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의 언중유향]높아진 시선, 독일 출신 위원장의 청사진이 궁금해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전차 군단' 독일은 오만과 최종 담금질을 했다. 독일은 월드컵에서 스페인, 일본, 코스타리카와 죽음의 E조에 있었다.
오만을 선택한 것은 카타르와 멀지 않은 국가였고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일본과 같은 조에 있어 간접적으로 경기력을 경험할 좋은 기회였다는 점이 작용했다. 오만은 첫 경기였던 일본 원정에서 1-0 깜짝 승리로 초반 구도를 크게 흔들었다.
물론 뒷심 부족으로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에 본선 진출권을 허락했고 호주에게도 밀려 플레이오프 진출 꿈을 꾸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홈에서 다시 일본과 만나 0-1로 아깝게 패하는 등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보여줬고 중국을 2-0으로 이기는 등 저력을 보여줬다.
독일은 전력을 아끼며 오만을 상대했지만, 역습에 애를 먹었다. 후반 35분에서야 니클라스 필크루크(베르더 브레멘)의 결승골로 1-0 신승을 거뒀다. 당시 카타르 월드컵 준비를 위해 카타르에서 위성 방송으로 오만-독일전 생중계를 함께 시청하던 동료 취재 기자가 "저러다 독일 지겠는걸요"라고 할 정도로 오만은 독일을 심리적으로 흔들었다.
결국 오만 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던 독일은 본선에서 일본의 역습에 당하며 1-2로 패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고 스페인에 1-1로 비기면서 코스타리카를 4-2로 이기고도 골득실에서 밀려 탈락했다. 독일 역사상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전 0-2 패배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아시아 팀에 패배, 탈락하는 허무한 상황과 마주했다.
오만-독일전 예를 든 것은 그만큼 세계 축구의 격차가 더 좁혀져 가고 있어 대표팀을 이끄는 지도자라면 폭넓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함이다. 향후 오만을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이나 최종예선에서 만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아시아에서부터 조심히 돌다리를 두드리며 갈 필요가 있다.
물론 48개국 체제에서 아시아 출전권이 4.5장에서 8.5장으로 늘어 한국이 본선에 가지 못한다고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이는 시선을 본선에 맞춰 돌려야 하고 그에 걸맞은 지도자가 태극전사를 지휘해야 한다는 것과 같다.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과 재계약한 일본과 비교하면 분명 느린 것이 사실이다. 일본이 연속성을 위해 모리야스를 신임했다면 한국은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과 재계약하지 못하고 공백이 생기면서 긴 호흡으로 지도자를 봐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새 감독을 두고 '국내 지도자도 좋다'는 의견과 '무조건 해외 지도자'라는 벤투 감독이 가진 철학에 기반한 기준이 월드컵 종료 이후 현재까지 계속 충돌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 코치 등 '사단'을 꾸려 한국에 머물며 열정적으로 지휘했고 빌드업에 기반한 전방 지향이라는 꾸준한 과정을 만들어 강팀의 이름값에 밀리지 않고 주도적인 경기 구현에 성공했다.
물론 이전 월드컵과 다른 변수도 꼽아야 한다. 카타르는 이동이 없어 선수들의 경기 외적 체력 소모가 조금은 적었다. 하지만, 반대로 빡빡한 경기 일정에 부상자가 속출하며 16강에서는 브라질의 템포를 따라가지 못해 초반 주도권에서 밀리며 8강 꿈을 접었다. 북중미는 캐나다, 미국, 멕시코라는 넓은 지역 이동이 불가피하다. 과학적 체력 관리라는 현실적 과제를 확인한 대표팀이다. 동시에 선수들의 몸을 관리하는 체계 재정비의 필요성도 확인됐다.
이는 지도자가 스포츠 과학도 충분히 인지함과 동시에 세계 축구의 전술적 경향, 점점 상업적인 가치를 축구하는 축구협회와의 조율, 각급 연령별 대표팀 선수 활용 조정 등 한국적인 환경도 충분히 이해가 필요하다.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선수들을 이해하면서 현대 축구의 경향을 잘 이식해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개인 전술 역량에서 선수 활용 능력 극대화와 새로운 얼굴 찾기의 탁월함도 보일 필요가 있다
국내, 외국인 할 것 없이 공통된 과제와 다시 4년을 준비하는 과정 앞에서 독일 출신인 미하엘 뮐러 기술발전위원장이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에 선임된 것은 축구협회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로 향하는 초석을 다지기 위함이라는 평가가 많다.
뮐러 위원장이 선임됐다고 단순히 외국인 감독이 선임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은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가 독일축구협회에서 오래 몸담았었고 연령별 대표팀 코치와 스카우트 경험이 있다는 점은 전체를 아우를 지도자 선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이 월드컵에서 두 번 무너졌지만, 탄탄한 리그가 있고 국가대표 체계도 선진적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월드컵을 기점으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오른 한국 축구에 뮐러 위원장이 11일 밝힐 청사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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