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장택동]‘계륵’으로 남겨져선 안 될 특별감찰관
장택동 논설위원 2023. 1.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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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실시된 특별사면 대상자 중에는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포함됐다.
이 전 특감이 우 전 수석 아들의 병역 보직 특혜 의혹 등에 대해 감찰에 착수하자 이 전 특감 관련 정보를 모으라고 시켰다는 것이다.
그런 자리가 2016년 9월 이 전 특감 사퇴 이후 8년째 공석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지난해 5월 대통령실은 "민정수석실 폐지 등 이전 정권과 여건이 달라졌다"며 특감 임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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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공석에도 방치하는 정치권
더 이상의 위법·세금 낭비 막아야
더 이상의 위법·세금 낭비 막아야
지난달 말 실시된 특별사면 대상자 중에는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포함됐다. 그는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것 등 다양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대부분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작 유죄가 인정된 부분은 국정원에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특감)의 사찰을 지시한 혐의였다. 이 전 특감이 우 전 수석 아들의 병역 보직 특혜 의혹 등에 대해 감찰에 착수하자 이 전 특감 관련 정보를 모으라고 시켰다는 것이다.
2014년 특감이 신설됐을 때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감찰 대상인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 이상’에 맞서기에는 역부족 아니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전 특감은 당시 실세였던 우 전 수석을 견제했고, 미르재단 등에 대해선 내사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 몰락의 서곡을 울린 셈이 됐다.
그런 자리가 2016년 9월 이 전 특감 사퇴 이후 8년째 공석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정치권의 속내를 짐작할 만한 단서가 몇 가지 있다. 지난해 5월 대통령실은 “민정수석실 폐지 등 이전 정권과 여건이 달라졌다”며 특감 임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비판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국회가 추천하면 임명하겠다’고 물러섰다. 하지만 여당은 특감과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동시에 임명하자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는 사안과 연계시킨 것은 시간을 끌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 역시 적극적이지 않다. 지난 정권 내내 특감을 공석으로 뒀다가 이제 와서 추천을 강행한다면 계면쩍은 일일 것이다. 훗날 민주당이 집권할 때를 생각해 모호한 자세를 취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민주당의 태도를 납득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8월 당시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특감 없이 김건희 여사가 계속 사고 치는 게 더 재미있다”고 한 것이 본심일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있는데 굳이 특감이 필요하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는 특감의 감찰 대상이 모두 포함돼 있다. 그런 만큼 사정기관을 중복 운용하는 것보다 공수처를 강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취지다. 반면 대통령 주변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선 역할이 다소 겹치더라도 이중삼중으로 그물을 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수처가 여전히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느 방향이든 각 정당은 명확하게 의견을 밝히고, 제대로 논의해 하루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 현 상황은 ‘국회는 특감 후보자 3명을 추천하고, 특감 결원 시 30일 안에 후임자가 임명돼야 한다’는 특감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법을 만들고 시행하는 대통령과 국회가 위법을 방치해서야 되겠나.
더욱이 정치권이 손을 놓은 사이에 혈세가 새고 있다. 특감이 없는 특감 사무실과 직원을 유지하기 위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95억 원가량이 쓰였고, 올해도 약 10억 원이 배정됐다. 무시해도 될 만큼 작은 액수가 아니다.
특감은 놔둘 수도 없앨 수도 없는 ‘계륵’이 아니다. 특감법이 있고 예산이 있는 한 반드시 임명해야 하고, 수명이 다했다고 여야가 판단한다면 법을 폐지해 세금 낭비를 막아야 하는 것이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시간만 보낼 일이 아니다. 법을 지키고 세금을 귀하게 쓰는 것보다 중요한 정치권의 책무는 없다.
2014년 특감이 신설됐을 때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감찰 대상인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 이상’에 맞서기에는 역부족 아니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전 특감은 당시 실세였던 우 전 수석을 견제했고, 미르재단 등에 대해선 내사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 몰락의 서곡을 울린 셈이 됐다.
그런 자리가 2016년 9월 이 전 특감 사퇴 이후 8년째 공석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정치권의 속내를 짐작할 만한 단서가 몇 가지 있다. 지난해 5월 대통령실은 “민정수석실 폐지 등 이전 정권과 여건이 달라졌다”며 특감 임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비판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국회가 추천하면 임명하겠다’고 물러섰다. 하지만 여당은 특감과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동시에 임명하자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는 사안과 연계시킨 것은 시간을 끌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 역시 적극적이지 않다. 지난 정권 내내 특감을 공석으로 뒀다가 이제 와서 추천을 강행한다면 계면쩍은 일일 것이다. 훗날 민주당이 집권할 때를 생각해 모호한 자세를 취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민주당의 태도를 납득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8월 당시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특감 없이 김건희 여사가 계속 사고 치는 게 더 재미있다”고 한 것이 본심일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있는데 굳이 특감이 필요하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는 특감의 감찰 대상이 모두 포함돼 있다. 그런 만큼 사정기관을 중복 운용하는 것보다 공수처를 강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취지다. 반면 대통령 주변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선 역할이 다소 겹치더라도 이중삼중으로 그물을 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수처가 여전히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느 방향이든 각 정당은 명확하게 의견을 밝히고, 제대로 논의해 하루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 현 상황은 ‘국회는 특감 후보자 3명을 추천하고, 특감 결원 시 30일 안에 후임자가 임명돼야 한다’는 특감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법을 만들고 시행하는 대통령과 국회가 위법을 방치해서야 되겠나.
더욱이 정치권이 손을 놓은 사이에 혈세가 새고 있다. 특감이 없는 특감 사무실과 직원을 유지하기 위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95억 원가량이 쓰였고, 올해도 약 10억 원이 배정됐다. 무시해도 될 만큼 작은 액수가 아니다.
특감은 놔둘 수도 없앨 수도 없는 ‘계륵’이 아니다. 특감법이 있고 예산이 있는 한 반드시 임명해야 하고, 수명이 다했다고 여야가 판단한다면 법을 폐지해 세금 낭비를 막아야 하는 것이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시간만 보낼 일이 아니다. 법을 지키고 세금을 귀하게 쓰는 것보다 중요한 정치권의 책무는 없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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