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前대통령 지지자 수천명, 입법-행정-사법부 습격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3. 1. 10. 03:00
[브라질 대선 불복 폭동]
룰라 취임 1주일만에 하야 요구… 약탈-방화-폭행… 400여명 체포
룰라 “파시스트 최대한 강력처벌”
2년전 ‘1·6 美의사당 난입’ 판박이… 바이든 “민주주의가 공격당했다”
룰라 취임 1주일만에 하야 요구… 약탈-방화-폭행… 400여명 체포
룰라 “파시스트 최대한 강력처벌”
2년전 ‘1·6 美의사당 난입’ 판박이… 바이든 “민주주의가 공격당했다”
의회 점령한 시위대, 대통령궁-대법원도 습격 8일(현지 시간) 브라질 대선 불복을 주장하는 폭력 시위대가 수도 브라질리아 의사당에 난입해 카펫에 불을 지르고 흉상 등 기물을 파손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었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국기를 들기도 했다(위쪽 사진). 이날 시위대는 대통령궁인 플라나우투궁도 습격해 총기를 훔쳐 무장하고 대통령 집무실의 문서 등을 훔쳤다. 건물 유리창을 깬 뒤 가구 등 집기를 밖으로 내던지기도 했다(아래 왼쪽 사진). 입법부와 행정부에 이어 사법부인 브라질 대법원도 이들의 공격을 받았다. 시위대는 흰색 페인트로 청사 유리창에 낙서를 하고 내부 전시물을 파괴했다. 브라질리아=AP 뉴시스 |
브라질 대선에서 1.8%포인트 차로 패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이 8일(현지 시간) 취임한 지 일주일 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브라질 연방의회와 대통령궁, 연방대법원을 습격했다. 미국 ‘1·6 의사당 난입 사태’가 벌어진 지 2년 만에 브라질에서도 극단적인 ‘대선 불복’ 세력이 폭동을 일으켜 국가 중추인 입법·사법·행정을 마비시키려 한 것이다. 1·6사태의 판박이인 이번 폭동에 대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의 재부상에 따른 극단적 정치 분열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브라질 입법·사법·행정 ‘3부 기관’ 침탈
AP통신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수천 명은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 의회 정문을 부수고 난입해 카펫에 불을 지르고 노예제 폐지를 주장한 브라질 정치인 후이 바르보자의 흉상 등을 파괴했다. 시위대 상당수는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었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국기를 들기도 했다. 현장을 목격한 의회 청소부 아드리아나 레이스(30)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시위대가 밀물처럼 들어왔다. 숨기 위해 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대통령궁인 플라나우투궁을 침탈한 뒤 총기를 훔쳐 무장하고 대통령 집무실 문서를 훔쳐 불을 질렀다고 대통령실 대변인은 밝혔다. 청사 유리창은 산산조각이 났고, 가구와 전자기기 등은 건물 밖으로 내던져졌다. 시위대는 대통령궁 근처에서 기마경찰을 끌어내려 몽둥이로 때리기도 했다. 시위대는 대법원에도 들이닥쳐 청사 유리창에 흰색 페인트로 낙서를 하고 내부 전시물을 파괴했다.
앞서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근소하게 패배한 뒤 선거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승복 선언을 하지 않았다. 이어 1일 룰라 대통령의 취임 이틀 전 미국 플로리다로 떠나 취임식에도 불참했다. 브라질 대통령 취임식에선 전임자가 ‘브라질 국민’을 상징하는 대통령 띠를 후임자에게 매주는 것이 일종의 전통이지만 이를 거부했다.
○ 브라질 입법·사법·행정 ‘3부 기관’ 침탈
AP통신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수천 명은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 의회 정문을 부수고 난입해 카펫에 불을 지르고 노예제 폐지를 주장한 브라질 정치인 후이 바르보자의 흉상 등을 파괴했다. 시위대 상당수는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었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국기를 들기도 했다. 현장을 목격한 의회 청소부 아드리아나 레이스(30)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시위대가 밀물처럼 들어왔다. 숨기 위해 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대통령궁인 플라나우투궁을 침탈한 뒤 총기를 훔쳐 무장하고 대통령 집무실 문서를 훔쳐 불을 질렀다고 대통령실 대변인은 밝혔다. 청사 유리창은 산산조각이 났고, 가구와 전자기기 등은 건물 밖으로 내던져졌다. 시위대는 대통령궁 근처에서 기마경찰을 끌어내려 몽둥이로 때리기도 했다. 시위대는 대법원에도 들이닥쳐 청사 유리창에 흰색 페인트로 낙서를 하고 내부 전시물을 파괴했다.
