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에 명예의 전당 '문턱' 낮아진다? 그런 도움 필요없어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지난해 11월 발행된 일본 스포츠매거진 '넘버'와 인터뷰에서 "난 돈을 많이 벌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오로지 명예의 전당(HOF)에 오를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입성 시기를 맞췄다"고 했다.
오타니는 2017년 12월 포스팅 절차를 통해 에인절스에 입단했다. 당시 그는 23세였기 때문에 국제 프리에이전트(FA)가 아니라 국제 아마추어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다. 25세 미만의 타국 리그 출신은 아마추어 선수로 분류한다는 미일선수협정에 따른 것이다.
FA와 아마추어 신분은 계약할 때 엄청난 차이가 있다. FA는 말 그대로 몸값을 높이는 협상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아마추어는 사이닝보너스가 구단별로 정해져 있어 그 범위 안에서 받아야 하고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리그 계약만 할 수 있다. 당시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빅리그를 그토록 일찍 두드린 이유를 '넘버'에 설명한 것이다.
HOF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개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팀 성적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팀이 강해야 개인 기록도 향상되기 마련이다. 지는 경기가 많은 팀 타자의 타율이 낮은 것은 상대가 실력이 우수한 필승조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현장 지도자들이 많다.
어쨌든 오타니가 지난해 10월 일본 입국 인터뷰를 포함해 최근 1~2년 동안 팀 성적에 대해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건 자신의 궁극적 목표와 무관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오타니는 2018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타율 0.285, 22홈런, 61타점, OPS 0.925, 4승2패, 평균자책점 3.31, 63탈삼진을 기록했다. 만화같은 투타 겸업 신화를 시작한 시즌이다. 하지만 그해 가을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투수로는 공백기를 갖게 된다. 타자로는 지명타자로 꾸준히 타석에 섰지만, 투수로는 거의 2년을 통째로 쉬었다.
그리고 2021년 역사적인 투타 겸업 시즌을 만들어냈다. 타자로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OPS 0.965, 투수로는 9승2패, 평균자책점 3.18, 156탈삼진을 올리며 만장일치 MVP에 선정됐다. 20세기 초 베이브 루스의 '21세기 버전'이라는 수사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지난해에도 기세를 이어갔다. 타자로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 OPS 0.875, 투수로 15승9패, 평균자책점 2.33, 219탈삼진을 각각 기록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규정타석과 규정이닝을 동시에 채웠고, 기자단 투표에서 아메리칸리그 MVP 2위, 사이영상 4위에 올랐다.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 62홈런을 치지 못했다면 오타니가 MVP 2연패했을 것이다.
이제 오타니에게 HOF으로 가는 길에 장애물이 있다면 혹시 모를 부상 밖에 없다.
MLB.com은 지난 8일(한국시각) 현역 선수들을 대상으로 HOF 헌액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사를 실었다. '자격 첫해 헌액이 확실한 레전드(No-questions-asked first-ballot legends)'인 1급(Tier 1)부터 이제 막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시작한 13급까지 구분해 각각 선수들을 구체적으로 특정했다. 1급에는 마이크 트라웃, 저스틴 벌랜더, 클레이튼 커쇼, 맥스 슈어저, 미겔 카브레라 등 5명이 포함됐다.
그러나 눈길을 끄는 등급은 11급(Tier 11)이다. '오타니 쇼헤이 존(The Shohei Ohtani zone)'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오타니만을 위한 등급이다.
MLB.com은 'WAR이 투타 겸업 오타니의 재능을 짧은 기간에 변화시킨다는 실질적 증거는 없지만, 그가 HOF 투표 대상에 오를 만큼 오랫동안 활약한다면 투표자들은 그 누구도 한 적이 없는 것들을 해냈다는 이유로 그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라며 '비교 대상이 없어 HOF 입성 기준이 그에겐 낮아지겠지만, 투타 양쪽에서 지금 보여주고 있는 수준을 감안하면 그런 도움은 없어도 된다'고 평가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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