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연공급 임금, ‘임금 불평등 확대’의 결정적 요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랐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37%가 나왔다. 9월 5주차 조사는 24%였다. 13%포인트가 올랐다. 소위 ‘3대 개혁’이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됐다. 3대 개혁은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을 의미한다. 취임 이후 윤석열 정부는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아무 내용이 없었다. 김건희 여사의 구설과 윤 대통령의 실언이 뉴스의 대부분이었다. 취임 이후, 보수성향 국민들도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던 이유다. 3대 개혁을 하겠다고 하니 ‘드디어, 뭔가 하려나 보네’라는 기대감에 지지율이 올랐다.
노동개혁에는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급 임금체계로 바꾸겠다는 내용이 있다. 연공급이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체계다. 호봉급이 대표적이다. 직무급이란, 하는 일(직무)의 성격에 따라 근속연수와 무관하게 임금이 같은 체계다. 한국 노동운동은 오랜 시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원칙으로 주장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란,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을 의미하는데, 사실상 직무급에 가까운 개념이다.
불평등의 관점에서, 연공급 임금체계와 직무급 임금체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결론부터 말해, 한국의 임금 불평등은 ‘연공급 임금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급 임금체계로 바꾸는 것은 ‘좋은’ 개혁이다. 오히려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실제로 연공급을 직무급으로 바꾸려는 진정성과 의지가 있는지 여부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연공급 임금체계는 어떻게 임금 불평등을 확대하는가? 정준호·전병유·장지연의 ‘임금 불평등 변화의 요인분해: 2006~2015년’이라는 논문에서, 임금 불평등의 상대적 기여도는, ①기업규모(22.0%) ②근속(20.3%) ③교육연수(12.9%) ④성/남성(8.8%) ⑤직종(8.5%)이다. 이들 5가지 요인의 합계는 무려 72.5%다.
대기업에 근무할수록, 근속연수가 길수록, 교육연수가 길수록, 남성일수록, 특정 직종(제조업)일수록 임금 불평등 확대는 커진다. 이들 5가지 요인은 ‘수출-제조업-대기업-남성’으로 수렴된다. 기업으로 표현하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를 다니는 50대 남성 노동자로 상징화된다. 다르게 표현하면, 한국의 임금 불평등은 한 축으로는 ‘수출과 연동된’ 불평등이고, 다른 한 축으로는 ‘연공급과 연동된’ 불평등이다.
왜 기업규모, 근속기간, 교육연수 등은 임금 불평등으로 연결되는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근속기간이 다르다. 대기업의 평균 근속기간은 7.7년이다. 중소기업은 3.3년이다.(고용노동부, 2019년) 호봉급은 ‘근속기간이 긴’ 대기업 노동자일수록 유리한 임금체계다. 둘째, 연공급 자체가 대기업 노동자만 혜택을 받는 임금체계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59.1%가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반면, 5인 미만 사업장은 임금체계 자체가 없다.(고용노동부, 2020년)
요약하면, 연공급은 대기업 노동자만 혜택을 받고, 대기업일수록 근속연수가 더 길다. 그러니 연공급 임금체계는 대기업 노동자일수록, 근속연수가 긴 노동자일수록 유리하게 작동한다.
한국의 임금 불평등은 정규직/비정규직의 고용형태보다 기업규모가 더 중요하게 작동한다. 단적으로, ‘대기업 비정규직’ 월급은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많다. 연공급을 직무급 임금체계를 바꾸는 것은 임금 불평등 축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실제로 하려는 진정성과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은 2023년 신년사에서 “직무 중심 (…)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차별화”를 말했다. 직무급 전환에 따라,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직무급 임금체계는 ‘공공부문부터’ 적용하면 된다. 공공부문은 정부가 사용자다. 윤석열 정부는 직무급 임금체계를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 적용해야 한다.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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