇었다. K리그에서 뛰는 아스나위도 베트남의 왼쪽 윙백 도안 반하우와 동남아 최고 윙백 맞대결에서 완패했다.
# 경기 후 더욱 극명했던 희비교차
경기 후 두 감독이 보인 반응까지 대조적이었다. 박항서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는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기도 하지만, 끝나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라며 현지 언론의 ‘기싸움 집중조명’에 선을 그었다. 현지 언론은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는 박항서 감독을 박수로 환영했고, 한 기자는 결승전 각오를 물으면서 “더는 증명할 필요가 없겠지만”이라는 존경의 단서를 달았다.
패장의 자존심은 마구 구겨졌다. 1차전과 달라진 이유를 묻자 신태용 감독은 2차전 경기가 펼쳐진 미딩국립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원망했다. 신 감독은 “우리 홈경기장은 완벽했다. 지난 5월(동남아시안게임; 시게임)에 왔을 때보다 이곳 잔디 상태가 이렇게 망가질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두 팀의 차이에 관해선 “분석해야 할 것 같다. 현재로서는 잘 모르겠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타는 속은 알겠지만, 아쉬움이 남는 답변이었다.
신태용 감독의 체면은 베트남축구협회의 구원을 받았다. 한 베트남 기자가 “한국에서도 이 경기가 중계되는데 언론 매체에서는 온통 박항서 감독의 이름만 나오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동석했던 베트남축구협회 홍보팀장이 “오늘 경기에 관한 질문만 받겠다”라며 기자의 양해를 얻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적장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보호해주는 센스였다.
박항서 감독은 13일과 16일 AFF컵 결승전 2경기를 앞뒀다. ‘라스트댄스’에 적합한 무대다. 동남아 도전 4년 차인 신태용 감독의 손은 여전히 비어있다.
글, 사진 = 홍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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