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떠나 변두리 이민자촌 명소 된 공연장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2023. 1.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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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프랑스 파리 북부 라빌레트 공원 남동쪽에 은빛 우주선과 같은 형체가 내려앉았다.
파리의 새 음악 공연장 '필하모니 드 파리'였다.
2006년 프랑스 문화부와 파리시, 파리 중심가의 콘서트홀 살 플레옐의 감독인 로랑 베일은 "파리 북동쪽 19구(區)의 라빌레트 공원에 콘서트홀과 음악교육 시설, 전시회장 등을 갖춘 복합시설 '필하모니 드 파리'를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필하모니 드 파리는 2015년 1월 14일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파리 오케스트라의 포레 '레퀴엠' 연주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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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살리는 유럽 콘서트홀]〈중〉프랑스 파리 ‘필하모니 드 파리’
범죄율 높고 서민층 많은 동네로 젊은층 끌어들이려 과감한 선택
2400개 관객석 입체적 배치 통해 값싼 좌석서도 ‘평등한 관람’ 즐겨
범죄율 높고 서민층 많은 동네로 젊은층 끌어들이려 과감한 선택
2400개 관객석 입체적 배치 통해 값싼 좌석서도 ‘평등한 관람’ 즐겨
2015년 1월, 프랑스 파리 북부 라빌레트 공원 남동쪽에 은빛 우주선과 같은 형체가 내려앉았다. 파리의 새 음악 공연장 ‘필하모니 드 파리’였다. 미래와 상상력을 상징하는 시각적 충격으로 화제가 됐던 이 공간은 올해로 건립 8주년을 맞았다. 청년층과 미래의 예술 애호가를 끌어들이고 교육하는 젊은 프랑스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2006년 프랑스 문화부와 파리시, 파리 중심가의 콘서트홀 살 플레옐의 감독인 로랑 베일은 “파리 북동쪽 19구(區)의 라빌레트 공원에 콘서트홀과 음악교육 시설, 전시회장 등을 갖춘 복합시설 ‘필하모니 드 파리’를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중심가에서 떨어진 곳에 새 콘서트홀을 짓기로 한 데는 청년층과 서민층을 공략하겠다는 뜻도 있었다. 파리 19구는 저소득층과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프랑스 정부는 강도, 마약 등 범죄 발생률이 높다는 이유로 2012년 이곳을 ‘특별치안지역’으로 지정했다.
파리 중심가 콘서트홀인 살 플레옐은 젊은 관객들이 줄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주변의 고답적인 분위기로는 청년층을 끌어들이기 어려웠다. 이에 비해 파리 북쪽 지역은 서민과 청년층 주민의 비율이 높았다. 베일은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청중에게 다가가고 교외와 도심을 통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그랑 파리(Grand Paris·대(大)파리)다”라고 말했다. 새 콘서트홀은 클래식에 국한하지 않고 재즈와 대중음악, 각국 전통음악에 문호를 개방하는 한편 전시장도 마련하기로 했다.
공모에 의해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의 건축 계획안이 최종 채택됐다. 누벨은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 파리 아랍문화원과 카르티에 재단, 서울의 삼성미술관 리움 등을 설계한 건축계 거장이다.
필하모니 드 파리는 2015년 1월 14일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파리 오케스트라의 포레 ‘레퀴엠’ 연주로 문을 열었다. 안정된 분위기는 아니었다. 바로 일주일 전,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게재한 데 격분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서 총격을 가해 편집장을 포함한 직원 10명과 경찰 2명이 숨진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사건 주범들의 집도 파리 19구였다. 포레 레퀴엠은 이 사건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곡이 되었다.
필하모니 드 파리의 중심 공간은 메인 콘서트홀인 ‘피에르 불레즈 그랜드 홀’이다. 현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휘자이자 작곡가의 이름을 딴 이 홀의 내부도 외관만큼이나 파격을 넘는 낯섦을 준다. 2층과 3층에 발코니형 객석들이 공간을 비죽비죽 치고 나와 있다. 관객이 사방에서 무대를 감싸는 비니어드(포도원)형 콘서트홀의 객석을 마치 집게로 여기저기 잡아당겨 놓은 것 같다.
