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21] 반쪽짜리 온라인 학회
중국이 제로 코로나(zero corona) 정책을 포기하면서, 이제 모든 나라가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도입된 조치를 최소화하고 위중한 환자의 치명률을 낮추는 위드 코로나 방역 정책을 택하게 되었다. 해외여행에 따랐던 여러 제약도 풀리고, 과학자들은 들뜬 마음으로 세계 여기저기서 열리는 국제 학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에는 주로 줌(zoom)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서 국제 학회를 열었다. 온라인 학회는 코로나 감염 걱정도 없고, 비싼 여행 경비와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줄어들어 기후 위기를 덜어 준 것은 예상하지 못한 덤이었다. 이런 이점 때문에 앞으로는 국제 학회를 온라인으로만 개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학회의 쓸모는 논문을 발표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 학회의 진짜 쓸모는 논문 세션 사이에 있는 ‘커피 브레이크(coffee break·쉬는 시간)’에 있다. 이 시간에 내가 발표한 논문에 관심을 두는 학자들이 찾아와 말을 걸고, 거꾸로 다른 발표자에게 못 한 질문을 하고, 유명한 학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인사를 나누고, 친구와 동료를 사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는다. 반면에 온라인 학회에서는 쉬는 시간에 모두 비디오를 끄고 각자 휴식한다. 정보 교환은 있지만, 사람 만나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온라인 학회는 반쪽에 불과하다.
대학의 온라인 수업이나 세미나에도, 회사의 재택근무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최근 카카오사가 재택근무를 없애겠다고 한 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는 내 업무를 올리거나 정보를 모으는 일까지는 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의 ‘커피 브레이크’ 같은 우연한 접촉을 만들기 어렵다. 팀 창의성에 대한 인지과학자 던바(K. Dunbar)나 경영학자 앨런(T.J. Allen)의 연구가 보여주는 공통점은 혁신적 아이디어가 팀 구성원의 면대면 토론 상황에서, 특히 예상치 못한 주제에 대한 뜻밖의 의견 교환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대학과 기업 모두 포스트 코로나를 고민하는 지금, 온라인의 유용성과 한계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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