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36> 부산 배산성에서 출토된 신라의 저울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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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량형은 길이·부피·무게와 이를 측정하는 도구를 말한다.
대구 유천동 103번지 유적 출토 저울추는 길이 3.4㎝ 무게 81.3g으로 배산성 저울추와 규격 중량 재질 제작기법 문양 등이 거의 같다.
하남시 항동에서 출토된 저울추는 길이 3.3㎝ 무게 169.2g으로 제작기법 역시 배산성 저울추와 거의 동일하지만, 중량이 약 2배 정도 무겁다.
길이는 5㎝ 무게 363g으로 배산성 저울추보다 4배가량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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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량형은 길이·부피·무게와 이를 측정하는 도구를 말한다. 이것은 인간 공동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기준이었기에 제도화할 필요가 있었다. 적어도 삼국 및 통일신라시대의 도량형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비롯한 여러 자료에 다양한 용례가 기록되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나름의 체계화를 갖추고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2019년 겨울 부산 연제구의 삼국시대 신라 산성인 배산성지 3차 문화재 발굴조사에서 저울추 1점이 발굴됐다. 길이 3.3㎝ 무게 86.6g의 작은 저울추이지만 베일에 싸인 고대 도량형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다. 배산성 저울추 형태는 종(鐘)을 닮았고 몸체에는 6개의 면이 있다. 각 면에는 연꽃무늬를 정교하게 새겼고, 꼭지부에는 대저울(기다란 막대에 추를 매다는 저울: 물건과 저울추가 수평을 이루는 지점의 막대 눈금으로 무게 측정)을 거는 구멍이 뚫려 있다. 연꽃무늬에 담긴 세심하고 정밀한 가공수법으로 보아 숭불을 표방한 신라인이 제작한 저울추로 보인다.
신라 저울추는 출토 사례가 희귀한 편이다. 대구 유천동 103번지 유적 출토 저울추는 길이 3.4㎝ 무게 81.3g으로 배산성 저울추와 규격 중량 재질 제작기법 문양 등이 거의 같다. 하남시 항동에서 출토된 저울추는 길이 3.3㎝ 무게 169.2g으로 제작기법 역시 배산성 저울추와 거의 동일하지만, 중량이 약 2배 정도 무겁다.
경주 성동동 출토 저울추는 표면에 새겨진 정교한 십이지신상이 돋보인다. 길이는 5㎝ 무게 363g으로 배산성 저울추보다 4배가량 무겁다.
신라 저울추 중량 비중은 1:2:4 정도로 일정한 중량 단위에 맞춰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저울추는 편중되지 않은 출토지와 정교한 공예수법으로 미뤄 신라 통일 이후 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여러 지역에서 출토된 저울추는 경주에서 생산돼 지방으로 공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권력(權力)의 ‘권(權)’ 자는 저울추를 뜻한다. 권력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이지만, 한자 뜻을 풀이하면 저울추의 힘이다. 정의(Justice)의 어원인 여신 유스티티아(Justitia)의 한 손에 쥐어진 천칭저울이 주는 의미도 권력의 공정한 적용을 강조한다.
다산 정약용은 ‘응지논농정소(應旨論農政疏)’에서 “관청의 말(무게)이라도 관청과 사창이 서로 다르며 마을의 말(무게)이라 하여도 동쪽 마을과 서쪽 마을이 서로 다르다”고 하였으니, 기울어진 저울로 인한 행정의 문란과 부패, 민생의 궁핍상을 알리고자 하였다.
일정한 중량 단위를 갖춘 신라 저울추는 도량형을 나라에서 엄격히 통제 관리했다는 증거이다. 지역이나 백성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공정한 저울을 사용한 신라인의 혜안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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