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제임스 웹 망원경의 가치
1990년 발사된 이후 지구를 돌며 우주를 관측해 온 허블 망원경은 우주의 나이와 가속 팽창 등 새로운 사실들을 관측함으로써 현대 우주론이나 천문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이후로도 10년 이상 더 활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러 차례 결함을 정비하기 위해 우주비행사가 직접 올라가 밧줄에 의지한 채 수리를 하는 인상적인 장면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허블 망원경보다 훨씬 더 좋은 성능을 갖추고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2021년 겨울에 ‘제임스 웹’ 망원경이 발사되었다. 이 망원경은 여러 가지 면에서 허블 망원경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허블 망원경이 주로 가시광선을 이용하여 관측하는 반면 제임스 웹 망원경은 적외선을 이용한다. 적외선의 장점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빛으로 상대적으로 우주 공간의 먼지구름을 더 쉽게 통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와 같은 행성이나 낮은 온도의 천체들은 적외선을 방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더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다. 또 거리가 매우 먼 천체들은 팽창에 의한 후퇴속도가 빨라 ‘적색편이’ 현상에 의해 적외선으로 변하므로 역시 이들을 관측하는데 용이하다.
제임스 웹 망원경의 위치도 깊은 우주를 향한 시야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태양과 지구, 달에 의한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점’ 주위를 돌면서 지구와 함께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데 이 위치는 지구로부터 대략 150만 km 떨어진 곳에 있다.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의 4배나 되는 먼 곳이다. 이 망원경의 임무는 크게 네 가지로 알려져 있다. 첫째는 빅뱅 이후 우주에 생긴 최초의 별과 은하를 탐색하는 일이다. 먼 우주를 볼수록 더 오래된 과거를 보는 것이므로 망원경의 해상도로 볼 때 우주 초기의 천체들을 직접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는 은하가 형성되고 진화하는 과정의 연구를 위해서다. 가까운 은하로부터 먼 은하까지 관측함으로써 시간적 변화를 알 수 있다. 셋째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별의 탄생이나 행성의 형성과정을 연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계 생명체를 탐색하는 일이다. 적외선의 장점을 통해 외계 행성을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기 때문에 지구와 유사한 소위 ‘골디락스’ 행성을 찾아내고 생명체의 존재 여부도 확인해볼 수 있다. 여기서 골디락스는 영국의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의 주인공 소녀의 이름이다. 소녀가 곰이 만든 뜨겁고, 차갑고, 적당한 수프 가운데 적당한 것을 먹었다는 데서 나온 말로 생명이 살아가기에 적당한 조건의 행성을 말한다. 실제로 제임스 웹 망원경은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최근 우주 탄생 후 3억 년의 은하를 관측했고 다수의 골디락스 행성들도 발견했다는 보고도 이어지고 있다.
제임스 웹의 제작과 발사에 들어간 비용은 약 100억 달러로 우리 돈으로 13조 원에 달한다. 이는 부산시의 지난해 예산에 조금 모자라는 규모다. 먼 거리에 있는 망원경을 유지, 운영하는 데에도 아마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것이다. 실제 개발 과정에서도 돈 먹는 하마라는 이유로 중심 국가인 미국에서 예산이 삭감되기도 했고 사업 자체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일은 아니지만 과연 앞서 이야기한 네 가지 임무를 위해 이처럼 많은 세금을 지출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제임스 웹 망원경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과학은 지금까지 문명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이끌었고 인간의 정신세계와 문화 전반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허블 망원경이 우주를 관측하며 우주의 기원과 진화의 과정에 대한 드라마의 기초를 마련했다면 제임스 웹 망원경은 기초 안에 숨겨진 수많은 탄생과 죽음과 같은 심오한 이야기들을 발견함으로써 위대한 대작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과학자와 꿈 많은 우리 아이들과 모든 사람들에게 놀라운 상상력을 불어넣음으로써 대담한 창작력의 동기가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세계와 우리 스스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그러했듯이.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