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쪽 난 브라질… 민주주의가 짓밟혔다
대통령궁·의회·대법원 난입… 군대 동원해 가까스로 진압
브라질의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전임 대통령 지지자 수천 명이 대통령궁 등에 난입해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폭력 시위를 벌였다. 국제사회는 2021년 미국 대선 불복 세력의 1·6 의사당 난입 사태의 복사판이 중남미 최대 국가에서 재현된 데 경악, 주요 국가의 정치 분열이 심화되고 민주주의 근간이 공격받는 현실을 우려하고 있다.
일요일인 지난 8일 오후(현지 시각)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의 연방 관구에 몰려있는 대통령궁, 연방의회 의사당과 연방 대법원 등 행정·입법·사법 3부 기관 건물에 지난 연말 퇴임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 수천 명이 난입했다. 이들은 대통령 집무실까지 침입해 둔기를 휘두르고 불을 지르며 주요 문서와 무기까지 탈취, 국가 주요 시설물들이 순식간에 훼손됐다. 이날 경찰과 보안요원, 그리고 현장을 취재하던 내외신 기자 등 수십 명이 폭행당했으나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브라질 정부는 현지 경찰 병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자 군 병력과 헬기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작전을 벌인 끝에 소요 발생 약 4시간 만에 시위대를 진압하고 3부 기관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최소 400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 정부는 이날 전국의 공공기관과 국영 석유회사 등 주요 시설물에 대한 테러 경계령을 내리고 추가 폭동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이날 대통령궁을 비우고 수해 지역 아라라콰라를 방문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이들을 “광신도, 파시스트”라고 규정하며 “모든 법령을 동원해 관련자들에 대한 죄를 묻겠다”고 밝혔다. 룰라는 보우소나루가 의회 공격을 독려하는 듯한 연설을 수차례 했던 점을 들어 그에게도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미국 체류 중인 보우소나루는 “내가 시위를 독려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했다.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브라질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룰라 정부를 전폭 지지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사태를 “충격적”이라며 “브라질의 민주주의 및 평화적 정권 이양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브라질 국민과 민주주의 체제가 존중받아야 하며, 룰라 대통령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낸다”고 했다. 유럽 각국과 아르헨티나·멕시코·칠레 등 중남미 이웃 국가들도 이번 사태를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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