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대통령 주변 ‘소통반도체’

2023. 1. 10.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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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전문가들에게 반도체 얘기를 종종 듣는다.

전자기기의 트랜지스터는 신호 연결을 통제하는 '스위칭'과 크기 조정의 '신호증폭'을 한다.

스위칭과 증폭 기술의 정점이 바로 반도체이리라.

정부 반도체의 최상위 소통 블록이 미덥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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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주위 전문가들에게 반도체 얘기를 종종 듣는다. 전자기기의 트랜지스터는 신호 연결을 통제하는 ‘스위칭’과 크기 조정의 ‘신호증폭’을 한다. 예전 진공관은 비용, 부피, 무게가 막대했다. 대량의 트랜지스터를 손톱 크기 칩 안에 촘촘히 꽂은 것이 집적회로(IC)다. 반도체라 하면 대개 이 IC 칩을 뜻한다. 끊임없는 혁신으로 집적도가 50년간 매해 2배씩 늘었다(무어의 법칙). 요즘 3나노미터 공정 기반은 칩의 회로 선폭이 머리카락 10만분의 3 정도다. 피자 한 판 크기의 웨이퍼에 무려 트랜지스터 수천억개 집적이 가능하다.

떨어진 이와 교신하고픈 욕구가 반도체로까지 이끌었다는 속설을 들었을 땐 불현듯 북, 봉화, 파발마가 떠올랐다. 더 우월한 수단을 좇다가 전기신호를 발견하고선 연이어 도드라진 혁신들을 꽃피우지 않았을까. 18세기 전신기와 19세기 후반의 전화 그리고 진공관으로 연결을 촉진했다. 이때 복잡다기한 업무 신호들일수록 정확 판별과 신속 전달의 역량이 절실했다. 부가가치 창출도 급증하니 한층 매진했을 터. 스위칭과 증폭 기술의 정점이 바로 반도체이리라.

‘인간 수준에 가까운’ 시스템반도체를 지향한다고도 했다. 두뇌(프로세서와 메모리), 눈(이미지센서), 심장(전력반도체), 신경과 혈관(통신반도체)들을 융합한다. 고도화된 복합 기능을 위해. 그렇다면 눈, 코, 입, 손발, 머리로 매 순간 인지와 교신하는 사람은 이미 숨 쉬는 시스템반도체다. 이들로 구성된 사회조직체는 더 큰 체계를 이루며 각종 기능을 수행한다. 국민을 지킨다는 정부 조직도 거대 시스템반도체와 흡사하다.

“보고가 늦었다.” 이태원 참사 후 고위 공복들의 변이다. 정부 반도체의 최상위 소통 블록이 미덥잖다. 숙명의 개혁들, 참모진은 그 성공 로드맵을 대통령에게 잘 전달해왔나? 그랬다면 집권 말이나 다음 정부 초에 연금개혁안 완성판을 내겠단 발언이 나왔을까. 북한 무인기 농락 이튿날 그들의 육성 등에선 사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했단 의구심이 들었다. 작년 종합 경제 성과가 34개국 중 21위라는 해외 분석 등에 국민 아픔까지 헤아려 우리 취약점들을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먼저 다잡도록 보좌했더라면!

소통은 쌍방이기에 국민 쪽으로의 메시지 관리도 참모에게 중요하다. 그러나 그 거친 말에 사과나 순화 노력보다는 잘못 전달된 진의란 핑계로 뭉갰다. 때론 대통령 메시지가 엉킨다. 안전에 무한책임 진다는 대국민 약속 이후, 이태원 참사는 공권력으로도 못 막았을 것이라고 주무 장관은 강변했다. 우롱이다. 집회·시위 아니면 통제 권한이 없다거나 사건 때마다 장관 교체를 요구하면 후진적이라는 궤변을 대통령실은 쏟아냈다. 유사 조직이던 조선 승정원의 별칭은 후설(喉舌)이다. 목구멍과 혀. 반듯하게 들이고 내가야 하는데 소통 오작동이 잦다.

규제개혁도 대표 사례다. 기존 체계에 혁신전략회의, 혁신추진단, 경제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 심판원 등을 더덕더덕 붙였다. 권한 없고 책임도 못 묻는 민간인을 잔뜩 위촉했다. 퇴직 공무원 위주로 추진단을 꾸린다는 발표엔 귀를 의심했다. 덩어리 규제들의 혁파? 개혁 1호 안건마저 후퇴했다. ‘원인-투아웃’ 같은 정책들은 발도 못 뗐다. 그런데도 잘된다고 대통령과 국민 양쪽에 허세다. 설계 불량의 칩 같다. 소재 불량도 반도체 오작동의 다른 원인이라는데 참모들 보신주의가 그 전형이지 싶다. 국민과 대통령 간 소위 ‘타이밍 문제’(정보가 죽거나 틀리거나 실기하는 오류)가 커간다. 오류 검출과 자가조정 기능의 탑재, 온전히 대통령의 숙제다.

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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