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당국, 제도 손본다

우연수 기자 2023. 1.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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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올해 업무계획에 자사주 제도 개선 포함 예정
'자사주 마법' 소각 대신 최대주주 지배권 강화에 악용 지적
소액투자자 '환영' 기업들은 '부담' 우려도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지난해 다수의 소액주주 보호 정책을 내놓은 금융위원회가 올해는 자사주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자사주 매입이 대부분 소각으로 이어지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기업의 부당한 지배력 강화에 악용되거나 매물로 나와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금융위는 이 같은 논란들을 검토하고 보다 주주 친화적인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해 신년 업무계획에 자사주와 관련한 제도 개선안 마련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지난해 물적분할과 내부자거래, 주식양수도 방식의 인수합병(M&A) 등에서 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여러 제도를 발표한 데 이어 금융위는 올해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 과제를 수립하고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요 안건에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와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 등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제도의 구멍은 지난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 과제를 발굴하는 동안 업계와 금융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된 이슈다. 특히 인적분할 시 지배주주가 더 출자하지 않고도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하는 소위 '자사주 마법'과 관련해서는 2015년 이후 지금까지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 금지, 자사주 의무 소각, 배정된 신주의 의결권 제한 등 관련 법안이 9건 발의된 바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위 두가지 이슈를 포함한) 자사주 제도 개선은 올해 중점적으로 볼 파트"라며 "금년도 업무계획에 넣을 예정이며, 연내 뭔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 대부분이 소각으로 연결되는 게 일반적이다. 자사주는 본래 의결권과 배당권이 인정되지 않으며 회계적으로도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자사주 취득을 자산에 대한 '투자'가 아닌 자본의 '유출'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취득 자사주를 지배력 강화나 우호적 경영권 확보 등에 악용하고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에 신설회사 신주를 배정해 추가 출자 없이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자사주를 지배주주의 우호적 주주에게 매각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등 사례가 있다.

이 때 지배주주는 추가적인 출연 없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반면 외부 주주의 시가총액 보유 비중은 인적분할에 비해 감소해 부의 배분에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환원 수단으로 활용하는 국내 기업은 2.3%에 불과하다.

해결 방안으로는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의 원천 금지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이 제시되고 다. 애초에 다른 데 악용이 불가능하도록 원천 차단해야 하며, 자사주의 본질을 고려하면 소각으로 이어지는 게 타당하는 이유에서다.

김준석 자본연 연구위원은 '자사주 마법과 자사주의 본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배주주의 비용이 아니라 배당 가능 이익을 바탕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이용해 지배력 강화를 꾀하는 건 정당성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다"며 "자사주의 취득은 곧 주식의 소각으로 간주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황세운 자본연 연구위원은 "자사주 매입이 해외에서는 대부분 소각으로 연결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소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문 케이스"라며 "매입한 자사주는 소각하도록 하는 제도는 충분히 고민해봐야 하는 방향성이라고 평가한다"고 했다.

기관투자자들도 기업들이 자사주를 재매각하는 등 소각 외 용도로 활용하는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 대표는 "자사주 지분 교환을 통해 우호지분을 만드는 식의 행태 역시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며 "자사주는 사면 바로 소각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필요한 방향성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기업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들은 필요 시 언제든 자사주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기업 부담 등 우려의 시선을 고려해 절충안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말 기업 M&A 때 인수자가 잔여지분을 의무공개매수토록 하는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을 때도, 의무공개매수 대상을 잔여 지분 전체가 아닌 '50%+1주'로 정한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갈지 정해진 건 없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관련해 자사주 이슈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제도를 전방위적으로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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