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배 위에서 오피셜을 띄워?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는 'K-오피셜'

윤진만 2023. 1. 10.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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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기를 든 권완규(왼쪽)와 윌리안. 출처=FC서울
출처=FC서울 유튜브 영상 캡쳐
출처=FC서울 유튜브 영상 캡쳐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쯤되면 '전쟁'이다. '신박한 오피셜'을 띄우기 위한 K리그 구단들의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하다. 새롭게 이적한 선수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거나, 배 위에서 포즈를 취하는 장면까지, 오피셜이 빠르게 '진화'하는 중이다. 비시즌에 재미를 더하는 이런 오피셜에 팬들은 환호하고 있다.

FC서울은 8일 공식 SNS와 유튜브를 통해 공격수 윌리안, 수비수 권완규 영입 오피셜 영상을 공개했다. 각각 대전하나 시티즌과 성남FC에서 영입한 두 선수는 구단 사무실, 경기장, 훈련장이 아닌 주유소에서 첫 임무를 소화했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FC서울 모기업 GS그룹 계열사인 GS칼텍스의 에너지플러스 허브 삼방주유소에서 주유했다. 운전석에 앉은 권완규가 "기름 부족한데 여기서 넣고 갈까?"라고 묻자, 윌리안은 "뭐? 시간 없어. 오늘 FC서울 계약 날인데 늦으면 안 돼"라고 말한다. 황당해하는 윌리안을 향해 코웃음 한번 날린 권완규는 신속하게 기름을 넣은 뒤, "FC서울 계약하러 가자"고 말한다.

서울은 1분5초짜리 영상에서 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GS칼텍스 앱의 장점을 소개하면서 구단 새 얼굴까지 소개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서울은 지난달 22일 공격수 임상협, 측면 수비수 박수일 이시영까지 3명의 오피셜 사진을 찍어 올리는 '편피셜(편의점 오피셜)'을 '시전'해 팬들로부터 '참신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서울 구단 마케팅PR팀 성 민 차장은 "서울 연고 구단으로서의 정체성을 세워준 모기업 GS와 GS그룹 계열사를 홍보하는 건 당연한 의무이자 예의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GS와 함께하는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년 전 입단 당시와 같은 장소에서 재계약 오피셜 사진을 찍은 이청용. 사진제공=울산 현대
◇울산 유니폼을 입고 '주황색' 선박의 선두에 선 주민규. 사진제공=울산 현대
◇포항 호미곶 등대 앞에 선 제카.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K리그 디펜딩챔피언 울산 현대는 오피셜계의 '챔피언'이다. 지난해 여름 현대중공업 공장 내부 등을 배경으로 찍은 헝가리 공격수 마틴 아담의 오피셜 사진은 헝가리 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특별한 장소에서 의미를 담은 오피셜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주장 이청용은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의 용 미끄럼틀 앞에서 재계약을 알리는 오피셜 사진을 찍었다. 대왕암공원은 별명이 '블루드래곤'인 이청용이 3년 전 울산에 입단했을 당시에 오피셜 사진을 찍었던 장소라 더 뜻깊다. 제주로 떠났다가 4년만에 돌아온 공격수 주민규는 해양경찰 선박 위에서 푸른 제복을 입고 울산에 입항했고, 성남 소속이던 미드필더 김민혁은 성남시 HD현대 글로벌 R&D 센터에서 울산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지난해 '국대 수비수' 김영권은 한국우주전파관측망 울산전파천문대에서 입단 사진을 찍었다.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사진은 자연스레 축구팬, 비축구팬 할 것 없이 지역의 명소를 알리는 '도시 홍보 효과'로 이어졌다. 포항 스틸러스는 포항의 지역 명소인 호미곶 해맞이광장, 송도해수욕장 평화의 여신상, 강원FC는 강릉에 위치한 오죽헌, 양구에 위치한 양구수목원, 광주FC는 김대중컨벤션센터, 천안시티FC는 천안독립기념관, FC안양은 안양 관양시장, 부산 아이파크는 부산 미래 도서관(부산시청) 등에서 '지역사회 오피셜'을 촬영했다. 'K-오피셜'은 해외에 '역수출'되기도 한다. 지난해 1월 조나탄 링(제주)의 주유소 오피셜은 링의 조국인 스웨덴 축구계에도 유행을 일으켰다.

◇제주의 2023시즌 오피셜 컨셉은 '꿈나무와 함께'이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오피셜 맛집' 제주 유나이티드는 올해부터 '꿈나무오피셜'을 새로 시작했다. 영입생들이 축구 꿈나무들과 함께 훈련하는 사진을 찍는 프로젝트다. 제주에서 '상생(함께 살기)'을 넘어 '상성(함께 성장)'을 이루자는 취지다. 유리, 헤이스, 이기혁 김승섭 연제운이 중문초, 화북초, 제주서초, 제주동초 등을 방문했다. 제주 구단 홍보담당 원일권 프로는 "2019년 여름 최규백의 고깃집 촬영을 시작으로 구자철의 한라산 등정 오피셜까지, 우리 구단이 돋보일 수 있는 오피셜을 많이 기획해왔다. '다 같이' 돋보일 수 있는 오피셜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꿈나무오피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계속 새로운 걸 찾다보니, 구단 홍보팀 직원들은 창작의 고통을 호소한다. 2023시즌 개막 전까지 누가 어느 팀으로 이적하고, 또 어떤 오피셜이 등장할지 기대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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