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쩌다 전국에 北 간첩이 활개 치는 나라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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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정당과 노동계 간부 등이 해외에서 접선한 북한 공작원의 지시를 받고 제주 등에 지하조직을 만들어 반미 활동 등을 해 온 혐의로 공안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혐의가 포착된 지역은 제주·창원·진주·전주 등 4곳이지만, 공안 당국은 지하 조직이 전국에 걸쳐 구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다.
국정원·경찰의 제주 지하조직 압수 수색 영장에 따르면, 진보 정당 간부 A씨는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 대남 공작원을 만나 지하조직 설립 방안과 암호 통신법 등을 교육받았다. 이후 국내로 돌아와 노동계 간부 B씨, 농민운동가 C씨 등을 포섭해 제주에 ‘ㅎㄱㅎ’란 지하조직을 만들었다. 문 정부 시절엔 ‘한미 군사훈련 중단, 미제 무기 도입 반대 운동을 전개하라’는 지령이, 윤석열 정부 출범 즈음엔 ‘진보·촛불 세력과 연대하고 중도층을 규합해 반정부 투쟁에 나서라’는 지령들이 내려왔다. 일부 지령은 실제 이행했다고 북에 보고했다.
비슷한 일들이 창원·전주 등에서도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모두 해외 접선→지하조직 구축→반미·반정부 투쟁의 수순을 밟았다. 이번 사건은 2021년 8월 적발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사건을 연상시킨다. 이 사건에서도 청주 지역 노동계 인사들이 해외에서 북 공작원과 접촉한 뒤 지하조직을 만들었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 시절 벌어진 일이다. 북한과의 평화 쇼에 집착하던 문 정부는 국정원을 남북대화 창구로 전락시켜 사실상 대공 수사를 막았다. 군의 방첩 기능과 검찰의 대공 수사 기능도 대폭 축소했다. 대공 수사 기관을 무력화해 북한 간첩과 국내 종북 세력들에게 활동 공간을 열어줬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이들 사건은 모두 국정원의 베테랑 대공수사 요원들이 10년 이상 추적해왔다. 국정원의 해외 방첩망이 가동되지 않았다면 해외 접선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런데 수십 년간 쌓인 국정원의 대공수사 노하우가 1년 뒤 사장될 위기다. 문 정부 시절 강행 처리한 국정원법 개정안에 따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내년 1월 경찰로 이관되기 때문이다. 경험 없는 경찰에 국정원 수준의 대공수사 역량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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