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39] 아이가 나를 닮아 내향적이라면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3. 1. 10. 00: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BTI가 어떻게 되세요’가 만남의 첫 대화인 경우가 꽤 있다. 타인에 대한 호기심도 작용하겠지만 서먹한 분위기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이 이런 테스트가 유행인 이유라 생각한다. 한번은 ‘E(extrovert)로 테스트에선 나오지만 본성은 I(introvert)가 강하지 않냐’는 가벼운 심리 스타일 유머를 외향적으로 보이는 이에게 툭 던진 적이 있다.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며 “어떻게 아셨어요? 아무도 모르는데 저 원래 내성적인데 외향적으로 행동하려고 꾸준히 노력한 거예요”라 답했다.

숨겨진 비밀을 맞추는 족집게 마음 전문가로 순간 비추어졌지만 사실 외향성과 내향성은 무 자르듯 구별이 되는 특징은 아니다. 정도 차이만 있지 우리 마음에 섞여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외향적 특징이 도움은 된다. 우선 네트워킹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사람에게 다가가고 분위기도 기분 좋게 이끈다. 대중 연설을 할 때도 두려움이 적다. 주변의 평가도 긍정적일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내향적이라 여기는 이들은 불편함을 느끼고 그런 특징이 자녀에게 보일 때 걱정하는 경우까지 있다. 예를 들어 “제가 내향적이라 사회생활에 불편함을 느꼈는데 자식도 그런 성향을 닮은 것 같아 걱정입니다. 외향적으로 바꿀 방법은 없을까요?” 같은 고민을 접한다.

태어나긴 ‘I’인데 학습형 ‘E’를 강화해 외향형으로 보이고 직업도 외향적 성향이 어울리는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내향적 성향이 큰 경우도 네트워킹이나 대중 스피치 같은 외향적 활동을 하면 기분과 에너지가 고양된다는 연구들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내향적 성향의 자녀에게 음악 밴드 활동 등 외향적 활동을 학습할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성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내향적인 이가 외향적인 활동을 과도하게 하면 에너지 소진이 증가하게 된다는 연구도 있다. 이럴 때 더 강력한 외향적 활동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더 지칠 수 있다. 나에게 맞는, 피로감이 적고 즐거움이 큰 외향적 활동을 찾는 것이 필요하고, 피로감이 느껴진다면 ‘I’가 좋아하는 나만의 브레이크 타임을 적극적으로 갖는 것이 좋다. ‘I’가 본성인 ‘학습형 E’인 이들이 ‘진짜 E’를 만나면 초강력 에너지감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모임이 즐거우면서도 내 에너지가 빠르게 소진되는 것이 느껴진다. 이럴 때 내 원래 ‘I’ 와 만날 수 있는 브레이크 시간을 이어 가지면 또 다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내향성과 외향성은 각각 장점을 가지고 있고 내 안에서도 섞여 있다. 나만의 특성을 멋지게 여기고 즐기며 사는 것이 삶의 한 재미라 생각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