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남들과 달라” 믿어준 부모… 외톨이 스필버그가 명감독으로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 2023. 1.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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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의 新유대인 이야기] [52] 베스트보다 ‘유니크’… 유대인만의 교육법
부모의 상상력·호기심 자극 교육 덕에 세계적 거장으로 큰 스필버그 감독 - 미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명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2012년 영화 ‘링컨’ 촬영장에서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컴퓨터 엔지니어였고,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출신 식당 경영자였다. 어린 시절 외톨이로 지냈던 스필버그가 영화의 거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그가 상상력과 호기심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준 부모의 역할이 컸다. 뛰어난 업적을 일군 유대인 뒤에는 대개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성원해온 부모가 있다. /앰블린 트위터

유대인은 스스로 남과 다른 유니크(unique)한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 하느님이 사람들 각자에게 각각 다른 달란트(재능)를 주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녀 교육도 자녀가 베스트(best)가 아닌 유니크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베스트’는 반에서 단 한 명뿐이지만 ‘유니크’는 모든 학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철학이 실제 유대인들을 각자 자기 분야에서 우뚝 서는 존재로 만든다. 유대인들이 어떻게 유니크한 존재로 키워지는지 그들의 사상과 교육 방법을 알아보자.

유대인 자녀 교육의 대원칙은 엄마와 아빠의 ‘공동육아와 공동 교육’이다. 이를 위해 결혼하면 1년간 집안 살림과 경제를 여자가 책임지고, 남자는 히브리 학교에 들어가 유대교와 유대 전통을 배운다. 아빠가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을 배우는 일종의 ‘아빠 학교’다.

또 하나의 원칙은 자녀가 성인식을 행하기 이전인 12살 때까지만 자녀 교육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점이다. 엄마는 자녀가 태어나면 매사에 기도로 아이를 돌본다. 아이가 말귀를 알아들으면 그때부터 율법을 가르친다. 알아듣건 못 알아듣건 이러한 엄마의 반복된 암송 교육이 훗날 아이의 창의성 발현에 큰 도움이 된다. 엄마가 유대인이면 그 자녀를 유대인으로 인정하는 이유가 엄마가 아이의 영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부모 욕심 접고 아이 재능 찾아줘라”

아빠 또한 자녀가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미성년인 한 어김없이 일찍 귀가해 밥상머리에서 자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대화를 나눈다.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이다. 또 취침 전 베갯머리에서 반드시 15분 이상 책을 읽어준다. 이를 통해 자녀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자녀가 호기심을 보이는 곳에 그의 달란트가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부모와 밥상머리 대화와 베갯머리 이야기를 함께 한 아이는 네 살이 되면 일반 아이들이 800~900단어를 알 때 1500단어 이상을 인지한다. 이후 부모와 더불어 하는 독서 습관을 통해 차이는 더 벌어져 몰입도와 이해력에서 성큼 앞서나간다. 나아가 사유의 폭과 깊이가 달라진다.

유대교 계율 배우는 아이들 - 영국 런던에 있는 브롬리 리폼 시너고그에서 어린이들이 유대교 계율에 대해 배우고 있다. 시너고그는 다른 종교와 달리 사제가 아니라 학자 신분인 랍비가 이끄는 교육 공간의 성격이 강하다. 유대인들은 평생 배움으로써 하느님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브롬리 리폼 시너고그 홈페이지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유대인은 아이를 부모가 바라는 형태로 이끌지 않고 먼저 아이의 재능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한다는 점이다. ‘탈무드’에는 ‘자녀를 가르치기 전에 자기 눈에 감긴 수건부터 풀라’는 말이 있다. 아이의 재능과 개성을 무시한 채 부모의 욕심을 앞세우지 말라는 뜻이다.

유대인 부모들은 하느님이 개개인 각자에게 남과 다른 독특한 달란트를 주신 것을 믿는다. 따라서 유대인 부모들은 자녀가 하느님이 주신 독특한 재능을 찾아내어 이를 살려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부단히 자극해 아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고, 보람을 느끼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녀는 자신의 재능을 찾아내어 열정을 갖고 매진하다 보면 어느새 자기 분야에서 우뚝 서게 된다.

자기 분야에서 우뚝 선 유대인의 성공 뒤에는 그들의 재능을 알아봐 주고 믿어준 부모가 있다. 지진아로 분류되었던 아인슈타인이 세계적인 과학자가 될 수 있었던 힘도 바로 ‘유니크’에 대한 어머니의 믿음 덕분이었다. 외톨이였던 스필버그가 뛰어난 영화감독이 될 수 있었던 힘도 상상력과 호기심의 세계로 이끈 부모 덕분이었다. 많은 선생님 중에 가장 영향력 있고 위대한 선생님은 바로 부모다. 부모보다 훌륭한 선생님은 없다. 유대인은 부모가 최고의 선생님이라는 것을 5000년 역사를 통해 증명한 민족이다.

