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의 계절, 토트넘처럼 '경제적 이익' 얻었다는 소리 언제 듣나?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의 기쁨은 어제 내린 눈이 된 지 오래됐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김민재(나폴리) 등은 소속팀으로 돌아가 리그에 나서고 있고 2골을 넣으며 스타덤에 오른 조규성(전북 현대) 등은 동계 전지훈련을 위해 소속팀으로 합류했다.
프로축구는 2월 말 리그 개막을 목표로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일찍 소집한 팀은 지난해 12월 중순, 늦게 소집한 팀은 이제 모여 구슬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살아가기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대다수의 팀은 해외로 나가는 것을 택했다. 지난해 K리그 우승팀 울산 현대는 포르투갈 포르티망을 택했고 전북 현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마르베야에서 훈련한다. 휴식기인 유럽 팀과 소위 '프리시즌 연습 경기'를 갖는 등 경기 체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리딩 구단이 유럽을 향한다면 나머지 구단은 체력 훈련에 용이한 태국을 택했다. 치앙마이(강원FC, 광주FC, 제주 유나이티드, 인천 유나이티드), 후아힌(FC서울), 촌부리(대전 하나시티즌) 등이다. 베트남 하노이(포항 스틸러스)도 있다. 대구FC는 남해에서 먼저 훈련한 뒤 가고시마(일본)로 향한다. 1부리그에서 유일하게 수원 삼성만 거제와 제주도를 택했다.
해외 훈련에 능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후가 좋고 체력을 올리면서 연습 경기 상대를 찾기에도 적격이다. 수원은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바람에 해외를 택하기에는 정신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부리그 팀 중에서 김포FC, 충남 아산, 전남 드래곤즈, 김천 상무, 안산 그리너스와 함께 해외에 '못'나가는 팀이다.
구단의 존립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던 성남FC가 치앙마이로 향하고 새로 2부리그에 진입하는 천안시티FC(촌부리), 충북청주(방콕)도 해외로 나간다는 점에서 국내 훈련 팀들의 선택은 '전략적'이거나 동계 훈련에 거액을 투자하기 힘든 경영 여건으로 '효율성'에 시선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구단 한 고위 관계자는 "해외 훈련에 간다고 꼭 효율이 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체력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1월 훈련은 체력이 8할이라는 점에서 장소가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유럽에 나간다면 돌아와서 또 시차 적응하니까 리그 초반이 꼬일 가능성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전지훈련은 세계적으로도 점점 경제적인 측면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여름 한국에서 담금질했던 토트넘 홋스퍼나 세비야 등은 훈련과 경제적 이익을 철저하게 취하고 갔다. 콘텐츠의 중요 부분인 선수들 실력이 세계적이고 그 중심에 국민적인 성원을 받는 손흥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훈련하는 시기를 돈을 버는 구조로 만든 것은 분명 인상적이다. 프리 시즌에 대회를 열어 서로 윈-윈 하는 풍경은 보편화의 길을 걷고 있다.
선수들 개인 취미 활동을 하는 것도 신선했다. 에릭 다이어와 멧 도허티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술품을 관람하는 개인 일정을 잡았다. 물론 이 역시 철저한 상업적인 장치가 담겨 있지만, 미술 관람을 좋아하는 선수 개인의 기호에서 착안해 주변 것들을 배치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반면 K리그 팀들의 초점은 정확히 선수단과 경기력에만 맞춰져 있다. 선수들은 훈련지에서 훈련하고 휴식만 하다가 끝난다. 현지 봉사활동 등은 엄두를 내기도 어렵다. 차를 타고 20분만 이동해도 문화유적지가 있어 훈련 중 여유를 갖고 '인문학적 감성'을 키우기에도 좋지만, 오직 훈련이 최선이다.
국내 훈련에서도 팬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정 시기 아니면 팬들이 선수들을 쉽게 보기도 어렵다. 물론 유럽 구단들도 비슷하지만, 적어도 팬들의 환호성과 씀씀이를 무시하지는 않는 공간과 시간을 마련한다. 일본 J리그가 동남아 공략에서 현지 축구 교실 등으로 마음을 얻으며 이시아 최고의 리그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과도 차이가 있다.
일부 K리그 팀은 미리 훈련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해 훈련지를 준비하는 관계자들에게도 애를 먹이기로 악명이 높다. 익명을 원한 한 전지훈련 대행 관계자는 "당연히 구단이 여러 후보지를 놓고 결정하겠지만, 알선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심지어 몇몇 구단은 리그가 끝나는 시점까지도 훈련지를 결정하지 못한다. 성적이 어떻게 되더라도 미리 다음 준비가 되면 좋지만, 마지막 경기가 다 끝나서야 한다. '감독이 바뀔지 몰라서', '감독이 특정 훈련지를 좋아해서'라는 대답들이 돌아온다. 정말 후진적이지 않나. 선금은 자비로 먼저 넣고 나중에 받는 일이 너무 잦다"라고 질타했다.
그런 점에서 유럽으로 나가는 울산, 전북의 전략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울산은 현지에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출전 경험이 있는 미트윌란(덴마크), 브렌트포드(잉글랜드) 등을 상대로 전력을 점검한다. 전북도 과거 아랍에미리트(UAE) 전훈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등과 겨룬 경험이 있다. 경우에 따라 상대 팀이나 스카우트 눈에 띄면 유럽 이적 가능성까지 생긴다.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동남아나 국내를 택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동남아 현지에서 K리그의 위상을 보여주며 외국인 쿼터 선수를 영입해 현지 스폰서 계약 등 다양한 수익 구조 방안 마련도 가능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만 늘릴 게 아니라 수익금을 가져오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하루 아침에 바뀌기 어렵고 이를 실행 가능한 인력이 사무국에 갖춰져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모기업이나 지자체에서 내려보내는 예산을 그냥 쓰는 시대는 끝났다. 감독이나 경영진 교체에 상관없이 훈련지를 정하고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골몰하며 다음 시즌을 대비하는 모습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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