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노동개혁, 험난하지만 꼭 가야 할 길

2023. 1. 1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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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한성대 경제학 명예교수]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한 노동개혁, 20여년만의 고용허가제도 개편, 노사 법치주의 확립 등 집권 2년차를 맞이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이 올해에는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동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이다. 자문기구인 노동시장연구회가 제시한 대로 주 52시간 제도의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개편하면, 산술적으로는 주당 최장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된다. 직무별로 세분화된 임금 통계의 제공, 노동통계전문 행정기관 설치 검토 등 현행 임금체계가 직무급 중심으로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정부는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소야대 특히 극심한 여야대립의 국회 상황에서 노동개혁이 올해 안에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관련법의 통과여부와는 별개로 연장근로시간 단위제도 개편의 경우 1개월, 3개월, 6개월, 1년으로 할 수 있는데 (노사합의를 전제로 하지만) 연장근로시간 단위가 1년으로 늘어나면 69시간 근무가 가능한 주가 15주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노동계 등에서 과로사의 위험을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소한 현재의 과로 인정 기준 60시간에 부합되는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부에서 업종의 특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도입한 주 52시간 제도의 효과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가중시킨 이 제도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근로자는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게 됐으나 소득이 줄어든 근로자는 또 하나의 직장을 가질 수밖에 없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킨 주요인이다. 주52시간제도의 공과에 대한 분석과 검증 없이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면 지속적인 논란거리만 될 것이다.

임금체계 개편은 특히 대기업, 공공기관의 문제인데,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한국노총까지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의 실패, (추진 의지가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직무급 논의, 대기업, 공공기관에서 성과지향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하는 MZ세대 노조의 좌절 등을 고려하면 임금체계 개편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성과를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언급대로 같은 노동에 대해서 같은 보상 받을 수 있는 그런 체계를 전반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이뤄져야하지만 국내 노동시장에서는 요원한 얘기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급속도로 진입하면서 정년연장 논의가 활발해질 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없이 정년연장이 된 박근혜 정부의 실패 사례가 반복돼선 안 된다.

2014년 도입 이후 20여년 만에 개편된 고용허가제도, 노사 법치주의 확립은 올해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에서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문이다. 지난 해 말 발표된 고용허가제도 개편방안에 따르면 일정 수준의 숙련 외국인 근로자는 출국 없이 10년 넘게 우리나라에서 일할 수 있으며 상하차 등 외국인 근로자가 일할 수 있는 업종도 다양화된다. 일시적이고 간헐적인 일자리에 한해 파견을 허용하고, 가사와 돌봄에서도 동포 외국인 외의 외국인 근로자 취업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로 도입되는 비전문 취업비자(E-9) 근로자는 작년도 6만 9000명에서 올해에는 11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중소기업과 농촌의 인력난 완화와 여성 취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정책의 과제로서 노사법치주의의 확립은 노동 현장에서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인 우리나라에서 크고 작은 공사 현장이 있는 주택가는 서로 자기 조합원을 고용하라고 억지를 부리고 때로는 위협까지 하는 노조들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제라도 정부가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 의지를 밝힌 것은 다행이다. 이를 계기로 노사현장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떼법’이 사라졌으면 하는 기대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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