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청구공사' 손실 현실화되나… 10대 건설 12.5조, 9개월새 2.3조 급증

김노향 기자 2023. 1. 1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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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건설업계 '줄도산' 공포] ③ 공격적 도시정비 수주, 부메랑되나

[편집자주]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서 비롯됐던 것을 상기할 때 최근에 불거진 건설업계 자금경색은 경제와 산업계 전반이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 강원도 테마파크 레고랜드의 채무불이행 사태를 발단으로 건설채권금리가 급상승하면서 건설 구조조정 위험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2010년대 초반 채권은행들의 대규모 건설업 구조조정과 대형 업체 인수·합병(M&A)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격적인 수주 활동으로 매출을 늘려온 업체들은 미청구공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공사대금을 제대로 정산받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수 년 간 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사업에서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벌였던 건설업체들은 공사를 하고도 비용을 받지 못한 미청구공사(계약자산)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우려가 커졌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2023년이 더 무섭다"… 자금줄 막힌 건설, 고개 든 '부도설'
(2) 고비 넘긴 '롯데'… 부채비율 441% '태영', 채권만기 전망은?
(3) '미청구공사' 손실 현실화?… 10대 건설 12.5조, 9개월새 2.3조 급증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리 상승으로 올해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건설업계 역시 잠재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 수 년 간 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사업에서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벌였던 건설업체들은 공사를 하고도 비용을 받지 못한 미청구공사(계약자산)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우려가 커졌다.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서 비롯됐던 것을 고려할 때 금융권으로부터의 자금경색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평가(시평) 10대 건설업체의 2022년 3분기 미청구공사액은 총 12조5742억원으로 2021년 말(10조227억원) 대비 25.5% 증가했다. 미청구공사액이 가장 많은 회사는 현대건설로 3조8239억원에 달했다. 미청구공사는 건설업체가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하기 전 장부상 자산으로 인식한 돈이기 때문에 회사가 영업을 잘해 더 많은 공사를 수주할수록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서 비용만 쓰는 경우다. 최근처럼 자재비를 포함한 물가 상승과 함께 조달금리가 급등하면 공사 원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만약 늘어난 공사비를 발주처로부터 제대로 받지 못하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이는 물가 상승 반영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공공공사보다 다툼의 소지가 큰 민간공사에서 더 문제다. 아파트 시공 역시 분양 실적에 따라 제때 공사비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선 사업장을 떠안는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대형건설업체들은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를 감안할 때 미청구공사액 자체가 절대적인 위험 요소는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공사비 수금 여부는 시장 상황에 좌우되는 만큼 리스크가 될 공산이 크다. 10대 건설업체 중 2022년 3분기 기준 미청구공사가 전년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시평 9위인 SK에코플랜트였다.
SK에코플랜트 본사 사옥 /사진제공=SK에코플랜트


2~3년 후 미청구공사 손실 현실화… SK에코플랜트, 9개월 새 99.5% 급증


미청구공사는 일종의 계약자산이지만 불황일 때 건설업체에는 손실로 돌변할 수 있다. 재무제표에는 매출로 앞당겨 인식하지만 향후 공사에 들어가는 원가 비용이 늘어날수록 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예상 공사대금은 100억원, 원가는 80억원인 공사가 있다고 가정할 때 공정률 50% 단계에서 원가 40억원을 예상했는데 실제 투입된 비용이 그보다 많으면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다.

10대 건설업체의 미청구공사 절대 금액으로 보면 현대건설(3조8239억원) 롯데건설(1조6494억원) 삼성물산(1조4867억원) 등의 순이다. 하지만 매출 대비 미청구공사비율은 롯데건설(40.0%)이 가장 높고 HDC현대산업개발(34.2%) 현대건설(25.2%) SK에코플랜트(23.4%) 현대엔지니어링(20.8%) 등이 뒤를 이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며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1조1000억원대의 자금 수혈을 받았다.

롯데건설의 미청구공사가 발생한 주요 현장 중엔 ▲둔촌주공(2599억7300만원) ▲청담 삼익(612억3800만원) ▲청량리4구역(469억3200만원) ▲잠실 미성·크로바(360억3100만원) ▲KT구의역세권 복합개발사업(341억600만원) ▲베트남 롯데몰 하노이(92억3800만원) 등이 있다. 이중 KT구의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은 154억9200만원의 공사미수금도 발생했다. 해당 현장은 현재 공정률이 18.8%다.

미청구공사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SK에코플랜트다. 2021년 말 5736억원에서 2022년 3분기 1조1443억원으로 불과 9개월 새 99.5%나 급증했다. 미청구공사가 발생한 주요 현장들은 ▲아랍에미리트(UAE) M프로젝트(1690억1263만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노선 민간투자사업(458억5944만원) ▲카타르 도하 메트로 레드라인(210억5270만원) ▲루원시티2차 SK 리더스뷰(198억54만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93억9655만원) 등이다.

UAE M프로젝트는 원유비축기지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2017년 11월 수주해 올 10월 준공 예정이며 현재 공정률은 79.6%다. SK에코플랜트가 2011년 수주한 남미 파나마의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는 39억7696만원의 충당금을 설정해 손실처리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해외공사가 중단되거나 연기되면서 준공 시점이 미뤄지고 미청구공사액이 늘었다"면서 "주택사업의 경우 미청구공사가 현실화되는 시점은 공사기간이 완료되는 2~3년 후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각종 원자잿값과 인건비, 이자비용이 급증하며 건설업체들의 '공사손실충당부채'도 치솟았다. 공사손실충당부채는 당초 계획보다 공사 원가가 늘어나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손실 처리하는 것으로, 건설업체가 손해를 인식해도 사업을 진행 중인 현장을 뜻한다. 진행 중인 도급계약에서 손실로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물가와 금리 상승이 지속됨에 따라 재무 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SK에코플랜트는 공사손실충당부채가 912억2838만원을 기록해 유동성 위기가 드러난 롯데건설(703억1500만원)보다 더 많았다. 이어 현대건설(486억7200만원) 현대엔지니어링(478억7400만원)의 공사손실충당부채는 400억원대로 나타났다.

매출 대비 미청구공사 비율이 20% 이상인 5개 업체 중 HDC현대산업개발(1091억4500만원)의 공사손실충당부채가 가장 많았지만 2022년 1월 발생한 '광주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의 재시공 손실금액 805억9800만원을 반영한 것으로 이를 제외한 공사손실충당부채는 285억4700만원이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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