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아리랑의 미래, 강원무형문화유산센터 건립 필요

유명희 2023. 1.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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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강원도무형문화재 위원

아리랑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이 지났다. 2012년 아리랑 등재 이후 2014년 북한의 아리랑도 등재되어 아리랑이 한민족의 문화 공동체를 상징하는 아이콘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남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 아리랑의 시원이자 모체가 바로 강원 지역의 아라리이다. 강원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불리던 아라리가 서울 경기 지역으로 올라가 우리가 흔히 부르는 ‘아리랑’이 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로 통한다.

강원도 18개 시·군은 예로부터 아라리의 고장이었으며, 그 명맥은 현재까지도 이어진다. 예전만큼 활발하게 불리지는 않지만 강원 지역 구석구석 아라리를 이어오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전승되고 있는 곳은 정선 지역이다. 정선아리랑은 1971년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된 이후 우리나라 아리랑의 맏형으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이후 아리랑의 위상은 동계올림픽 폐막식 무대에 오른 것에서 알 수 있듯 아라리를 콘텐츠로 한 다양한 공연이 만들어지고 세계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문제는 아리랑의 미래이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농경사회의 필수요소인 민요는 더 이상 삶의 현장에서 불리지 않는다. 소를 몰면서 밭을 갈거나, 마을 사람이 모두 모여 모를 심거나 논을 매지 않기 때문이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문화 자체가 사라졌다.

아리랑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는 아라리가 삶의 소리이면서 삶의 지침서이기 때문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아리랑은 60여 종이고 노랫말은 3500종이 넘는다고 한다. 다양한 노랫말은 삶을 그대로 투영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두 줄의 짧은 노랫말 속에 세상살이가 다 담겨 있다. 희로애락을 비롯해 의식주와 관련된 단어들까지 삶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 소리가 무대화되고 공연화되다 보니 곡조와 노랫말이 획일적으로 변한다. 무대로 올라간 소리들은 원래의 전통적인 맛을 많이 잃었다. 이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민요뿐만 아니라 판소리를 비롯한 다른 전통문화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여기에서 말하고 싶은 점은 원래의 소리를 지키는 일에는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유산을 전승하는 지침이 원형이 아니라 전형으로 바뀌었지만 무형문화유산으로 전해지는 원래의 소리를 지키려 노력해야 한다. 전통 소리의 고갱이(연한 속살, 풀이나 나무의 줄기 한가운데의 연한 심. 사물의 중심을 비유적으로 뜻한다)는 남겨두고 공연이나 무대를 위한 소리는 시대에, 무대에 맞게 전형할 수 있다. 강원 지역의 자생적인 아라리의 힘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에 반해 경기소리의 위세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 전국이 경기소리 판이다. 제주 지역 무가에서도 경기소리를 한다고 하니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소리를 지켜야 한다. 당대의 문화유산을 잘 지켜서 미래에 전달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이에 18개 시·군의 아라리를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제안한다. 전형으로 바뀐 문화유산 전승은 같은 종목을 지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정선아리랑이 강원도무형문화재 1호이므로 18개 시·군의 아라리를 1-1, 1-2, 1-3… 1-18 이런 식으로 지정하면 된다.

또한 현재 남아있는 각 지역의 숨은 소리꾼들의 소리를 아카이브할 것을 촉구한다. 아직, 지역에 숨어있는 아라리 소리꾼들이 있다. 최근에 제작된 아리랑 다큐멘터리에도 몇개월을 찾아다닌 끝에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보았다. 최근의 소리에 물들지 않은, 문화재 지정 당시의 소리를 하는 지역민들이 아직 있다. 이런 소리들을 모으는 아카이브를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도 차원에서 무형문화유산센터를 건립해야 한다. 이는 아라리만을 위함이 아니라 강원도에 남아 있는 수많은 무형문화유산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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