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금리 포비아 뚫고 M&A '쾅쾅'…두근대는 차기 주자
이스타항공·메리츠운용 인수 체결
다올인베도 우리금융과 인수 협상
출렁인 밸류를 기회로…인수 타진
차기 M&A 주자 누가 되나도 관심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금리 포비아(공포증)가 거세진 새해 인수합병(M&A) 시장이 예상을 깨고 새로운 인수 계약을 쏟아내고 있다. 초대형 빅딜까지는 아니지만, 금리 인상 여파로 움츠러든 분위기를 뚫고 체결된 M&A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VIG파트너스는 지난 6일 이스타항공 인수 소식을 알렸다. 지난 2021년 성정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지 1년 6개월 만에 이스타항공 새 주인이 또 바뀐 것이다. 거래구조는 VIG파트너스가 성정이 보유한 구주를 400억원에 가져오는 한편 유상증자로 회사에 11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조 단위 빅딜까지는 아니지만, 이번 거래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껑충 뛴 금리 인상 여파로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숨을 고르는 상황에서 이뤄진 M&A기 때문이다. VIG파트너스는 자금난을 해결하고 브레이크가 걸린 AOC(항공운항증명서) 취득에 따른 운항 등 정상 절차를 밟아 나간다면 이스타항공 밸류업(가치상향)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던 성정은 비행기를 한 대도 띄워보지도 못하고 경영권을 새 주인에 넘기게 됐다. 운항 재개 포부에도 AOC 발급이 미뤄진데다 인건비·리스료 등 고정비용이 계속 나가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시간’이 치명타로 작용했다. 급기야 국토교통부가 AOC 발급 조건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내걸자 자금난이 고개를 들었고 결국 매각에 나섰다는 평가다.
메리츠자산운용도 국내 대표적 행동주의 펀드인 강성부 펀드(KCGI)에 매각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KCGI 컨소시엄은 메리츠금융지주 보유 메리츠자산운용 보통주 100%인 264만6000주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금융당국 승인절차를 거쳐 승인이 완료되는 대로 잔금을 낼 계획이다. 구체적인 매각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약 400억∼5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해 6월 당시 대표를 맡고 있던 존리가 차명 투자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업계에서는 당시 존리 대표의 불명예 퇴진으로 회사 신뢰도가 타격을 입자 그룹 차원에서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도 1세대 벤처캐피털(VC)로 유명한 다올인베스트먼트(298870)를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인수 유력 후보자로 급부상하면서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이번 인수 추진은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원하는 우리금융과 자금 수혈이 필요한 다올투자증권 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관심은 분위기를 이어갈 차기 M&A 주자가 어느 곳이 되느냐에 쏠린다. 지난달 예비입찰에 한화그룹과 HD현대가 참여 의사를 밝힌 STX중공업이 유력 주자로 꼽히고 있다. 매각 측인 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한 STX중공업 지분 47.81%가 매각 대상이다. 시장에서 점치는 인수 금액은 1000억원대로 알려졌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복수의 전략적투자자(SI)들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예상 밖 열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인수 금액도 원매자들이 충당할 수 있을 수준이다 보니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IMM PE가 보유하고 있는 에어퍼스트도 소수지분 매각을 본격화했다. IMM PE는 에어퍼스트 지분 매각을 위해 국내외 사모펀드 등 잠재 원매자를 대상으로 티저레터를 발송했다. 1분기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상반기쯤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매각하는 지분이 약 30% 내외라는 점과 기업가치 4조원을 책정했다는 점에서 조 단위 딜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밖에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지난달 매각 작업에 시동을 건 케이카(381970)나 EQT파트너스와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인 SK쉴더스, 매각 의지가 여전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맘스터치 등이 차기 주자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확실한 시장 경쟁력’ 내지는 ‘누가 봐도 이견의 여지가 없는 파이어 세일’이어야만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양측이 원하는 가격만 요구한다면 장기화로 봉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서 합의 보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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