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학=사직서’ 악순환 끊길까…늘봄학교, 뭐가 다르길래
유형 다양화로 수요 맞춤형 돌봄 제공
시범 운영 후 2025년 전국 확대 계획
인력 증원, 교사 업무 부담 경감, 돌봄전담사 처우개선 등
세부 실천사항 필요 지적도 잇달아
[헤럴드경제 도현정 기자]휴직이나 단축 근무, 출퇴근 시간 탄력 운용 등 대안이 마련된 곳도 있지만,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은 여전히 맞벌이 가구가 외벌이로 전환되는 시점 1순위다. 유치원에서는 오후 4~5시까지 종일반에 있던 아이들이 초교에 입학하면서 오후 내내 시간이 비는 보육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이 같은 공백을 감안, 초등 전일제 교육을 국정과제로 정했다. 희망하는 초등학생에게 맞춤형 돌봄과 교육을 제공한다는 ‘늘봄학교’는 올해 시범 운영을 통해 오는 2025년께 전국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9일 “초등학교에서 돌봄과 교육을 융합해 학부모 부담을 덜겠다는 대통령의 의지,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2025년에는 모든 학부모님들이 국가 책임으로 좋은 돌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늘봄학교가 기존 돌봄교실과 어떻게 다르길래 2년여만에 모든 초교생이 돌봄과 교육 융합 서비스를 받게 하겠다고 단언하는 것일까. 교육부의 설명을 토대로 기존 돌봄교실과 늘봄학교의 차이를 살펴봤다.
▶바늘귀 추첨→거점형 등 대기수요 소화=기존 돌봄교실은 신청 인원을 다 받지 못해 학교마다 추첨을 하거나 선착순 등으로 인원을 제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 돌봄교실 신청 인원은 지난해 30만5218명이었으나 이 중 1만5106명은 탈락해, 대기인원으로 남았다. 학교마다 돌봄교실 운영규모가 다르다 보니, ‘당첨’이 어려운 곳은 ‘돌봄 로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늘봄학교는 돌봄 프로그램을 아침, 오후, 저녁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학교에서 돌봄 수요를 다 소화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거점형 돌봄도 운영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교육청이 주관해 거점형 돌봄기관을 구축하고, 정규 수업이 끝난 후 희망하는 학생들을 학교에서 기관으로 통학버스를 이용해 이동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거점형 돌봄기관은 올해 7곳에서 오는 2025년에는 17개소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복불복’ 프로그램→방과후 연계 강화=기존에는 같은 학교에서 돌봄교실을 이용하더라도 제공되는 프로그램이 제각각이었다. 학생이 어떤 형태로 돌봄 서비스를 받게 될 지는 돌봄전담사들의 재량에 달렸다. 방과후 수업도 강사 섭외 등이 어려워 인기 강좌는 ‘졸업할 때까지 못 듣는’ 경우도 많았다. 방과후 수업 신청에 성공하더라도 주 1~2회 정도를 하다 보니 고학년은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해 결국 사교육으로 빠지는 추세였다.
늘봄학교는 학년별 특성에 맞는 모델을 개발해 수요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3월부터 진행되는 시범 사업에서는 1학년 대상으로 활동 중심의 에듀케어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저학년은 놀이와 흥미 중심의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고학년에게는 인공지능(AI), 코딩, 드론 등 신산업 분야 프로그램을 개설할 계획이다.
오후 돌봄을 이용하는 학생에게는 1인 1방과후 수업이 제공된다. 하루에 한 개 이상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고, 이에 방과후 수업을 2개 듣는 경우 수업 사이의 틈새돌봄도 지원된다.
▶돌봄·방과후 운영 학교 몫→교육청·지원청 중심=늘봄학교 시범 운영안이 전해지면서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의 업무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부터 내놨다. 현재도 돌봄업무나 방과후학교 운영은 기본 계획 수립부터 수요 조사, 강좌개설, 강사선정,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간식업체 선정, 평가 등에 이르기까지 담당 교사가 전담하고 있다.
늘봄학교에서는 교육청과 교육지원청 중심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지자체와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거점형 돌봄 운영 주체도 교육청, 교육지원청이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서 어느 정도로 업무를 분담할 수 있는지도 시범운영 과정에서 다양한 모델을 통해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전담형, 지원형, 인력배치형 등으로 교육청의 지원 형태를 나눠 학교의 행정업무를 효율적으로 더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전담형은 방과후학교 운영 계획 수립부터 강사 관리, 민원처리까지 전 과정의 행정업무를 맡는다. 지원형은 행정업무 중 일부를 교육청 등이 담당하고, 인력배치형은 단위학교에 전담인력을 배치하는 형태다.
▶센터 인력 지원은 120명 뿐…현장 우려 여전=오는 2025년 늘봄학교가 전국으로 확산되려면 안정적인 인력, 재정 투입이 필수다. 교육부는 시도지원센터와 단위학교에 늘봄학교 전담인력을 순차적으로 배치하겠다고 했다. 올해는 120여명의 전문직, 일반직 공무원을 지원 인력으로 투입한다.
늘봄학교에서 에듀케어 서비스나 미래형 방과후 프로그램, 거점형 돌봄 등을 시행하면 추가로 투입되는 예산은 오는 2026년까지 특별교부금(교육부 부담) 3300억원과 지방비(교육청 부담) 1조2000억원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교육청에서도 돌봄 확대에 대해서는 의지가 강하다”며 인력·재정 투자에 이견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교원단체 등 일선 현장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높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참여인력 확보와 행·재정적 지원이 단기간 내 실행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세부 실행 방안을 마련해 교원들은 수업에만 전념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운영 주체 분리와 인력지원 방안 및 공간 분리에 대한 어떤 계획도 담겨있지 않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실질적으로 업무를 맡게 될 초등돌봄전담사나 방과후 강사에 대한 처우개선 등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돌봄전담사 및 방과후 강사 등 전담인력의 처우와 노동 여건도 함께 개선돼야 양질의 돌봄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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