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후 재앙·불황의 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2023을 모색하는 책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코로나 팬데믹의 먹구름이 덮친 지 3년. 올 들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하며 일상을 복구하고 있지만, 세상의 방향은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다. 미중 경쟁은 격화하고 국지적 전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경기 침체와 불황의 경고음은 요란하다. 올해 출판계의 화두 역시 이런 우울한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길 찾기. 위기의 시대를 진단하면서 삶의 길을 찾으려는 신간(출간 예정·가제) 리스트를 키워드별로 살펴본다.
① '미중 갈등' '전쟁' ... 위기의 국제 정세
곳곳에서 '전쟁'이다.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며 미중 패권 경쟁의 양상도 갈수록 전방위적이다. 올해 상반기 출간 예정인 '반도체 전쟁'(부키)은 군사력, 경제력, 지정학적 힘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 기술을 둘러싼 미중 양국의 수십 년 전투를 다룬다. 저자는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국제사 교수. 미국 주간 뉴요커는 "반도체 업계의 통제권 이동이 세계 경제 및 정치 질서를 극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한다"고 평가했다.
같은 출판사가 낼 예정인 '중국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에선 미국의 외교 정책 학자 마이클 베클리와 할 브랜즈가 미중 경쟁이 2020년대에 최대 위험의 순간에 도달할 것이라 예측한다. 국제관계 전문가 메리 엘리스 서로티는 '나토의 동진(메디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장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 관계가 유럽의 정치적 지정학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살펴본다.
② 불황과 침체라는 이름의 경제 위기
'돈 파티'는 순간이었다. 한때 재테크와 부동산, 주식 등 투자 관련 주제가 서점가 흥행을 이끌었던 것도 찰나, 이제는 경기 침체 걱정이 앞선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물가 상승, 금리 상승 등 위기감 높아지는 세계 경제 현안과 관련해 대응방법을 모색하는 실용서들이 시사성 높은 이슈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이 멈추는 날’ ‘화폐 전쟁’ 등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쓴 통화 제도 분석가 제임스 리카즈는 신작 '솔드 아웃(알에이치코리아)'에서 붕괴된 글로벌 공급망, 치솟는 인플레이션, 정치적 불안정이 세계 경제를 어떻게 침몰시킬 것인지 예측한다. 전작 '금융투기의 역사'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금융 저술가 에드워드 챈슬러는 '금리의 역습(위즈덤하우스)'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초저금리가 자산 가격 거품, 생산성 증가 감소, 저축 의욕 저하, 불평등 악화 같은 악영향을 미쳤으며, 현재의 금융계가 난관에 봉착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경제 전반을 다루는 교양서도 눈에 띈다. 장하준 등 24명의 경제학자와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인터뷰집 '경제학과 좌파(메디치)',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한국경제사를 설명하는 '밀레니얼 한국 경제사(휴머니스트)'도 독자를 찾아간다.
③ 기후위기와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
기후위기는 이젠 예측이 아니라 인류가 맨살로 체감하는 재앙적 사태로 다가오고 있다.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잠기는 홍수 피해를 입는 등 지구촌 곳곳이 삶의 터전을 빼앗기며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위기 관점에서 '이주'를 다룬 가이아 빈스의 '노마드 센츄리(곰출판)'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민음사는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획한 '기후 책'을 내놓는다. 각계 전문가 100여 명이 참여한 이 책은 기후위기 이슈를 총체적으로 접근해 '기후위기 교과서'라 불릴 만하다. 빌 게이츠가 가장 신뢰하는 사상가로 알려진 학자 바츨라프 스밀은 신간 '세상은 정말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김영사)'에서, 에너지, 식량, 자재, 세계화, 위기, 환경, 미래까지 현대 세계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7가지 핵심 주제를 통해 현실을 살핀다.
④ 개인의 위기를 슬기롭게 뚫고 나가려면
일상을 지키려는 개인의 분투는 계속된다. 엔데믹과 맞물려 사회적 교류가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심리나 처세술, 자기계발 관련 책의 출간도 다수 계획돼 있다.
메디치는 번아웃의 정확한 이유를 규명하고 개인에게서 원인을 찾는 세태를 비판하며 능동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번아웃의 종말'을 출간한다. 임경선 작가의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마음산책)', 지나영 존스홉킨스대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교수의 '내가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위즈덤하우스)'도 주목할 만하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부동산과 재테크 분야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자기계발이나 인문 도서가 각광을 받는 추세"라며 "신년을 맞아 개인의 심리 상태나 자신만의 리추얼(의식)을 가꾸는 주제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⑤ 거대 위기 속 소수자 목소리 조명
위기 국면에서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는 쪽은 사회적 약자다. 출판계는 마이너리티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올해도 '여성' '장애' '질병' 등 소수자 이슈에 주목한다. 사회평론은 알코올과 여성의 문제를 의학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모델'로 접근하는 '여성과 알코올'을 출간한다. 전작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에서 여성 우울증을 심층적으로 다룬 하미나 작가는 젠더와 계급으로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젠더로 읽는 과학(동아시아)'을 낼 예정이다.
김영사가 내놓을 '손으로 귀로 세상을 보다'는 시각장애가 있는 언어학자가 전하는 다양한 방식의 '보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정신질환을 앓는 아내를 20년간 홀로 돌본 일본 아사히신문사 기자 나가타 도요타카의 논픽션 '아내는 서바이버(다다서재)'도 기대작이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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