2400석 규모의 객석을 갖춘 공연장이지만 무대에서 가장 먼 객석까지의 거리가 32m밖에 되지 않아 좌석 등급 간 격차감이 작은 ‘가장 평등한 콘서트홀’로 꼽힌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콘서트홀들은 대부분 40∼50m 간격을 두고 있다.
필하모니 드 파리의 교육센터에서는 독주부터 갖가지 규모의 합주까지 다양한 워크숍과 교육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청년층에게 다가가겠다는 생각이 적극적으로 표현되는 공간이다. 관람객은 걸어서 지붕 위 37m 높이 전망대에서 파리의 멋진 전망을 감상할 수도 있다.
티켓 가격은 클래식 음악의 경우 100∼160유로(약 13만2800∼21만 원) 정도로 청년층에게 크게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이다. 클래식 이외 장르의 경우 절반이 안 되는 40유로(약 5만3000원) 이하의 가격에 하루 저녁 멋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2006년 프랑스 문화부와 파리시, 파리 중심가의 콘서트홀 살 플레옐의 감독인 로랑 베일은 “파리 북동쪽 19구(區)의 라빌레트 공원에 콘서트홀과 음악교육 시설, 전시회장 등을 갖춘 복합시설 ‘필하모니 드 파리’를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중심가에서 떨어진 곳에 새 콘서트홀을 짓기로 한 데는 청년층과 서민층을 공략하겠다는 뜻도 있었다. 파리 19구는 저소득층과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프랑스 정부는 강도, 마약 등 범죄 발생률이 높다는 이유로 2012년 이곳을 ‘특별치안지역’으로 지정했다.
파리 중심가 콘서트홀인 살 플레옐은 젊은 관객들이 줄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주변의 고답적인 분위기로는 청년층을 끌어들이기 어려웠다. 이에 비해 파리 북쪽 지역은 서민과 청년층 주민의 비율이 높았다. 베일은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청중에게 다가가고 교외와 도심을 통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그랑 파리(Grand Paris·대(大)파리)다”라고 말했다. 새 콘서트홀은 클래식에 국한하지 않고 재즈와 대중음악, 각국 전통음악에 문호를 개방하는 한편 전시장도 마련하기로 했다.
공모에 의해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의 건축 계획안이 최종 채택됐다. 누벨은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 파리 아랍문화원과 카르티에 재단, 서울의 삼성미술관 리움 등을 설계한 건축계 거장이다.
필하모니 드 파리는 2015년 1월 14일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파리 오케스트라의 포레 ‘레퀴엠’ 연주로 문을 열었다. 안정된 분위기는 아니었다. 바로 일주일 전,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게재한 데 격분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서 총격을 가해 편집장을 포함한 직원 10명과 경찰 2명이 숨진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사건 주범들의 집도 파리 19구였다. 포레 레퀴엠은 이 사건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곡이 되었다.
필하모니 드 파리의 중심 공간은 메인 콘서트홀인 ‘피에르 불레즈 그랜드 홀’이다. 현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휘자이자 작곡가의 이름을 딴 이 홀의 내부도 외관만큼이나 파격을 넘는 낯섦을 준다. 2층과 3층에 발코니형 객석들이 공간을 비죽비죽 치고 나와 있다. 관객이 사방에서 무대를 감싸는 비니어드(포도원)형 콘서트홀의 객석을 마치 집게로 여기저기 잡아당겨 놓은 것 같다.
2400석 규모의 객석을 갖춘 공연장이지만 무대에서 가장 먼 객석까지의 거리가 32m밖에 되지 않아 좌석 등급 간 격차감이 작은 ‘가장 평등한 콘서트홀’로 꼽힌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콘서트홀들은 대부분 40∼50m 간격을 두고 있다.
필하모니 드 파리의 교육센터에서는 독주부터 갖가지 규모의 합주까지 다양한 워크숍과 교육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청년층에게 다가가겠다는 생각이 적극적으로 표현되는 공간이다. 관람객은 걸어서 지붕 위 37m 높이 전망대에서 파리의 멋진 전망을 감상할 수도 있다.
티켓 가격은 클래식 음악의 경우 100∼160유로(약 13만2800∼21만 원) 정도로 청년층에게 크게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이다. 클래식 이외 장르의 경우 절반이 안 되는 40유로(약 5만3000원) 이하의 가격에 하루 저녁 멋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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