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가 40대 어른이에게 던진 화두 "당신의 영광의 순간은 언제입니까?"[SS무비]
학창시절 만화방 단골이었던 차씨는 “‘슬램덩크’는 40대 남성들의 임영웅 같은 존재”라며 “영화관에 혼자 온 중년 남성 관객과 아들 손을 잡고 온 아빠들이 많아 반가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극장가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990~1996년 일본 주간소년챔프에 연재된 만화다. 당시 미국 NBA의 인기와 맞물려 전 세계에서 약 1억2000만부가 넘는 누적 판매 부수를 기록할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1992년 주간소년챔프에서 연재돼 “왼손은 거들 뿐” “포기를 모르는 남자” 같은 숱한 유행어를 낳은 X세대의 필독서였다. 단행본 판매부수만 1450만부에 달한다.
만화 ‘슬램덩크’가 농구 초짜 강백호의 도전과 성장기를 그렸다면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가드 송태섭의 서사에서 출발한다.
168㎝의 키. 농구선수 중에서도 단신인 송태섭은 원작에서 작은 고추같은 매운맛을 발휘하는 캐릭터였다. 다소 삐딱하면서 제몫을 해내지만 주인공 강백호, 서태웅 등에 가려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영화는 송태섭이 편모 아래서 성장한 3남매의 둘째이며 3살 위 형이 농구를 했지만 사고로 사망한 뒤 형의 등번호를 그대로 넘겨받았다는 가정사를 전한다.
이노우에 작가는 인터뷰에서 “3학년인 센터 채치수와 드라마가 있는 정대만, 강백호, 서태웅은 같은 1학년 라이벌이데 반해 2학년인 송태섭은 가운데 끼어있었다. 만화를 연재할 당시에도 서사를 더 그리고 싶었던 캐릭터였다”고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배경을 밝혔다.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과거 잘 알지 못했던 송태섭의 서사를 알게 돼 반갑다는 반응이 절대적이다. 원작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더라도 영화는 송태섭을 중심으로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활약상을 고루 분배한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 ‘왼손은 거들뿐’ 강백호, 주장 채치수와 여심을 사로잡았던 서태웅까지. 최강 산왕고 앞에서 오합지졸 같았던 북산고는 강백호의 맹활약에 힘입어 차근차근 합을 맞춰 나간다.
그럼에도 영화는 과거의 명대사들을 소환하며 관객의 심장을 뛰게 한다.
부상으로 농구코트를 떠났다 다시 돌아온 정대만이 “포기하는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다”라는 안 선생님의 한마디에 중학 MVP로 등극한 영광의 순간, 경기 중 부상으로 벤치에 앉아야 했던 강백호가 고집을 피우며 “영감님의 영광의 순간은 언제죠? 저는 지금입니다”라고 우기는 장면의 박진감은 10대 시절 이 만화를 읽었던 중년 관객에게 자기 인생의 영광의 순간을 되돌아보게 한다.
흡사 월드컵 때 전 국민을 감동시킨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을 스크린에서 다시 접하는 느낌이다.
영화는 완벽하지 않다. 3D로 구현된 인물들의 움직임은 실사보다 둔탁하고 배경도 엉성하다. 이 빈틈을 채우는 것은 더 버스데이와 텐피트의 록킹한 OST 사운드다. 묵직한 베이스와 심장 박동을 뛰게하는 리드미컬한 기타 사운드는 마치 관객들로 하여금 농구장에 앉아 경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영화의 백미는 단연 경기 종료 10초 전의 정적이다. 명대사도, OST도 지운 채 스크린 위에서 포물선을 그리는 농구공의 정착지를 확인하는 순간의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안긴다. 이 순간에는 팝콘 먹는 소리조차 멈출 정도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배급한 NEW는 예기치 못한 흥행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영화는 개봉 5일 만에 42만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미 관련 굿즈도 동이 난 상태다. 극장가에서는 이같은 기세로는 200만 관객을 무사히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NEW 관계자는 “3040 남성을 중심으로 한 레트로 영화가 드문 가운데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개봉으로 남성 관객과 가족관객, 농구와 만화 마니아 관객들의 N차 관람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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