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한 수돗물 위해 고품질 소독제 필요
부산시 수도 행정은 수량 위주의 수도정책에 따라 양질의 수돗물 공급보다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고 공급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러다 보니 정수장 시설 개량이나 확장에 많은 예산을 편성해왔고 충분한 시설 확보를 통해 양적으로는 수돗물의 안정적인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수돗물은 본질적으로 마실 수 있는 물이어야 한다. 먹는 물의 수질 기준을 만족하면서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 공급을 위한 질적인 관리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수돗물의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인자 중 소독제가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2015년 ‘화학물질관리법’ 시행 이전 대부분 정수장에서는 ‘염소가스(Cl2)’를 소독제로 주로 사용해 왔다. ‘염소가스’는 맹독성 가스로 누출 시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구조물과 수도관을 부식시켜 적수(녹물)의 원인이 되며 소독약 냄새를 유발해 수돗물 불신을 초래했다.
부산시는 2015년 1월 1일 자로 공표된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후속 조치로 2017년부터 수돗물 소독제를 기존 ‘염소가스’에서 안전한 ‘차염 소독제’로 변경하기 위해 3회의 용역 결과를 토대로 1종 현장제조차염(무격막식) 시설에서 생산된 차염을 소독제로 사용하는 것을 2019년 4월 결정한 바 있다. 이 같은 용역 결과를 토대로 범어사 정수장, 명장 정수장, 재염소 시설인 배수지 등 13개소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을 갖춘 1종 현장제조차염 시설을 설치했다. 이곳의 차염 품질 규정은 환경부 수처리제 고시 제2017-190호(수처리제의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에 따라 1종과 2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2종 차염은 1종 차염보다 품질이 낮은 것으로 분류되는데, 이는 1종 차염에 비해 발암물질 ‘브로메이트, BrO3-’는 8.3배, 빈혈유발물질 ‘클로레이트, ClO3-’는 5.0배가 더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재염소 시설인 배수지 27개소에 품질이 월등히 뛰어난 1종 차염 대신 2종 차염소독시설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이는 수도정비기본계획과도 맞지 않는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최고 품질의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소독제 품질이 가장 우수한 1종 차염 시설을 범어사 정수장→명장 정수장→화명 정수장→덕산 정수장 순으로 순차적으로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재염소 시설인 배수지에서 품질이 낮은 2종 차염을 도입하는 바람에 소독제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2종 차염 소독제의 경우 저장·사용 시 품질이 나빠져 맹독성 가스인 ‘염소가스’가 발생하고, 자연 발화해 폭발하는 특성이 있어 국립환경과학원은 ‘차염 농도 2.5% 이상’을 신규 유독물질로 지정해 2024년 7월 1일부터 ‘염소가스’ 같은 화학물질관리법의 규제 대상 물질로 지정했다. 이런 문제에도 아직 2종 차염을 정수장이나 배수지 등에서 수돗물을 소독하는 데 사용하거나 수영장 소독용으로 쓰고 있다. 저장탱크와 주입펌프만 있으면 쉽게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시 배수지 27개소에서 운영 중인 2종 차염 소독시설 또한 방유턱 미설치, 소화시설 미비, 안전관리자 부재 등으로 폭발 및 화재 예방, 안전 관리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수장이나 수영장은 우리 일상생활 공간과 가까운 곳에 있어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하면 대규모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강화된 위험물안전관리법 기준에 따라 시설 보완 및 안전관리자 선임 문제를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1종 현장제조차염 소독시설이 2종 차염 소독시설보다 초기 설치비가 높다는 오해가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재염소 시설인 배수지 등에서는 2종 차염 소독시설 설치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종 현장제조차염 시설은 안전성이 뛰어나고 법적 규제가 없고 유지관리비가 저렴하다. 또한, 1종 차염은 소독제 품질이 우수해 안전한 고품질의 수돗물을 생산하기에 최적인 소독제로 증명됐다.
수돗물은 생명과 직결되는 보편적 복지를 위한 공공재다. 언제 어디서 마셔도 안전하다는 믿음이 담보되어야 그 가치가 더욱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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