유대인을 지칭하는 ‘헤브라이’는 강 건너온 사람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유래하여 ‘혼자서 다른 편에 서다’라는 의미도 있다. 유대인에게 거룩함이란 ‘무리와 떨어져 있다’ ‘남들과 다르다’는 뜻이다. ‘탈무드’에 ‘모두가 한 방향으로만 향하면 세계는 기울어지고 말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서 각자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이 따로 있다는 뜻이다. 유대인은 자녀들을 다른 사람들보다 똑똑하고, 더 성공시키려고 가르치지 않는다. 하느님의 선민답게 살라고 가르친다.

우리 교육은 베스트를 지향한다. 줄 세우기다. 하지만 열등생도 그 가능성은 인정했다. 옛날 초등학교 성적표에 ‘수, 우, 미, 양, 가’란 평가가 있었다. 비록 상대평가 등급이었지만 말뜻은 아름다웠다. 수(秀)는 ‘우수하다’는 뜻이다. 우(優)는 ‘넉넉하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미(美)는 ‘좋다’는 뜻으로 역시 잘했다는 의미다. 양(良) 역시 ‘좋다, 뛰어나다’는 뜻처럼 괜찮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가(可)는 ‘가능하다’고 할 때의 ‘가’ 자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모든 아이는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줄 세우기가 아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재능을 키워줄 맞춤 교육이 필요하다.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유대인의 성공은 어디에서 나올까? 유대인의 창의성의 원천은 배움이다. 유대인에게 책을 읽고 배우는 것은 신을 찬미하는 기도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 신앙생활이다. 여기에는 역사적 연유가 있다. 유대인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바로 기원전 6세기 바빌로니아 침공에 따른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였다. 이 사건으로 유대인들은 영적 딜레마에 빠졌다. ‘예루살렘 성전은 하느님의 집인데 어떻게 이방인들에게 파괴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전지전능한 분이 아니란 말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따라서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는 종교를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때 선지자 예레미야와 에스겔은 “성전에 재물을 바치는 것보다 믿음을 갖고 율법을 지키는 일이 여호와를 더 즐겁게 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하느님은 성전에 바치는 1000가지 재물보다 한 시간의 배움을 더 기뻐하신다” “하나라도 더 배워, 신의 섭리를 하나라도 더 이해해야, 신에게 한 발짝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고 가르쳤다.

자신만의 가능성을 믿고 노력해야

이렇게 해서 ‘성전’ 중심의 종교가 ‘배움’ 중심의 종교로 탈바꿈한다. 이로써 혁명적인 시너고그(synagogue·회당)가 탄생했다. 사제 없는 시너고그에서 학자인 랍비를 중심으로 평신도끼리 드리는 새로운 예배 의식이 시작됐다. 그래서 시너고그의 주된 용도도 예배보다는 토라와 탈무드를 공부하는 학교로서의 기능이 우선되었다. 유대인은 하느님의 섭리를 하나라도 더 이해해 하느님께 가까이 가고자 평생 공부하는 것이다.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았기에 하느님이 인간에게 거는 기대가 있다고 유대인들은 믿는다. 그래서 유대교에서 죄란 하느님의 자녀로서 주어진 가능성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게으름’과 ‘무능력’을 말한다. 미래에 대한 자신의 가능성을 믿지 않고, 하느님이 주신 자기 안의 달란트를 찾아 키우지 않고 무능력한 사람이 되는 것이 하느님께 죄를 짓는 것이다. 따라서 유대인에게 신앙이란 자신에게 내재된 하느님의 형상과 달란트를 찾아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이다.

[우리 아이 ‘달란트’는 뭘까]

하느님이 선사한 재능… 13세 성인식 이전에 찾을 수 있도록 교육

성경을 보면 하느님은 모든 것을 만들고 마지막에 ‘당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했다. 이때 ‘하느님의 형상대로’란 인간의 외모가 아닌 영혼이라고 유대인들은 믿는다. 따라서 유대교는 인간 내면에 신이 주신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고 가르친다.

성경에 하느님이 인간을 빚은 뒤 코에 생기를 불어넣는 장면이 나온다. 유대인은 이 생기가 바로 하느님의 영혼이라고 믿는다. 곧 한 명 한 명 만들 때마다 하느님은 자신의 영혼을 불어넣었고 그 영혼이 인간의 몸 안에서 살다가 죽으면 다시 하느님에게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유대인의 사고에 따르면 결국 실존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 안에 깃든 하느님의 영혼이다.

하느님은 그 영혼이 세상에서 합당하고 거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 영혼에 걸맞은 달란트도 같이 줬다고 유대인들은 믿는다. 그래서 유대인은 자녀가 자신의 달란트를 13세 성인식 이전에 찾을 수 있도록 부모가 혼신의 힘을 다해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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