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회계 공시·파견법 개정... 尹정부 노동개혁 큰 파장 예고
경영계 요구 반영하고 노조 견제
수십 년간 경영계가 요구했던 오래된 노동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정부가 본격적인 노동개혁에 나선다. 지난달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근로시간제도 개편과 임금체계 변화를 위한 초석을 다지고,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도 내놓는다. 20년간 경영계의 숙원이었던 파견법 개정도 공식화해 노동시장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업무계획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8월까지 가능한 모든 노동개혁 입법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노조 회계투명성 강조하며 힘 빼기... 근로자 부분대표제 도입도
고용부가 중점을 둔 것은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다. 2월 노조법 개정안 발의를 시작으로 3분기까지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구축한다. 3월까지는 각급 노조에 대한 국고 보조 결산을 실시해 문제가 있을 경우 제재하겠다는 내용이다.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노조단체들을 겨냥한 공세로 해석된다.
고용부는 또 이달 20일부터 노사 부조리 온라인 신고센터를 열어 노조 가입 강요 등의 사례를 제보받을 예정이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일부 노조의 불법 행위를 경찰청·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적발하고, 불공정한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시정조치를 내리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근로자 부분대표제 도입도 언급됐다. 특정 직종·직군에 따라 근로조건을 선택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근로자 부분대표제는 노조의 힘을 분산시켜 결과적으로 근로자 전체의 교섭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노동계에서 반대하고 있는 제도다.
경영계 20년 숙원 파견법 개정... 대체근로 확대 등도 추진
반면 경영계의 요구는 상당 부분 반영됐다. 대표적인 것이 '파견제도 선진화'다. 고용부는 1998년 제정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구현 △파견·도급 기준 법제화 △파견대상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32개로 한정된 파견근로 허용업종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것은 경영계의 오랜 요구였다. 특히 최근 법원에서 불법 파견을 인정하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경영계는 파견법 개정을 더욱 강력하게 요구했다. 최근 3년간 현대위아와 포스코, 현대차·기아 등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패소했고, 한국GM과 삼성전자 등은 2심에서 패소한 상태다.
업무계획에는 '대체근로 개편 검토' 내용도 담겼다. 노동조합법을 개정해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이 또한 경영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사안이며, 노조에선 파업을 무력화한다는 이유로 거세게 반대한 내용이기도 하다.
파견법 개정과 대체근로 개편 모두 이달 중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에 만들어지는 연구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상반기 중 정부안을 만들어 연내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논란이 많은 사안들이어서 적지 않은 충돌이 예상된다. 경사노위의 한 축인 한국노총은 "노조를 때려잡아 힘을 뺀 뒤 일방적으로 경영계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노동개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근로시간·임금체계 양대 노동개혁도 시동... 중대재해법 개정 재추진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시동을 건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은 올해 본격 추진된다.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일에서 최대 1년 단위까지 늘리고,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은 전 업종에서 3개월로 확대한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일몰된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1년간 감독 및 처벌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연공급제를 직무급제로 개편하는 임금체계 개혁은 1월 중 '상생임금위원회'를 설치해 임금격차 실태조사 등을 실시하고, 12월까지 임금-직무 세부정보를 결합한 '통합형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 임금체계 개편은 정부가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1분기 내 도입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선 지난해 말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기반으로 올해부터는 '자율규제' 방식을 적용한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은 6월 정부안을 마련할 예정인데, 처벌요건을 명확히 하고 제재 방식을 개선해 기업의 행정부담을 줄이는 내용이 포함된다. 근로자에게도 안전수칙 준수 의무를 부과해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규정에 들어간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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