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깨졌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을 떠날 수밖에 없다[초점]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권순찬 감독을 경질한 후, 흥국생명이 추락하고 있다. 코치와 선수들, 구단 수뇌부의 신뢰는 깨졌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김연경(35·흥국생명)으로서는 흥국생명과 동행을 이어갈 이유가 없어졌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을 동시에 사퇴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4월1일 흥국생명 사령탑에 앉은 권순찬 감독은 약 8개월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경질 이유는 황당했다. 신용준 신임 단장은 지난 5일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이) 로테이션 문제에 대해 의견이 안 맞았던 것으로 안다"며 "팬들은 전위에 김연경, 옐레나가 같이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서로 엇갈리게 있는 것을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에서 팬들의 의견이 나왔고 주변에서도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신용준 신임 단장의 말대로라면, 김여일 단장이 유튜브에 나온 의견으로 감독의 고유 권한인 전술적인 문제에 개입한 것이다. 그리고 흥국생명은 단장과 감독을 동시에 경질했다.

그럼에도 신용준 신임 단장은 구단에서 권순찬 감독에게 선수 기용에 관한 부분을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의 말은 달랐다. 김해란은 지난 5일 "구단의 개입이 있었다고 느꼈다. 선수들도 알고 있었다. 마음이 상한 선수들이 있었고 나도 그렇다. 감독님께 직접 말씀드린 적도 있다"고 구단의 해명에 반박했다.

김연경 또한 5일 "기용에 관해 이야기가 나온 것은 사실"이라며 "원하는 경기를 하지 못하고 진 적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상 구단과 선수들의 신뢰 관계는 깨졌다. 김연경은 "다음 감독이 오신다고 해도 신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회사에서 원하는 감독은 회사의 말을 잘 듣는 감독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단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6일 김기중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 8일 계약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면서, 김기중 감독 대신 김대경 코치가 IBK기업은행전을 지휘했다. 이는 아직 흥국생명의 내부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신호다.

올 시즌을 끝으로 김연경은 FA 자격을 얻는다. 김연경으로서는 신뢰를 무너뜨린 흥국생명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흥국생명 팬들은 '배구여제' 김연경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