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통기한 시대 가고 이젠 소비기한 시대

2023. 1. 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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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과 함께 다양한 제도가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다.

38년 동안 일상 속에서 익숙하게 사용해 온 유통기한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소비기한 표시가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것이다.

40여년 전 유통기한을 안착시킨 것처럼 소비기한 표시제도 도입에 따른 변수를 줄이고 제도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부, 업계, 소비자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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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과 함께 다양한 제도가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소비기한 표시제도이다. 38년 동안 일상 속에서 익숙하게 사용해 온 유통기한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소비기한 표시가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것이다.

유통기한이 유통업체가 식품을 언제까지 판매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날짜라면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을 말한다.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으로 정확한 소비기한 정보를 바탕으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이 높다. 반면 길어진 보관기간에 따른 안전성 우려나 업계의 준비 부족 등 변화하는 제도에 불안감이 교차하는 것도 사실이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유통기한이 처음 도입되던 당시엔 어땠을까. 1985년 정부는 소비자 신뢰 확보와 보호를 목적으로 식품에 유통기한 표기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소비자보호시책’을 발표한다. 대부분의 식품에는 제조일자나 몇 개월 내 섭취하라는 안내문 정도를 표시하고 있던 때였다. 소비자들도 유통기한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시행된 유통기한 표시 의무화가 반갑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업체들이 유통기한 표시를 반대하는 광고를 내는가 하면, 유통기한 표기 의무화 시점에 앞서 식품업체들이 재고를 처리하고 있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온 것을 보면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우려와 어려움을 딛고 제도는 발전하고 성숙해 나갔다. 이는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으로 이어졌으며, 식품 전반의 품질 향상에도 기여했다.

유통기한 도입 후 40여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식품 제조 기술은 발달하였으며 국내 생산하고 있는 식품의 약 90% 정도에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이 적용되고 있다. 냉장유통 환경도 개선되었고, 대부분의 가정에서도 냉장고에 식품을 보관한다. 안전하게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체계가 갖추어진 것이다. 또한 유통가능 기한과 소비가능 기한의 혼란을 없애 먹어도 되는 식품의 폐기를 줄이고 탄소중립을 실천해야 한다. 소비기한이라는 새로운 제도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새로움은 변화를 불러오고 변화에는 우려와 불편이라는 변수가 함께할 수 있다. 40여년 전 유통기한을 안착시킨 것처럼 소비기한 표시제도 도입에 따른 변수를 줄이고 제도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부, 업계, 소비자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정부는 소비기한 도입과 그 의미를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2025년까지 빵류·두부류 등 200개 식품유형, 2000여개 품목에 소비기한을 설정할 수 있는 참고값을 제시하여 과학 기반의 섭취 기한을 설정하도록 지원할 것이다. 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참고값을 최대한 활용해 신속하게 소비기한으로 전환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소비자들은 냉동, 냉장, 실온 등 식품별 보관 방법을 꼼꼼히 확인하여 보관하고 개봉한 제품은 최대한 빨리 섭취하는 소비 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올해는 계도기간인 만큼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표시된 제품이 함께 시장에 있을 수 있으므로 표시된 내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유통기한의 시대가 가고 소비기한의 시대가 왔다. 유통기한이 우리나라 식품안전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듯 새롭게 도입되는 소비기한 제도를 연착륙시켜 더 오래, 더 안전한 식품 섭취와 연간 1조원이 넘는 경제적 비용 편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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