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결합 숙제' 글로벌세아·쌍용건설…경기 불황 파고 넘을까

이동희 기자 2023. 1.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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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쌍용맨 김석준 회장 등 경영진 대폭 물갈이…"업종 특성 무시한 조치"
1500억 유상증자로 재무 구조 개선…"해외 네트워크, 유지 발전 관건"
쌍용건설 사옥.(뉴스1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새 주인을 맞이한 쌍용건설의 '건설 명가' 재도약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쌍용건설을 인수한 글로벌세아의 첫 인사에서 김석준 회장 등 경영진 물갈이가 현실화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당분간 글로벌세아와 쌍용건설의 화학적 결합은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우려 섞인 시선이 제기되는 가운데 쌍용건설이 대내외 위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40년 쌍용맨 김석준 회장 2선 후퇴…인사 후폭풍에 '화학적 결합' 우려 ↑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세아는 지난 2일 쌍용건설 인사를 단행했다. 새 대표이사에 김기명 현 글로벌세아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김인수 전 현대건설 GBC 사업단장을 신규 사장으로 앉혔다.

40년 넘게 회사를 끌어온 김석준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경영 2선으로 물러나는 등 예상과 다른 인사에 업계가 술렁였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 담당 실무진을 제외한 나머지 기획, 법무, 홍보 등 임원 절반이 교체됐다.

지난해 글로벌세아는 쌍용건설을 인수하면서 김석준 회장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쌍용건설 창업주 김성곤 전 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쌍용건설의 두 차례 워크아웃 과정에서 회사를 이끌며 업계 안팎의 신망이 두터운 인물로 꼽힌다.

불과 두 달 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 김 회장이 동행하면서 김 회장의 대표이사직 유지는 기정사실로 했고, 임원 인사 교체도 최소화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첫 인사 발표 직후 쌍용건설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인사와 사업 조정 등은 기업 간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흔한 일이지만, 업종 특성을 무시한 무리한 조치라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임 사장으로 건설업계 사람을 앉혔지만, 이번 인사로 글로벌세아의 점령군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어느 업종보다 높은 건설업 특성상 인사 후폭풍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 우려를 의식한 듯 글로벌세아는 인사 발표 직후 별도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글로벌세아 측은 김석준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지만, 경영 안정화와 사업 확장 부분에 기여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쌍용건설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시공한 로열 아틀란티스 리조트&레지던스 전경.(뉴스1 자료사진)ⓒ 뉴스1

◇1500억 유상증자, 쌍용건설 재도약 발판…"해외 네트워크, 유지 발전 관건"

단기적으로 조직 안정화와 통합을 이뤄내면서, 장기적으로 쌍용건설의 재도약 여부가 관심사다.

이와 관련, 김인수 신임 사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김 사장은 40년 넘게 현대맨으로 지낸 건설인이다. 그는 현대건설 재직 시절 건축사업본부장과 GBC 사업단장 등을 역임한 건축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해외 고급 건축 분야 강점을 지닌 쌍용건설과 의류기업 글로벌세아의 결합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세아는 당장 쌍용건설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쌍용건설은 1월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글로벌세아는 유상증자를 포함해 약 3000억원을 투입, 쌍용건설 지분 90%를 확보하게 된다.

이번 유상증자로 쌍용건설 부채비율은 600%대에서 200% 중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 구조 개선으로 신용등급 상향, 금융비용 절감, 시공능력평가 상승 등이 기대된다.

부실한 재무 구조는 금융비용 상승 등으로 이어졌고, 주택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됐다. 지난 부동산 활황기에 많은 건설사가 주택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쌍용건설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제자리걸음에 쌍용건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17년 22위에서 2022년 33위로 떨어졌고, 최근 3년 연속 하락세다. 높은 부채비율에 따른 낮은 경영평가 점수가 시평 순위 상승 발목을 잡은 것이다. 한때 도급순위 7위까지 기록한 쌍용건설은 2015년 전까지 시평 20위 안에 있었다.

건설업계는 당분간 글로벌세아가 사업 확대보다는 '관리'에 초점을 맞춰 쌍용건설 인수 연착륙에 주력할 것으로 봤다. 건설 경기 등 대내외 여건에 맞춰 해외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세아는 전 세계에 사업지가 있어 해외 건설에 강점이 있는 쌍용건설과도 코드가 맞을 수 있다"면서 "다만 건설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강하게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재무 등 숫자 관리에 주력하면서 시기를 엿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 관리 과정에서 그동안 쌍용건설이 쌓은 네트워크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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