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연애도 훼방 놓는 진영 갈등[여론&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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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여당 지지자는 다수가 거짓이라고 했지만 야당 지지자는 다수가 사실이라고 했다. 여야(與野) 지지자들이 사이좋게 어울리는 게 힘든 분위기다.
양쪽 진영 간 거리감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의 결혼’에 대해 물어본 항목에서도 잘 드러났다. 이 질문에 ‘불편하다’는 응답이 44%였고 특히 20대에서 49%로 가장 높았다. 진영 갈등이 젊은 세대에서 더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다. 20대 3명 중 1명은 정치 성향이 다르면 같이 밥 먹는 것도 꺼려진다고 했다. 상대 정당 지지자와 결혼은 물론 연애도 싫다는 것이다.
문제는 20대 남성과 여성의 정치 성향이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20대 남성은 국민의힘(43%) 지지율이 민주당(14%)보다 세 배나 높았는데 정반대로 20대 여성은 민주당(39%)이 국민의힘(12%)보다 세 배나 높았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도 20대 남성은 38%였는데 20대 여성은 18%에 그쳤다. 외모나 직업 등 연애 조건에 정치 성향까지 더해진다면 서로 마음에 맞는 상대를 만날 확률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역대 대선 자료를 보면 2017년 대선까지는 20대 남녀 사이에 여야 지지 성향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정치권의 ‘내 편, 네 편 갈라치기’와 ‘젠더 갈라치기’로 남녀 갈등이 증폭됐다. 20년 전인 2002년 대선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득표율이 20대 남성(59%)과 여성(62%)이 비슷했지만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득표율은 20대 남녀가 59%와 34%로 차이가 컸다.
이번 신년 여론조사에선 ‘나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은 국가적 이익에 무관심하다’는 응답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자 모두 67%에 달했다. 여야 지지자가 서로를 향해 ‘나라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라며 손가락질하고 있다. 분명하게 공동체의 위기다. 상대를 절멸시키기 위해 악하고 추한 존재로 몰아세우는 정치권에 지지자들까지 가세한 정치 양극화가 낳은 심각한 폐해다.
각 집단이 선호하는 정책의 교집합이 없어져서 다수에게 지지를 받는 정책의 수립도 어렵다. 젊은 세대의 상대 정당 지지자와 교류 단절은 출산율은커녕 결혼율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최근에는 경제 여건 악화와 가치관 변화 등으로 ‘반드시 결혼을 하겠다’는 20대가 30%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여기에 ‘정치 성향이 다르면 안 만나겠다’는 진영 갈등까지 결혼 적령기 세대의 연애 훼방꾼 노릇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짜 뉴스까지 동원하며 진영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인이 득세하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정치권은 젊은 세대 남성과 여성을 화성과 금성만큼 멀어지게 하고 있지만 반성할 줄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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