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라던 가족사진, 추가 비용 120만원…"이벤트 상술 고소 어렵다" 왜?

박수현 기자 2023. 1. 1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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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 45세 이상 구성원이 있다면 가족사진 무료로 찍어드려요."

#충남 당진에 사는 A씨(46)는 지난해 11월 카카오톡 배너 광고를 보고 '무료 가족사진 이벤트'에 참여했다. 예약일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업체에선 헤어, 메이크업, 의류 대여, 모든 촬영에 대한 비용으로 3만원만 지불하면 된다고 했다. A씨 가족은 기대를 안고 집에서 50분 거리에 있는 사진관에 갔다.

촬영은 1시간가량 진행됐다. 웨딩과 캐주얼 컨셉으로 140여장의 사진을 찍었다. 촬영이 끝나자 영업이 시작됐다. 사진관 관계자는 작은 액자에 들어가는 사진 한 장 외에 다른 사진은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액자와 사진 원본 파일을 추가로 구매하라고 제안했다.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120만원을 결제했다.

무료로 가족사진을 찍어준다고 광고하고 촬영 현장에서 고가의 비용을 요구하는 일이 이어진다. 말 그대로 '촬영만 무료, 인화나 파일 제공은 유료'다. 소비자가 결제 직전에 의사 선택을 할 수 있는 탓에 형사 고소를 하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하기 어렵고 민사소송도 쉽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9일 사진 업계에 따르면 '무료 사진 이벤트'는 오래전부터 반복된 상술이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고객에게 무료로 사진을 찍어준다고 말하고서 사진 촬영을 마치고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대 패키지 상품 결제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현장에선 당장 결제하지 않으면 사진 파일을 모두 삭제한다며 결제를 유도한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가족이 모두 모여 사진 촬영을 위해 준비한 시간이 아까워 패키지 상품을 결제하는 점을 노린 것이다. A씨는 "사진을 다 찍고 나서 원본 사진을 보여줄 때가 돼서야 가격을 들었다"며 "사진관 측에서는 사진 수정본을 받아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하라고 하더니 가게에서 나오자 사진 원본 파일을 전송하고서 환불이 어렵다고 했다"고 했다.

해당 업체의 온라인 사이트에는 같은 상술에 당할 뻔했다는 후기가 올라온다. 한 누리꾼은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게 실수"라며 "충분한 사전 공지 후 제값 받는 식으로 운영하는 게 훨씬 떳떳하고 서로 기분 좋은 일이다. (사람을) 낚듯 이벤트 당첨 어쩌고 하는 반사기성이 아니라"라고 적었다.

업계에선 오래전부터 반복되던 상술의 무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년간 사진관을 운영한 진모씨(32)는 "가족사진을 무료로 찍어준다고 하고서 100만원대 패키지를 구매해야 사진을 준다고 하는 상술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과거에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전단지를 돌리거나 지인 소개로 온 손님에게 그런 영업을 했다"고 했다.

이어 "가족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은 추가금을 요구해도 '안 한다'고 칼 같이 자르고 가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렇다"며 "일단 손님이 사진관에 와야 액자나 앨범을 팔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요즘은 핸드폰으로 뭐든지 찍는 시대라 사진을 인화하려는 사람이 예전처럼 많지 않아서 상술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피해를 본 직후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신청을 하지만 환불은 쉽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관련 법률 과 시험검사, 심의위원회·전문위원회 운영을 통해 피해 원인을 규명해 합의를 권고한다.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분쟁조정을 하지만 강제력은 없다.

소비자가 결제 여부를 결정하다 보니 형사 고소나 민사 소송도 쉽지 않다. 김태연 변호사(태연 법률사무소)는 "사기죄는 기망 행위로 금전을 편취해야 성립되는데 소비자가 금전 지급 전에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성립하기 어렵다"며 "이벤트 광고 문구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고소하더라도 사기죄 성립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광고가 얼마나 구체적인가를 봐야 한다"며 "광고의 부당성을 다퉈서 과장 혹은 허위 광고라고 주장하며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결제 전에 선택의 기회가 있다면 명백한 허위가 있지 않는 이상 승소가 어렵다. 광고의 부당성을 다투더라도 손해를 금전적으로 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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