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이냐 유승민이냐, 정치적 갈림길 선 나경원 롤모델은?
출마 포기하면 정치적 미래 잃고, 강행하면 '비윤' 낙인
대통령실·윤핵관 이어 중앙당까지 가세...퇴로마저 좁아져
羅 측, "페이플레이 아냐" 전대 완주 위한 실무 준비 착수
윤 대통령 당무 개입 역풍 불라 '리스크 관리' 움직임도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정치적 명운을 가를 갈림길에 섰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 결정을 앞두고 있어서다.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타의에 의해 당권 도전 의사를 접는다면 정치인으로서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반대로 ‘윤심’에 반하면서까지 전대 출마를 강행한다면 ‘범 친윤석열’이라는 정치적 우산을 걷고 ‘비윤’ 정치인으로서 홀로서기할 각오를 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날 선 비판까지 쏟아내며 노골적으로 주저앉히기에 나서면서 정치적 퇴로마저 좁아진 것도 딜레마다.
청년당원 100인 “윤심 답정너 전대는 국민 실망만 안길 뿐"…羅 출마 촉구
국민의힘 청년당원 100인은 9일 국회에서 ‘당원 중심 공정 전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나 부위원장의 전대 출마를 요청했다. 이들은 “당원 지지율 압도적 1위인 후보의 출마를 저지하기 위한 인위적 정치 공세가 있는가 하면, 대통령실이 직접 후보 교통정리를 한다는 등 온갖 안 좋은 소식들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그러면서 “'윤심’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답은 정해졌으니 당원들은 정해진 대로 투표나 하라는 식의 '답정너' 전당대회는 국민께 큰 실망을 안길 뿐”이라고 비판했다.
공개 지지선언까지 나왔지만, 나 부위원장이 처한 정치적 상황은 더 고약해졌다. 전대 출마를 고심하며 잠행에 들어갔던 나 부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제주도당 당원 대상 강연 일정을 공지하며 공개 행보를 예고했지만, 2시간도 안 돼 국민의힘 중앙당이 이례적으로 행사를 취소하면서 제주행이 무산됐다. 제주도당 관계자는 “중앙당과 협의해 강연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추후 일정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나 부위원장 측은 “페어플레이에 어긋난다”며 즉각 반발했다.
대통령실ㆍ친윤계에 이어 당까지 주저앉히기… 羅, 김무성의 길 가나
중앙당까지 사실상 나 부위원장 주저앉히기에 가세했지만, 나 부위원장은 여전히 “(전대 출마) 마음을 굳혀가고 있는 중”이라는 입장이다. 되레 대통령실 등의 전대 개입 논란이 전대 출마의 명분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나 부위원장에게도 회군의 명분을 줘야 하는데, 지금대로라면 나 부위원장으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 부위원장은 전대 캠프 구성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부위원장 측 한 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이 결단할 때를 대비해 실무 차원에서 전대를 완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는 나 부위원장이 김무성 전 대표를 롤모델로 전대에 도전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전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적 후원을 등에 업은 친박근혜계 서청원 후보를 상대로 예상 밖의 낙승을 거둔 바 있다. 대통령의 당무 개입에 대한 반감이 거세게 일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은 탓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전대에서 윤심 논란이 거세지는 건 당의 분열만 키울 뿐”이라며 “대통령실 정무라인에서도 당무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으로 비치는 데 대한 우려를 담은 보고서를 윤 대통령에게 올린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위원장 해촉 안 돼”... 윤심 역풍 관리 움직임도
반면 나 부위원장이 ‘윤심’에 반해 전대에 나서긴 쉽지 않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전대 출마를 고집했다가는 ‘반윤’으로 낙인찍혀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유승민 전 의원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대중적 인지도와 달리 독자적 계파가 없는 나 부위원장으로서는 ‘반윤’보다는 ‘비윤’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반윤은 정치적 체급이라도 높일 수 있지만, 비윤은 그야말로 정치인으로서 고사하는 길”이라고 우려했다.
대통령실이 역풍 우려에도 연일 해촉 가능성을 거론하며 나 부위원장에게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나 부위원장의 이 같은 정치적 입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해 업무보고 자리에서 "복지, 노동, 여성, 가족, 청소년에 대한 국가의 업무는 절대로 정치나 선거, 진영에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며 “우리 국민의 세금을 정말 아주 효과적으로 써야 된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이를 두고 ‘출산 시 대출 원금 탕감’을 주장한 나 부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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