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이 두려운 증시...삼성·LG發 어닝쇼크 확산 우려

권유정 기자 2023. 1.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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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컨센서스 전년比 28.3% 감소
삼전 주가 상승에도 추세 반등 ‘글쎄’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 불가피

2022년 4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 가운데 삼성전자, LG전자를 시작으로 주요 기업들의 어닝 쇼크(실적 부진 충격)가 증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국내 기업들 4분기 실적이 부진한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불확실성, 경기 침체 우려 등이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더 얼어붙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 188곳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 평균)는 31조54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1년 4분기 영업이익인 44조199억원보다 28.3% 감소한 수준이다. 상장사 202곳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95조2570억원으로 1년 전(208조7624억원)보다 6.5% 감소했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LG전자를 기점으로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전반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 전환과 더불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불확실성,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업들의 이익을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올해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까지 맞물리면서 대다수 업종의 이익 추정치가 더욱 하향 조정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6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한 해 전보다 69% 감소한 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5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14년 3분기 이후 8년 만으로 당초 컨센서스와 비교해도 40% 가량 낮은 수준이다. LG전자 영업이익은 91.2% 급감한 665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 영업이익의 경우 컨센서스를 80% 이상 하회했다.

통상 4분기는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한 시기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4분기 어닝 시즌은 늘 부진했고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회계연도 마지막 분기에는 비용을 반영하고, 자산상각으로 영업외손실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는 “예상할 수도, 계량하기도 어려운 비용과 손실은 추정치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실망스러운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 충격 속에서도 꾸준히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 9일 삼성전자는 약 한 달 만에 6만원선을 회복하고 6만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가 6만원대에서 거래된 건 지난해 12월 15일(장중 고가 6만200원)이 마지막이다. 같은 날 LG전자도 9만5100원까지 오르며 전날보다 4.85% 급등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주가 모두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에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풀이됐다. 삼성전자 실적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부진하겠지만, 반도체 업황은 하반기부터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통상 반도체주 주가는 6~9개월 후 업황, 실적을 선반영한다. LG전자는 재고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최악의 실적이 이처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국내외 증시 반등을 이끌 만한 요인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도 극대화된 상태지만, 현실화 여부는 조금 더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 동력이 부재하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대심리에 기반한 과민반응이 금융시장과 주식시장의 추세 반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현재 펀더멘털과 금융시장, 증시 간 괴리율이 다시 확대됐고, 당분간 그런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율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어닝 쇼크는 단순히 업황 악화, IT 수요 부진을 넘어서 국내외 전반적인 수요 악화,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다시 11배 수준에 근접했는데, 삼성전자, LG전자 어닝 쇼크로 연간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수요나 경기 악화 상황까지 추가적으로 반영될 경우 이익 전망은 더 낮아지고, 밸류에이션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부담과 글로벌 수요 둔화 환경이 지속되면서 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동안 추가적으로 이익이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금리가 오르는 환경 속에서 양호한 이익 전망과 주가 하락이 과도한 업종을 중심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요 둔화 여파가 적은 필수소비재, 소매 등 내수소비 업종이나 미디어 교육 업종 내에서 실적 안정성이 두드러지는 종목으로 선별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 LG전자 외에도 이달 중순과 연말에 시가총액 상위 상장사가 실적을 발표한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LG이노텍(25일), 현대차, NAVER, 기아, 삼성물산, 삼성전기 (26일), SK하이닉스, 삼성SDI, LG디스플레이, S-OiL, 포스코케미칼(27일), SK이노베이션, LG유플러스(30일) 등이 이달 말까지 4분기 및 지난해 연간 실적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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