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칼바람 거세진다…신용도 하향압박 고조
지영의 2023. 1. 10. 06:00
[신용도 먹구름]
작년 하반기 신용등급 하향기조로 전환
지난해 연말 상하향배율 1.22배…전년비 감소
저성장에 기업 곳간에 쌓아둔 자금 말라가
“신용등급 강등시작”
작년 하반기 신용등급 하향기조로 전환
지난해 연말 상하향배율 1.22배…전년비 감소
저성장에 기업 곳간에 쌓아둔 자금 말라가
“신용등급 강등시작”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 기조가 꺾이기 시작했다. 지난 한해는 코로나19 시기에 두텁게 마련해 뒀던 재무적 완충력 덕에 신용도를 유지했으나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질 모양새다. 부정적 전망 평가를 받는 곳이 속출하는 가운데 고금리·경기침체 영향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며 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등급이 떨어지면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기업 재무구조는 더 악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잔치는 끝났다”…곳간 재고로 버틴 기업들, 한계점 임박
9일 국내 신용평가 3사(NICE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등급전망과 워치리스트를 포함한 장기등급 상하향배율(단순 평균)은 1.22배로 지난 2021년 말 1.52배 대비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평가 3사(중복 포함)에서 등급과 전망, 워치리스트 상향은 149건, 하향은 122건을 기록했다.
상하향배율이 1배를 넘으면 신용등급 상향 건이 하향 건 대비 많았다는 뜻이다. 지난해 상반기 말까지만 해도 상하향배율은 1.66배로 상승기조를 이어갔지만 하반기 들어 급격하게 꺾였다.
지난해 연말 기준 신평사 3사 종합 기준으로 등급 전망 및 워치리스트가 부정적·하향검토인 곳이 99곳으로 긍정적·상향 검토 61곳을 웃돌았다. 등급 수준별로 나눠보면 투자등급(AAA~BBB급)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하향검토가 60건을 기록했고, 재무역량이 떨어지는 투기등급(BB급 이하) 기업이 39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투자등급 기업들의 경우 긍정적·상향 검토 대상이 52건에 그치며 지난 2021년 연말의 85건 대비 크게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신용도에 먹구름을 몰고 온 것은 기업 실적이다. 작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어닝쇼크’를 내놓은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올해 전망은 더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 상장사 178곳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삼성전자는 잠정실적으로 포함)은 189조5490억원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년(202조9037억원) 대비 6.6% 줄어든 수치다. 실적 기대치가 계속 낮아지면서 3개월 전(207조6563억원), 1개월 전(195조2493억원)과 비교해서도 전망치가 각각 8.7%, 2.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실제로 내려갈 곳들이 속출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신용등급이 상향 추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유동성이 풀려있던 코로나19 시기에 재무적 기반을 다져뒀던 덕분”이라며 “올해부터 시장 침체가 반영되면서 지난해에 등급 전망이 하향조정된 곳들 중에서는 실제 등급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작년 하반기부터 슬슬 시작된 하향 기조는 올해를 거쳐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에 이자부담…신용도 압박
여기에 거듭된 금리인상 영향은 올해부터 금융시장과 기업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리인상 기조는 올해 1분기 내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고금리 기조는 유지될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진정됐다는 신호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만큼 이자부담이 커질 것이고 신용도와 직결되는 재무구조에도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최형욱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실장은 “현재 연준이 예상하는 금리인하 개시 시점은 2024년 이후”라며 “미국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낮아지거나, 아니면 예상 외로 경기침체가 심각하거나, 금융시장에 쇼크가 와야만 기대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 거의 모든 산업이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침체 우려는 더 깊어지는 가운데 경제성장률 둔화가 예견되고 있다. 주요 기관들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획재정부 1.6%, 한국은행 1.7%, 한국개발연구원(KDI)·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등으로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예상 성장률은 더 낮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225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이 바라본 2023 경제·경영 전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1.5%대 성장률에 그칠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실적 악화에 더해 자금조달 난항이 지속되며 신용도가 추락하는 곳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초에 크레딧 시장에 잠시 온기가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올해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지난해 하반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AAA급 초우량물을 제외하고는 그 이하로 자금조달 사정이 다 비슷하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재무완충력이 낮은 곳들부터 신용도가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영의 (yu02@edaily.co.kr)
9일 국내 신용평가 3사(NICE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등급전망과 워치리스트를 포함한 장기등급 상하향배율(단순 평균)은 1.22배로 지난 2021년 말 1.52배 대비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평가 3사(중복 포함)에서 등급과 전망, 워치리스트 상향은 149건, 하향은 122건을 기록했다.
상하향배율이 1배를 넘으면 신용등급 상향 건이 하향 건 대비 많았다는 뜻이다. 지난해 상반기 말까지만 해도 상하향배율은 1.66배로 상승기조를 이어갔지만 하반기 들어 급격하게 꺾였다.
지난해 연말 기준 신평사 3사 종합 기준으로 등급 전망 및 워치리스트가 부정적·하향검토인 곳이 99곳으로 긍정적·상향 검토 61곳을 웃돌았다. 등급 수준별로 나눠보면 투자등급(AAA~BBB급)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하향검토가 60건을 기록했고, 재무역량이 떨어지는 투기등급(BB급 이하) 기업이 39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투자등급 기업들의 경우 긍정적·상향 검토 대상이 52건에 그치며 지난 2021년 연말의 85건 대비 크게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신용도에 먹구름을 몰고 온 것은 기업 실적이다. 작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어닝쇼크’를 내놓은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올해 전망은 더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 상장사 178곳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삼성전자는 잠정실적으로 포함)은 189조5490억원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년(202조9037억원) 대비 6.6% 줄어든 수치다. 실적 기대치가 계속 낮아지면서 3개월 전(207조6563억원), 1개월 전(195조2493억원)과 비교해서도 전망치가 각각 8.7%, 2.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실제로 내려갈 곳들이 속출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신용등급이 상향 추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유동성이 풀려있던 코로나19 시기에 재무적 기반을 다져뒀던 덕분”이라며 “올해부터 시장 침체가 반영되면서 지난해에 등급 전망이 하향조정된 곳들 중에서는 실제 등급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작년 하반기부터 슬슬 시작된 하향 기조는 올해를 거쳐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에 이자부담…신용도 압박
여기에 거듭된 금리인상 영향은 올해부터 금융시장과 기업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리인상 기조는 올해 1분기 내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고금리 기조는 유지될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진정됐다는 신호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만큼 이자부담이 커질 것이고 신용도와 직결되는 재무구조에도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최형욱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실장은 “현재 연준이 예상하는 금리인하 개시 시점은 2024년 이후”라며 “미국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낮아지거나, 아니면 예상 외로 경기침체가 심각하거나, 금융시장에 쇼크가 와야만 기대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 거의 모든 산업이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침체 우려는 더 깊어지는 가운데 경제성장률 둔화가 예견되고 있다. 주요 기관들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획재정부 1.6%, 한국은행 1.7%, 한국개발연구원(KDI)·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등으로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예상 성장률은 더 낮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225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이 바라본 2023 경제·경영 전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1.5%대 성장률에 그칠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실적 악화에 더해 자금조달 난항이 지속되며 신용도가 추락하는 곳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초에 크레딧 시장에 잠시 온기가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올해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지난해 하반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AAA급 초우량물을 제외하고는 그 이하로 자금조달 사정이 다 비슷하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재무완충력이 낮은 곳들부터 신용도가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영의 (yu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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