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가 퍼뜨린 '가짜뉴스', 브라질 폭동에 불 댕겼다
지지자들 맹신...대선 패배 후 행동 계기
수사받을 가능성도..룰라 "죄 물을 것"
남미판 트럼프. 지난해 12월 31일 임기를 마무리한 브라질 38대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이하 보우소나루)의 별명이다. 보수 성향에 백인·남성 우월주의를 앞세웠고 파격적 언행을 일삼아 닮은꼴로 불렸다.
그런데 최근 공통점이 하나 더 생겼다. 보우소나루가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하자, 8일(현지시간) 그의 극성 지지자들이 수도 브라질리아의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 등을 습격한 것. 2021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해 의사당에 난입했던 ‘1·6사태’의 재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지자에게 스며든 부정선거 가짜뉴스
트럼프가 1·6사태를 부추겼다는 의혹을 사고 있듯이, 보우소나루 역시 이번 폭동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다. 그는 사태 발생 시 미국 플로리다에 있었고 폭력 시위대에 직접적인 지령을 내리지도 않았지만, 그가 제기해온 '부정선거' 의혹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브라질은 1996년부터 투표용지 없이 전자투표 기계를 통해 선거를 진행해왔다. 부정선거 의혹으로 몇 차례 홍역을 치른 뒤 마련된 대책이다. 그러나 이번 달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지지자의 75%는 '전자투표를 거의 혹은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보우소나루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부정선거' 주장을 지지자들이 비판 없이 받아들인 결과다.
중도우파 후보가 낙선 후 결과 이의 신청을 했던 2014년 대선이 시작이었다. 당시 의원이었던 보우소나루는 이후 8년간 줄기차게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왔다. 브라질이 도입한 "전자투표 시스템은 언제든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와 같은 부정선거 주장은 보우소나루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정체성이었다. 그가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을 해결사로 늘 자신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2018년에도 "부정선거가 없었다면 1차 투표에서 자신이 승리했을 것"이라며 선거 조작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 전문가들은 그의 이러한 주장이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①각 투표소가 투표 집계를 공개한 뒤 전국 집계와 일치하도록 하고②외부 전문가는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를 검사하고③유권자는 지문으로 투표 기계의 잠금을 해제하기 때문에 투표사기는 원천적으로 불가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지지층은 보우소나루의 말을 더 신뢰했다. 그는 2018년에는 '투표 기계 해킹 방식을 시연했다고 주장하는 프로그래머의 영상'을, 2021년에는 2시간가량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투표 결과 스프레드시트'를 공개하며 이를 "선거 조작의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가 제시한 ‘증거’들은 지지자들의 믿음을 더 굳건히 하는 데 활용됐다. NYT는 “보우소나루는 부정확성, 상황에 맞지 않는 보고서, 음모론 및 노골적인 거짓을 통해 부정선거 ‘신화’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패배 시인 없었고 취임식도 불참.. 지지층 '시그널' 됐다
보우소나루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자 '부정선거 가짜뉴스'는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그는 선거 이후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며 룰라 대통령의 취임식에 불참했다. 결국 그의 이러한 대응이 열성 지지자들에게 불을 붙였다는 평가다. 폭동 당시 지지자들의 주요 구호는 “우리는 (투표 장치) 소스 코드를 원한다"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우소나루의 책임론도 거론된다. 룰라 대통령도 '이번 폭동에 그의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는 "증거가 없는 비판"이라며 발뺌하고 있다. 다만 그의 '부정 선거' 의혹 제기가 이번 폭력 사태의 직접적 배경이 된 만큼 향후 그가 브라질에 돌아온 뒤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지 언론은 그의 조카가 시위대와 함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은 "모든 법령을 동원해 관련자들에 대한 죄를 물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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