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죄가 없잖아요"...수용자 자녀 도우니 재복역률 25→6%

유예림 기자, 정세진 기자 2023. 1.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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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중구 세움 사무실에서 비치된 수용자 자녀 지원을 홍보물./사진=유예림 기자

#. 2021년 고등학교 2학년인 가현(가명)이 엄마는 '차를 확인한다'며 지하 주차장에 내려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 가현이는 경찰에 '엄마가 실종됐다'며 신고했다. 가현이는 아빠가 없었다. 가현이는 실종 신고를 한 뒤에야 엄마가 구속된 사실을 알았다. 경찰이 경제사범인 가현이 엄마를 체포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유인한 것이었다.

부모가 감옥에 가면 자녀가 홀로 남는다. 가인이 사례처럼 경우에 따라선 부모가 체포되거나 감옥에 간 사실을 자녀가 모르거나 뒤늦게 깨닫는 경우도 있다.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성년 자녀가 있는 수용자 중 4044명(51.5%)은 교정시설 입소 후 자녀와 연락을 취하지 않거나 간접적으로만 연락했다. 본인의 입소 사실이 자녀에게 알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수용자들은 자녀에게 '범죄자 아이'라는 또 다른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걸 두려한다. 하지만 미성년 자녀에겐 믿고 의지할 '어른'이 사라지는 셈이다.

법무부가 조사한 '수용자 미성년 자녀 현황 전수조사'결과를 보면 2021년에만 80명의 미성년 자녀가 보호자 없이 혼자 생활하거나 미성년 자녀끼리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으로 고립될 위기에 처한 수용자 자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수용자 자녀와 가정의 일상회복을 도울 경우 재복역률이 현저히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고도 주장한다.

사단법인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의 이경림 대표(59) 그 중 하나다. 세움은 국내 유일의 수용자 자녀 전문 지원기관이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세움 사무실에서 이경림 세움 대표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유예림 기자


"아이들은 죄가 없잖아요. 대한민국의 모든 아동은 가해자의 자녀든, 피해자의 자녀든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세움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과거 13세 미만의 성학대를 받은 아동들을 위한 쉼터에서 일한 것을 계기로 수용자 자녀의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대표가 직원으로 일할 당시 해당 쉼터에는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가 입소했다. 아이의 부모는 무면허 뺑소니 사고로 감옥에 갔다. 아이는 부모의 지인에게 맡겨졌다. 부모의 지인은 아이를 성적으로 학대했고 아이는 쉼터로 오게됐다.

이 대표는 "부모의 수감으로 인해 2차, 3차 피해를 받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게되면서 수용자 자녀들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활동 초기에 '수용자 자녀'라는 단어조차 없었다고 기억한다. 이 대표는 "몇 년 전엔 재소자 자녀라고 표현하거나 7번방의 선물이라고 말을 했는데 이제는 수용자 자녀라는 말이 자리잡았다"며 "아이들도 조금씩 어둠 속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된 게 큰 변화"라고 말했다.

김철영씨(가명) 가족도 세움이 4년간 지원한 가족 중 하나다. 경제사범인 김씨는 2018년 출소한 후에도 세움과 연락을 이어오고 있다. 김씨 자녀들은 김씨가 수감된 후 뿔뿔이 흩어졌다. 고등학생이던 첫째 딸은 학교를 자퇴했다. 둘째 아들은 청소년 쉼터로 갔고, 셋째는 가출했다.

김철영씨(가명)가 교도소에 수감 중일 때 세움에게 보낸 감사 편지./사진=세움 제공

수감 중이던 김씨는 세움에 편지를 보내 '아이들 좀 만나달라'며 요청했다. 세움은 김씨가 알려준 주소를 토대로 아이들을 수소문했다. 아이들을 찾은 세움은 세 남매가 아빠를 보러 면회를 갈 수 있도록 돕고, 매달 성장지원비도 지급했다. 김씨는 출소 후 일자리를 구했다.

김씨는 세움에게 보낸 편지에서 "세움의 한결같은 관심과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변화된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며 "나가면 좋은 아버지가 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2015년 설립 이후 세움이 △생계비 지원 △면회 지원 △심리 상담 등으로 도운 수용자 미성년 자녀는 7000명이 넘는다.

세움은 수용자 자녀들에게 개별 맞춤형 '성장 지원비'를 주고 있다. 매달 '용돈'으로 초등학생에겐 7만원, 중고등학생 10만원을 지급한다. 그 밖에 월 20만~50만원의 교육비와 의료비, 월세 등 생활비를 부모가 출소할 때까지 아동 상황을 고려해 지원한다.

세움은 그간 긴급생계비, 체납공과금, 이사비용 등 수용자 자녀들에게 1051회의 긴급지원을 제공했다. 세움은 전액 후원으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세움의 지원을 '통합적 개별지원'이라고 설명한다. 의료비, 통신비부터 시력 안 좋은 친구들은 안경 제작 지원하고 병원 갈 땐 보호자도 돼 준다.

그는 "아이들마다 처한 상황이 다 달라서 필요한 것도 다르다"며 "직원들이 수시로 연락해서 상황 파악하고 뭐가 필요한지 알아본다"고 했다. 세움 상담실에는 전문 상담가들이 와서 아이들 상담 진행한다. 수용자 부모 접견은 부모와 아이들이 원할 때 갈 수 있도록 돕는다. 직접 데려가기도 하고, 접견하러 갈 때 교통비, 이동할 때 식사하는 비용 등도 지원한다.

2021년 기준 전체 3만7751명의 수용자 중 7848명(20.8%)이 미성년 자녀가 있었다. 미성년 자녀를 둔 채 '감옥'에 온 7848명의 수용자 중 2229명(28.5%)이 경제적으로 '다소 어렵다'고 답했고 1839명(23.4%)은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 같은해 세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수용자 자녀의 67%가 '경제 지원'을 가장 필요한 항목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수용자 자녀를 위한 제도가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수용자의 미성년 자녀를 지원하는 '수용자 자녀 보호 3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무부 내 수용자 자녀 지원팀은 지난해 신설됐다. 이 대표는 "후원만으로 민간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제도와 법이 있어야 체계적으로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피해자든 가해자든 범죄 속에 방치된 자녀를 금전적, 심리적으로 지원하는 게 범죄를 줄여 안정적인 사회를 만든다"며 "세움에서 지원한 수용자의 재복역률은 5.7%"라고 말했다.

재복역률이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교정시설에 수용됐다가 출소한 후 범한 범죄로 3년 이내 다시 교정시설에 수용되는 비율을 말한다. 일반 수용자의 재복역률은 25%에 달한다.

이 대표는 "세움의 지원으로 수용자와 가정이 일상을 회복해 사회 일원으로 살도록 도운 결과"라고 말했다.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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