앞서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근소하게 패배한 뒤 선거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승복 선언을 하지 않았다. 이어 1일 룰라 대통령의 취임 이틀 전 미국 플로리다로 떠나 취임식에도 불참했다. 브라질 대통령 취임식에선 전임자가 ‘브라질 국민’을 상징하는 대통령 띠를 후임자에게 매주는 것이 일종의 전통이지만 이를 거부했다.
브라질 대선불복 폭동… 대통령궁 파괴된 유리창 바라보는 룰라 8일(현지 시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부인 호잔젤라 다시우바 여사가 ‘대선 불복’ 세력의 난입으로 유리창이 깨지는 등 기물이 파손된 대통령궁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에서는 지난해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1.8%포인트 차로 패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 수천 명이 대통령궁과 의회, 대법원 건물을 습격하는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2년 전 미국 ‘1·6 의사당 난입 사태’의 판박이인 이번 폭동을 두고 “극단적 정치 분열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브라질리아=AP 뉴시스 |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부정 선거’를 암시하자 그의 지지자들은 그간 브라질 곳곳에서 고속도로를 봉쇄하는 등 폭력 시위와 테러 위협을 이어왔다. 이들은 몇 달 전부터 미국의 1·6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룰라 정권 퇴진’을 위해 군부에 쿠데타를 요구했던 이들은 이날도 ‘(군부) 개입’이라고 적힌 깃발을 들었다.
○ “브라질 분열 상상 이상…사회통합 난망”
브라질 군·경찰은 이날 오후 진압 작전을 개시해 의회 대통령궁 대법원에 있던 시위대를 쫓아내고 통제권을 되찾았다. 시위대 난입 약 7시간 만이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400여 명이 체포됐고, 경찰 다수와 기자 8명 이상이 다쳤다. 대통령 전속 사진사는 여권과 9만5000달러(약 1억1800만 원) 이상 나가는 장비를 도난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홍수 현장을 방문했다가 폭동 소식에 바로 브라질리아로 복귀한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유례없는 사건이다. 폭도들은 모든 법을 동원해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는 시위대를 ‘파시스트’라고 칭하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반복적으로 의문을 제기해 이번 사태를 부추겼다”고 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책임론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평화 시위는 민주주의 일부지만 2013, 2017년 좌파 시위와 마찬가지로 공공건물 약탈은 규칙을 벗어난 것”이라고 이번 폭동과 거리를 뒀다.
국제사회는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다”며 “브라질 민주주의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브라질 국민의 의지는 절대 훼손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민주적으로 선출된 룰라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NYT는 “이번 사태는 브라질 사회의 분열이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며 “룰라 대통령이 1일 취임식에서 사회통합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지만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폭동은 단순한 좌우 대결이 아니라 민주적 선거 결과를 거부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브라질에서는 ‘예고된 반란’을 막지 못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중남미의 유력 싱크탱크인 제툴리우 바르가스 재단(FGV) 정치학자 자이루 니콜라우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침묵은 이번 시위를 촉발시킨 불꽃이었다”고 지적했다.
○ “브라질 분열 상상 이상…사회통합 난망”
브라질 군·경찰은 이날 오후 진압 작전을 개시해 의회 대통령궁 대법원에 있던 시위대를 쫓아내고 통제권을 되찾았다. 시위대 난입 약 7시간 만이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400여 명이 체포됐고, 경찰 다수와 기자 8명 이상이 다쳤다. 대통령 전속 사진사는 여권과 9만5000달러(약 1억1800만 원) 이상 나가는 장비를 도난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홍수 현장을 방문했다가 폭동 소식에 바로 브라질리아로 복귀한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유례없는 사건이다. 폭도들은 모든 법을 동원해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는 시위대를 ‘파시스트’라고 칭하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반복적으로 의문을 제기해 이번 사태를 부추겼다”고 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책임론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평화 시위는 민주주의 일부지만 2013, 2017년 좌파 시위와 마찬가지로 공공건물 약탈은 규칙을 벗어난 것”이라고 이번 폭동과 거리를 뒀다.
국제사회는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다”며 “브라질 민주주의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브라질 국민의 의지는 절대 훼손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민주적으로 선출된 룰라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NYT는 “이번 사태는 브라질 사회의 분열이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며 “룰라 대통령이 1일 취임식에서 사회통합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지만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폭동은 단순한 좌우 대결이 아니라 민주적 선거 결과를 거부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브라질에서는 ‘예고된 반란’을 막지 못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중남미의 유력 싱크탱크인 제툴리우 바르가스 재단(FGV) 정치학자 자이루 니콜라우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침묵은 이번 시위를 촉발시킨 불꽃이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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